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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서울광장에 40만이 모였다고 모두들 기뻐했다. 6월 28일 이후 경찰들에게 빼앗겼던 광장을 성직자들이 앞장서서 되찾아줬다고 감격해하기도 했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광장의 새벽공기를 진동했던 그 함성이 아직까지도 귓가를 맴도는데, 잔치가 끝났다고 모두들 돌아가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진정 국민은 무엇을 얻었는지, 시민들이 잔치를 끝내도 좋을 만큼 만족스럽게 놀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다.

 

 

불과 열흘 전에 군홧발로 시민들을 짓밟던 공권력의 지휘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고, 검찰은 대한민국 기득권의 심장부인 <조선>, <중앙>, <동아>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을 압박하고 나섰는데, 국민이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것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촛불을 내릴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들이 7월 8일 저녁 7시 30분에 제주시청어울림마당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될 때 사회자가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신부님이 거리에 나오셨습니다. 고기도 먹지 않는 스님들도 거리에 나오셨습니다. 원불교의 교우들도 거리로 나오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개신교 장로님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종교인들조차 처벌하겠다고 난립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는데 아무런 힘도 없는 단체의 운영진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입장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그런데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수를 세어보니 40명 안팎이다. 지난 5월 6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린 최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맑은 날씨인데도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었을 때보다도 적은 인원이다.

 

이런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명박탄핵투쟁연대에 회원 한 명이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학원 강사가 직업인 회원인데 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이라 일주일 정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던 회원이다. 촛불문화제가 너무 초라하게 진행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촛불문화제를 꾸준히 준비해왔던 이명박탄핵투쟁연대 회원들 외에도 평소에 잘 보이지 않았던 시민들과 대학생들 몇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방학이 되자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서울에서 촛불집회에 열심히 쫓아다닌 만큼 제주에서도 꾸준히 참석하겠습니다. 모두 힘을 잃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차림새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시민들은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반갑게 맞았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현직 교사도 힘을 보탰다.

 

"이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기말고사가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촛불집회에 참여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만큼 어른들이 나서서 촛불을 지켜야 합니다. 저부터 앞으로 빠짐없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발언을 마친 그 교사가 잠시 할 얘기가 있다며 불렀다.

 

"<오마이뉴스> 덕분에 졸업한 지 오래된 제자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난번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가 사진에 찍혀서 <오마이뉴스>에 얼굴이 나갔는데 미국에서 유학중인 제자가 제 얼굴을 보고 전화가 걸려온 겁니다. 그런데 그 제자 하는 말이 자기들이 미국에서 쇠고기를 구입할 때 반드시 'Organic' 표시(초식 소로부터 얻은 쇠고기에 붙는 인증표시)를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것이 다 알려진 사실이라는 겁니다."

 

 

촛불문화제가 끝나갈 무렵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제주모임 장동길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했다.

 

"국민이 승리했다고? 도대체 지난 두 달 동안 줄기차게 싸워서 얻은 게 뭐가 있어? 아직은  촛불을 끌 수 없지."

 

장동길 대표의 단호한 입장을 듣고 나서, 서울에서 광우병국민대책위에서 촛불을 내리자고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우린 광우병국민대책위와 별개의 모임이야. 그만 둘 사람은 그만두는 거고 끝까지 할 사람은 끝까지 하는 거야. 우린 이전과 같이 계속 갈 거야. 최후에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사회자의 마무리 발언이 들려 왔다.

 

 

"촛불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이번 토요일에 더 큰 문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주지역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이들이 공언한 것처럼 정말 돌아오는 토요일에 더 큰 문화제가 열릴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했다.


태그:#촛불, #광우병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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