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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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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면 새벽 다섯 시 반, 밖은 이미 환하다. 일어나 밭으로 간다. 서울에서 살 때는 아침에 잠을 깨도 언제나 더 자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설악에 와서는 날이 밝았는데도 더 누워있으라고 한다면 그건 고문일 거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데 그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가족 중에 누가 게으르다면 속상해 하거나 잔소리 하지 말고 건강을 챙겨주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하면 게으름을 피우라고 해도 못 핀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 밭은 입에 침이 튀도록 자랑할 만한 곳이다. 700평 정도 되는데 앞에는 점봉산 정상이 쫙 펼쳐져 보이고 뒤에는 설악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고라니, 멧돼지, 토끼가 입대고 먹었을 대청봉줄기에서 내려오는 전혀 오염되지 않은 차디찬 계곡물이 밭머리를 휘감아 흐른다.

계곡 바닥은 통바위로 되어 있고 선녀탕도 하나 만들어져 있다. 밭을 매다 너무 더우면 계곡에 들어서기만 해도 서늘한 냉장고 바람이 쏵 느껴진다. 옷 입은 채 풍덩 선녀탕에 들어가면 물이 배꼽 위까지 닿는데 금세 추워서 덜덜 떨린다.

700평 정도 되는 밭이니 먹고 싶은 것은 왠만큼 다 심는다. 제초제나 농약은 물론 쓰지 않고, 화학 비료도 농약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니까 안 쓰고, 유황과 나뭇잎 썩은 거름만 쓴다. 유황을 뿌리면 수확은 많이 줄지만 맛은 아주 좋다.

700평 중에 300평은 열무, 상추, 쑥갓, 얼갈이 배추, 들깨, 시금치, 브로콜리, 양배추, 가지, 호박, 토마토, 돗나물등 쌈 채소류를 심었다.

나머지 400평에는 고추를 매운 맛, 조금 매운 맛, 안 매운 맛을 골고루 심고, 옥수수를 시차를 두고 계속 심어서 늦 가을까지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게 했다. 강원도 토속 음식중에 강냉이 죽이 있는데, 그것 하나만큼은 본토 사람들 보다 내가 더 잘 만든다. 그 강냉이 죽에 들어갈 부재료인 강낭콩도 많이 심는다.

밭에 심은 채소가 자라기 시작하면 밥해 먹기가 수월하고 신난다. 아침에 일어나 밥 안쳐놓고 밭에 걸어가 이것저것 뜯어다 씻어놓고 된장찌개 하나만 끓이면 된다. 우리 된장은 또 어찌나 맛이 있는지 된장 때문에 인심 잃게 생겼다. 한 번 맛보면 맛있다고 자꾸 퍼갈려고 하는데 된장을 많이 해도 오는 분들이 많으니 가져가는 건 못하게 하고 있다.

밭 가까이에는 만경대가 있는데, 만경대로 오르는 길의 경사가 좀 심하다. 솔잎이 깔려서 푹신폭신한 아름다운 길인데, 경사가 심하니 오를 때는 사람들이 유격훈련하냐, 힘들다 말들이 많지만 오르고 나면 오길 잘했다면서 탄성을 지른다.

발 아래 오금이 저리게 펼쳐진 기암절벽, 수십년을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자란 잘생긴 소나무와 8부 능선에 걸리곤 하는 구름의 아름다움에  신선이 된 기분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봐 두었던  쑥을 뜯어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좋은환경에 와서 살면  다 건강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분들중에도 아픈 분들이 참 많다. 암 환자도 있고 근래에도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주머니,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주머니가 있다.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주머니는 평소 술 담배도 안드시고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평생 공기좋고 물좋은 이곳에서만 사셨는데 왜 폐암일까? 하고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다.

마음이 주체이기 때문에 어떤 곳에 사느냐 보다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폐암 아주머니의 경우를 보면 어린시절  감당하기 힘든 슬픈사연을 겪었다. 슬픈 마음이 많으면 폐에 이상이 오고, 크게 놀라거나 공포심을 겪은 사람은 신장에 이상이 오며 위가 나쁜 사람은 생각이 많고 복잡한 사람이고 화를 많이 내거나 다혈질인 사람은 간에 이상이 온다.

이외에도 모든 신체부위와 마음 상태는 연관이 있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우선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마음이 편하다면 질병에 대한 염려를 안해도 된다. 현재 내 마음에 고통이 있다면 어딘가에 내 마음이 집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사연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할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모든 문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고 해답도 자신이 가지고 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마음만 정확히 알면 문제는 아주 쉽다.

지난해에 밭에다 닭을 키웠는데 닭이 채소는 건드리지 않고 벌레만 잡아먹고 산에 짐승들이 우리 밭만 건드리지 않아서 짐승들은 사람을 알아 본다고 큰 소리쳤는데 이게 웬일인가! 고라니란 놈이 오이싹을 두 개나 잘라 먹었네. 오이를 너무 많이 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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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001.jpg


태그:#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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