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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봉개각(경향)' '땜질개각(한겨레)'이란 혹평에 '생색만 낸 개각(조선)', '찔끔개각(국민)'이란 비난이 이어진다. 8일 아침신문들은 예외 없이 어제 발표된 부분 개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중동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대표적인 표적은 강만수 경제팀의 유임이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집행에 코드를 맞추다가 혼선에 혼선을 거듭한 강만수 경제팀을 그대로 둔 데 대해 비판의 초점이 집중됐다.

 

'강만수 빠진 개각'... <조중동>도 일제히 비판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에선 장관 책임을 차관이 지나'고 물었다. 사설 제목이 이렇게 돼 있다. <조선일보>는 백번 양보해 "여론은 대폭 개각을 원했지만 대통령이 그 폭을 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소한 국민들이 고개는 끄덕일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을 보고 "그렇게 느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 실패를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그런데 이 대통령은 강 장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차관에게 지우고 그 차관을 바꿨다"면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경악했다. "이제 시중에선 대통령과 강 장관이 같이 다니는 교회를 소재로 한 악성 루머들이 또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두 개나 썼다.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개각'이란 사설에서 소폭개각에 대한 청와대의 배경 설명을 전면 비판했다.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대폭개각은 적절치 못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은 "개각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혹평했다.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온 것은 쇠고기 문제를 넘어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라고 까지 했다.

 

<중앙>은 특히 "정녕 백방을 수소문하고서도 총리를 못구했"다면 "최소한 문제가 드러난 장관만이라도 경질했어야 했다"면서 역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글의 맥락으로 보자면 총리까지 전면 개각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은 어쨌거나 국정운영의 혁신 방안으로 "총리에게 내각 통할의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제목('좌고우면 현실미봉 보신정부로 연명이나 할 건가')처럼 "다소 여유를 되찾자 미봉 인사로 정권 보신이나 하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실망감과 참담한 심정을 씻어주지 못하고서도 이 정부에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동아>는 특히 이 정부가 촛불정국에서 기회주의적인 행태로 일관해왔다고 질타했다. "'촛불'이 확산될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시위가 누그러지는 기미를 보이면 담화문이나 내놓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동아>는 내친 김에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나라를 지키고, 폭력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동아>는 불법과 폭력을 거부한 국민, 대한민국의 표류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단체, 그리고 '주류언론', 즉 <동아일보> 등이 "정부를 수렁에서 건져내 주었다"고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그런 '통렬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동아>의 이런 지적은 이 정부를 '수렁에서 건져내 준' 주류언론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게 뭐냐"는 개탄이기도 할 것이다.

 

이명박 '오판' 부른 게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에 대한 이들 신문들의 비판과 지적은 얼마든지 그럴만하다. 이들 세 신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또 그 독자들의 눈높이에 비춰보더라도 턱없이 기대에 못미치는 개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세 신문의 개탄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왜 그럴까?

 

이들 세 신문은 한결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나이브'한 상황 인식을 개탄했다.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엉뚱하게 차관을 대리 경질시킨 "듣도 보도 못한 일"(조선)이 벌어진 것이나, "다소 여유를 되찾자 미봉 인사로 정권 보신이나 하려는 인상"(동아)을 주는 것이나, "들끓었던 민심의 기대에 비해 개각의 폭과 내옹이 턱없이 모자"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답의 일단은 <한겨레>나 <경향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겨레>는 오늘 사설('이런 개각으로 위기 극복할 수 있나')에서 주목할 점은 "개각을 통해 드러날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었으며, 이번 개각에 담긴 이대통령의 의중은 "촛불 시위에 깜짝 놀라 국민 요구를 수렴할 것처럼 하던 태도를 이젠 벗어버리고,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걱정스러운 이 대통령의 시국인식'을 개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를 자초해놓고서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경제여건을 엉뚱하게 촛불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촛불민심은 외면한 채 '배후론'을 제기하는 등 "바뀌지 않는 이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땜질개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중앙일보>까지도 "촛불의 열기가 가라앉았다고 판단해 개각 폭을 줄였다면 그 역시 오판"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그런 오판을 부추긴 것은 바로 조중동 아니던가.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쓴 것처럼 이 정권을 수렁에서 건져내 준 '주류언론'의 탓이 큰 것 아니겠는가?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판'을 탓하기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왜 그런 오판을 할 수 있었는지, 누구를 믿고 그런 오판을 한 것인지 한번 찬찬히 되짚어 볼 일이다. '촛불'과의 화해를 거부하고, 강경 진압하라고 강압했던 것은, 그리하여 이명박 정권 내부에 '지금 이대로'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것은 또 누구였던가.

 

참 서로가 서로에게 계륵과도 같다. 조중동으로서도 그렇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따지고 보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태그:#이명박, #개각, #미국산쇠고기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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