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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이 "정부가 탐지거리 1800km의 미국제 X-밴드급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이 군 소식통을 인용해 7월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조기경보레이더 구매 대상으로 미국의 X-밴드 레이더의 일종인 FBX, 프랑스의 M3R, 이스라엘의 슈퍼 그린파인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호운용성과 한미동맹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감안할 때 미국제 레이더가 유력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 26일 이상희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청의 제2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연내에 수 대의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사업안을 승인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레이더 2식 구매에 예산은 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정부가 조기경보레이더, 특히 미국제 X-밴드 레이더 구매를 강행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X-밴드 레이더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 식별해 미사일요격 부대에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이 레이더를 도입하는 순간, MD 참여의 모호성은 사라진다. 참고로 러시아는 미국이 체코에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한다는 방침에 "제2의 냉전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 X-밴드 레이더 구매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왜 X-밴드 레이더인가?

 

 미 보잉사의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SBX: Sea-based X-band radar). 한국 조기경보레이더 구매 대상인 X-밴드 레이더의 일종인 FBX와는 다른 종류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MD용 조기경보레이더로 X-밴드 레이더를 검토하게 된 것일까? 우선 미국은 MD의 대상국인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한국을 MD의 전초기지로 삼고 싶어한다.

 

미국은 이미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합동 전술 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를 한국에 배치했다. 또한 앞으로 PAC-3보다 요격 범위가 길고 넓은 종말단계 고고도방공체제(THAAD), 적의 미사일을 이륙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항공기탑재레이저(ABL), 해상 MD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등도 한국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지스함을 이용한 ABMD는 이미 한국을 들락거리고 있고, 지상에 배치되는 THAAD는 2009년에 개발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개량형 보잉747기에 레이저를 탑재해 적의 미사일을 초기단계에서 요격하는 ABL은 현재 개발 중에 있고, 2009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요격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신형 조기경보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가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이 PAC-3에 이어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THAAD는 X-밴드 레이더를 필수 요소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한국에도 이 레이더의 배치를 검토했지만, MD 참여를 꺼렸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난색 표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06년 6월에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에 X-밴드 레이더를 1차로 배치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에 인접한 한국과 일본 규슈를 상대로 2차 배치 지역 물색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5월 28일자 <내일신문>은 이명박-부시간의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4월 초에 열린 두 차례 전문가 비밀회의에서 한국에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는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한국측에서 지상 X-밴드 레이더의 배치는 곤란하지만 해상 X-밴드 레이더 배치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X-밴드 레이더 구매해 한미동맹 살린다?

 

그러나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SBX: Sea-based X-band radar)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지상요격체제(GMD) 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앞서 언급한 THAAD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SBX와는 별도로 THAAD용으로 이동식 지상전진배치 X-밴드 레이더(FBX-T: Forward-Based X-Band Radar-Transportable, 혹은 TPS-X)를 개발·배치하고 있고, THAAD의 최우선 배치 지역으로 한국을 삼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조기경보레이더 대상으로 FBX를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으로부터 FBX를 구입해주면 미국의 THAAD용 레이더 배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조기경보레이더 구매 시점과 미국의 THAAD 한국 배치 계획 시점도 2010년경으로 일치한다. 또한 쇠고기 파동 여파로 불안에 빠진 한미동맹도 복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이명박 정부가 조기경보레이더 구매 방침을 밝히자,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의 8월 방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와 군당국 일각에서 MD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인 김태효를 비롯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외교안보 참모들은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는 MD 참여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이 요격 미사일 발사 장소를 제공하는 방안 ▲미국이 개발중인 MD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 ▲미국의 MD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 ▲미국의 MD 체제와 상호운용될 수 있는 MD 시스템을 구입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초 MD 참여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MD 참여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이해당사국 관계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대규모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인수위 방침"이라며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파동에 뿔난 부시를 달래기 위해 은근슬쩍 MD에 발을 담그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의 MD용 조기경보레이더 사업을 주목해야 할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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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