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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7일 오후 2시 40분]

정부가 7일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 1030원을 돌파한 지난 3월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정부가 7일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 1030원을 돌파한 지난 3월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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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안정한 외환시장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보유하고 있던 외화를 풀면서까지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이날 외환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환율에 개입해 왔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처럼 정부가 환율에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이 계속되고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자 뒤늦게 한국은행까지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위해 한은까지 동원됐지만, 과연 외환시장이 얼마나 안정을 되찾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환율조작국이라는 대외이미지 실추와 외환 투기세력에 정부의 환율정책만 노출시킨채, 외환보유고만 축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성장률 제고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 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경제팀의 환율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환율 조작과 함께 정책 실패 사실상 시인...한은 개입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30분 동시에 경기도 과천청사와 한은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최근 외환시장 안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외환시장의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강력히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매도 개입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의 말은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외화를 내다 팔아 개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고환율 정책을 사실상 추진해오면서, 물가상승을 묵인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뒤늦게 성장에서 안정중심으로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파는 등 개입했지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4일 환율은 2년8개월만에 1050원선을 돌파하면서 급등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동안 정부가 40억달러가 넘는 달러를 내다 팔면서 환율을 끌어내렸지만, 효과는 이틀밖에 가지 못한 것이다.

결국 코너에 몰린 정부는 뒤늦게 한국은행쪽과 긴급 협의를 갖고, 한은이 가지고 있는 외환 보유액을 동원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도 "그동안에는 주로 정부에서 환율정책을 주도해 왔고 한은은 보조적인 입장이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서로 양측이 서로 협의하고, 합의해서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자칫 외환보유액만 날릴 가능성도

연일 오르고 있는 유가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증시의 상승세를 막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의 전광판에 이날 연중최저치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전날대비 28.60 포인트 하락한 1,577.94를 기록했다.
▲ 고유가에 발목잡힌 한국증시 연일 오르고 있는 유가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증시의 상승세를 막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의 전광판에 이날 연중최저치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전날대비 28.60 포인트 하락한 1,577.94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황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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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까다. 일단 이날 오전 정부와 한은의 시장개입 선언이후,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거래일에 비해 9.4원이 내린 1041.0원으로 출발했다. 일단 단기적인 약발은 먹힌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환율 하락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물론 한은과 정부쪽에선 시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병찬 국장도 "외환시장의 정부 개입의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기대심리가 제대로 형성돼 있었다면 높은 수준까지 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기대심리만 안정되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시장이 어느정도 바람직한 수준으로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후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인 점이나, 현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 정부 스스로 환율조작을 사실상 시인함으로써 이에 따른 대외이미지 추락 등의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정책 밀어부친 강만수 경제팀 책임론 힘얻어

게다가 외환보유고를 풀면서까지 환율을 잡겠다고 한 이상 외환투기세력에게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만 축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으로 사실상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인 강만수 경제팀의 정책실패가 드러난 만큼,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현 경제팀은) 지난주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내다 팔았지만 그때만 잠시 내려갔을뿐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엄청난 국고손실을 초래했다"면서 "결국 한국은행까지 동원해서 환율을 잡겠다고 하지만, 강만수 경제팀이 그대로 있는 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강만수 장관 등은 고유가 상황에서 경제안정보다는 외환시장 개입, 금리인하 압박, 구 시대적인 물가안정 대책 등 시대착오적인 대응방식을 펼쳐왔다"면서 "성장지향적 경제관이 뚜렷히 각인된 경제팀이 갑자기 '성장보다 안정'을 외친다고 이를 신뢰할 국민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교수도 "이미 강만수 경제팀은 환율과 물가정책에서 실패했다"면서 "이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경제회복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경제팀 교체가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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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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