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린 아이가 미친소 반대 글귀가 적힌 종이로 만든 옷과 모자를 쓰고 촛불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미친소 반대 글귀가 적힌 종이로 만든 옷과 모자를 쓰고 촛불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며칠 전 아들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엄마 토요일에 백만인 촛불 문화제가 다녀올까 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이 대답을 한다.

“엄마 그곳에 가면 예전과는 달리 요즈음 시위 문화가 서로의 대립으로 과격해지기까지 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연행되고 그러는데 왜 그렇게 위험한곳을 가시려고 해요?"
"아니야, 이제는  며칠 전과는 많이 달라졌어. 종교계에서 나서 새로운 평화집회로 유도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이렇게 아들아이를 안심시키고 토요일을 기다렸다.

학생들이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면서  비를 맞으며 율동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만큼 절실한 현실이다.
 학생들이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면서 비를 맞으며 율동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만큼 절실한 현실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어청수 경찰청장을 질책하는 문구를 써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하는 모습
 어청수 경찰청장을 질책하는 문구를 써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하는 모습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조,중,동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조,중,동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광장으로 가기 위해 오후 4시쯤 지하철을 타고 출발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비가 내리면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텐데. 안타까움이 앞선다. 광장 앞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하나가 되고 하느님(천주교), 부처님, 하나님(기독교)이 함께 기원 하는데 문화제가 시작되면 비가 그치겠지요?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6시쯤 되자 비가 서서히 그친다. 후텁지근한 날씨와 높은 습도 모두가 집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한결 같은 마음으로 모두들 잘도 이겨낸다. 그동안 평화적인 촛불문화제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폭력적인 시위문화로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종교계가 나섰다. 그로인해 다시 평화를 찾은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유모차에서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번 주말마다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올라와 촛불을 밝히고 있는 강기희 기자에게 이번 주에도 분명 같은 장소에 있겠지 하는 바람으로 전화를 했다. 광화문 쪽에 있다는 말을 듣고 대한문 앞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YMCA의 회원들이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두 달여 기간 동안 촛불 문화제가 열리면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양각색의 퍼포먼스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많은 시민들 사이로 강기희 기자가 보인다. 상암동 <오마이 뉴스> 본사에서 한 번 만났었고 두 번째는 정선을 찾아갔을 때 만난 적이 있기에 반가움에 악수를 청했다. 보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일 이곳에 모이는데 왜 한 사람만 듣지도 보지도 못할까요? 집에서 촛불 문화를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하여 매주 이렇게 올라옵니다. 한 번 올라오면 3일은 있다 가는데 집에서 속 끓이고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노숙을 하더라도 이곳이 속 편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강원도 정선 산골짜기에서 서울을 매주 올라 오다보니 많이 초췌해 보이는 것도 같다. 가까운 곳에서 자주 참석하지 못한 나는 괜스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많은 인파 속에서 헤어지게 되면 다시 만나자는 기약과 함께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점점 넓은 도로와 광장이 꽉 차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는 곳마다 기발한 퍼포먼스들이 선보이고 있다. 유모차 부대, 예비군복 착용 부대, 꽹과리와 덩치 큰 개를 데리고 나온 시민, 다양한 모습의 볼거리가 촛불 문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한다. 아스팔트 바닥 위에 박힌 글귀가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아닌가 싶은 마음에 참으로 씁쓸하기까지 하다.

YMCA의 회원들이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YMCA의 회원들이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YMCA의 회원들이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YMCA의 회원들이 “민주주의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묵묵히 말없이 유모차를 밀고 가는 유모차 부대 퍼포먼스
 묵묵히 말없이 유모차를 밀고 가는 유모차 부대 퍼포먼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가면과 의상이 심상치 않다.
 가면과 의상이 심상치 않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 집회를 두 달여 동안 하면서 모두 지쳐있다. 현장을 찾아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나름대로 마음이 편치가 않다. 한 목소리로 광우병 쇠고기는 싫어요!라며 외칠 수 있는 현장을 가지 못한 처지 때문에 두 배로 마음이 아프다.

현장에 있는 시민들 또한 밤샘해 가며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다 집에 돌아오면 다음날 일터로 나가야 하는 힘겨운 생활이 반복되는 시민들도 있다. 촛불 문화가 시작 되면서 매일 국민들과 대치하며 시위 문화를 지켜봐야 하는 내 자식, 내 오빠, 내 형제인 전경들이 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시위 현장에서 서로 반감을 가지고 매일 밤을 새워야 할까? 참으로 암울하다. '광우병 소고기 정국'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현실이 우울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허락한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하루 속히 재협상을 해서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태그:#촛불 문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