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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광우병 기독교 대책회의 주관으로 시국기도회가 열리는 가운데, 7월 3일 저녁 제주에서도 개신교인들의 시국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제주시 노형동에 소재한 늘푸른교회에서는 '평화를 위한 제주그리스도인 모임' 주최로 '평화를 위한 제주 기독인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제주땅새롬교회 고남수 목사(예장 통합)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에는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 목회자 6명과 김태성 제주YMCA사무총장을 비롯한 평신도들이 참여하였다. 

 

사회를 맡은 고남수 목사는 사회 도중 "이명박 대통령은 저와 같은 교단의 장로입니다. 우리 교단에서 배출한 장로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거듭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대표 기도는 대한성공회제주교회 박동신 신부가 맡았다.

 

박 신부는 "교회 장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니 우리 기독교인이 많은 기대를 보냈는데,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탄한 뒤, "대통령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인 국회의원, 권력가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이 나라는 국민들로부터 멀어져만 가고 있다"며 "저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우리들을 용서해달라"고 회개했다.

 

이날 설교는 이사야 40장 1-5절을 주제로 하였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너희는 예루살렘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고난의 날들이 끝나고 그들의 죄가 용서되었다고 말해주어라. 그들은 자기들의 죄에 비해 갑절이나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 … 너희는 여호와를 위하여 광야의 길을 준비하라. 너희는 우리 하나님을 위하여 사막에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이 낮아질 것이며 거친 땅이 평탄해지고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다. 그때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날 것이나 온 인류가 그것을 함께 볼 것이다." <성경 이사야 1-5>

 

 

구세군제주교회 제현우 사관이 설교를 준비했다. 제사관은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서 민족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죗값을 다 치렀다고 위로의 말씀을 전해줌으로써 해방을 선포한 것처럼 우리도 억압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삶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는 또 "하나님께서 광야로 나가라고 명령하신 대로 우리도 광장에서 비폭력 평화의 화음으로 다가올 새 희망의 감격을 노래하고, 죽은 생명이 다시 살아나고 끊긴 역사가 꿈틀거리는 영원한 나라, 정의가 큰 강물처럼 흐르는 평등, 평화, 공존의 새 희망을 위해 노래하자"고 했다.

 

제사관은 그러면서 "왜 우리 개신교인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설 때 촛불 속에 숨어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는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대통령을 꾸짖지 못했는지 반성해야한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시국기도회에 임하는 제주 기독인들의 고백과 선언'이 채택되어 낭독되었다. 고백과 선언은 평신도를 대표하여 제주성지교회 송창권 장로(예장 통합)가 낭독했다.

 

송 장로는 고백과 선언을 낭독하기에 앞서 자신도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교단의 장로라고 소개한 뒤 "얼마 전 대통령이 촛불의 배후를 밝히겠다고 하던데, 우리 아들이 양초값 4천 원을 냈고, 우리 딸이 3천 원을 냈으니 우리 가정이 촛불의 배후라고 할 만한데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이것도 죄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단순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민주국가 시민의 마땅한 권리를 새삼 외치기 위해 모인 것도 아니다.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라고 하신 우리 주님의 말씀이 두려워서다.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고서도 보초가 비상 나팔을 불지 않아서 백성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이 죽은 책임을 나는 그 보초에게 물을 것이라'라고 경고한 성서의 예언자의 경고가 두려워서다.

 

우리가 오늘 부끄러움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여기 모여 함께 기도하는 것은, '이 저주받는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속에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 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고 분노하시는 우리 주님의 진노와 눈물이 두려워서다. …

 

오늘 이 시간 전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이 나라와 시국을 염려하며 기도하고 있다. 많은 우리의 신앙의 동역자들이 이 시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있다. 우리 제주의 그리스도인들은 비록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달려가지는 못하지만 성령을 통하여 교통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힘입어 이곳 제주에서 두 세 사람이라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시국기도회에 임하는 제주 기독인들의 고백과 선언' 내용 일부

 

고백과 선언은 말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폭력진압 사과, 어청수 청장 해임, 구속자 전원 석방, 장관고시 철회,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시민들에게는 '승리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함께하되, 비폭력 비타협의 길로 전진하자'고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에 늘푸른교회 이정훈 목사(기장)가 마무리 광고를 전했다. 이 목사는 "대형교회들이 정의에 편에 서기를 두려워하고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편승함에 따라 국민들이 우리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한 뒤 "비록 우리 적은 무리가 모였지만 평화를 가로막는 세력들에 대항해 기도로써 끝까지 싸우자"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도회가 끝난 뒤 기도회에 참여한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은 곧바로 기독교인 시국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치유될 때까지 매주 기도회를 개최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는 시민들과 연계해서 활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시국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평화를 위한 제주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 목회자 6명이 상경하였다. 이날 상경한 목회자들은 다음주부터 제주지역 기도회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를 위한 제주 그리스도인 모임'은 2007년 봄에 정부와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해 22일 동안 단식을 진행한 바 있다.    


태그:#시국기도회, #제주그리스도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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