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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미사)가 계속됐다. 이날 굵은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비옷과 우산을 쓰고 촛불을 켜는 시민들이 속속 모였다.

 

정각 오후 6시에 시작했던 ‘공안탄압, 미친소 수입강행, 국민주권 팔아먹은 이명박 정권 심판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는 1만 5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했고, 이어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와 56차 촛불문화제에는 3만 여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민주노총의 총파업결의대회는 50여 분 진행됐고 평소 집회보다 일찍 끝났다. 뒤이은 행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국제노동단체 대표,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의 총파업 및 시국관련 발언과 결의문 낭독으로 행사는 끝났다.

 

이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명박 누가 이기나, 함 해보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언론노조에서 만든 오렌지색 풍선 문구 ‘이명박 OUT, 조중동 OUT, 최시중 OUT, 미친소 OUT'이 눈길을 끌었다.

 

맨 앞줄에는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 홍희덕 민주노동당의원,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수호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준비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정진화 전교조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및 진보정당 지도부가 자리를 지켰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무대와 무대 앞자리를 면사포를 쓴 천주교 신자들과 신부, 수녀들에게 물려주고 뒤로 빠져 시국미사에 동참했다.

 

저녁 7시경 무대 현수막도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국민의 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시국회의 및 미사’로 바뀌었다.

 

무대에 오른 한 수녀가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암송했다. 이어 신자들도 함께 따라했다. 그리고 묵주기도가 이어졌다. 이슬비가 장대비로 바뀌었다. 행사를 주관한 김인국 신부는 “서울 광장에 특별한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며 “바로 여러분들이 특별한 손님이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고 말했다.

 

단식을 하고 있는 전주교구 송연홍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그는 지난 5월 7일부터 전주에서 줄곧 촛불집회에 참석한 신부다. 먼저 “신부이기 때문에 내 아이들이나 애인 혹은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나올 수 없는 것이 부러웠다”면서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더 많이 촛불을 들게 하자”고 말했다.

 

이어 “비가 와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비를 내리시는 것”이라며 “우리의 촛불은 겨울까지 이어져 눈이 오더라도 모두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기도도 이어졌다.

 

봉헌 성가로 ‘헌법 제1조’가 불러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다시 마지막 주기도문이 이어졌다. 8시 10분경 시국미사가 끝나고 제 56차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참석한 3만 여명의 시민들은 ‘광야에서’를 부르면서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촛불문화제 사회자 나승구 신부는 “지금까지 촛불집회로 연행자가 968명, 부상자가 1500여명을 넘어섰다”면서 “국민대책회의 사무실 압수수색, 자택 압수수색까지 벌어졌지만 우리는 56번째 촛불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아스팔트 농활대 소속 5명 대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강민욱(광운대 학생회장) 농활대장은 “농촌에서 농활을 하다가 올라왔다”면서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변 권영국 변호사도 “촛불집회로 구속 연행자가 968명이나 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경찰국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국민의 주권을 짓밟는 것이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전국 610개 학교로부터 학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낼테니 여러분이 민주노총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동호 목사는 “이제 성직자들이 나서 촛불이 지키겠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할 때까지, 아니 5년 동안 촛불행진을 계속하자”고 호소했다.

 

촛불문화제를 끝으로 저녁 9시경 촛불 침묵행진이 펼쳐졌다. 참석자들은 촛불과 손피켓을 들되 노래와 구호를 외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태평로에서 남대문으로, 명동에서 을지로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왔다.

 

9시 45분경 돌아온 침묵 촛불 시위 참여자들에게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신부와 수녀들이 백합과 장미를 나눠줬다. 참석자들은 촛불과 장미와 백합을 들고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어깨춤을 추는 등 신명난 기차놀이를 했다.

 

마지막 김인국 신부의 말이 이어졌다. 김 신부는 “이명박 당신을 이곳 광장에 초대한다”면서 "오늘 집에 들어가면 촛불 아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 박수와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는 ”7월 5일 모여 국민 승리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해산하자“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진 해산해 집으로 향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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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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