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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으로 전출하는 박철규(58·지방서기관) 음성부군수가 지난달 30일 이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이임식에 참석한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임사를 듣기에 앞서 손뼉을 쳐야만 했다. 떠나야 하는 이별의 아픔이 목을 밀고 올라와 첫 마디조차 꺼내놓지 못한 데 대한 직원들의 배려였다.

 

박 부군수는 지난해 1월 충북도청에서 음성군으로 부임했다. 음성군에 근무한 지 1년 6개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행보를 돌이켜 보면 음성군 공무원들의 마음속에 평생을 함께한 가족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박 부군수는 음성군에 발령 받으면서부터 직원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짐을 스스로 챙겼거니와 나이 어린 부하직원에게도 깍듯한 존댓말로 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행했던 직원은 "그동안 많은 부단체장을 봤지만 그런 분 처음 봤다"고 회고했다.

 

지난 4월 음성군 감곡면에 산불진화 헬기 10대가 동원될 정도의 큰 불이 발생했다. 그 당시 박 부군수는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산에 오르는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챙겼다. 산불진화에 나선 마지막 한 명이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지휘했다.

 

박 부군수 부임 이후 담당자는 물론 담당과 부서장들은 공문서를 꼼꼼히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음성군수의 직인이 찍혀 나가는 공문서는 군의 얼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군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문서에 쓰인 문구를 지적하기보다 실무적으로 허술할 수 있는 수치나 내용의 전체적인 틀을 잡아줬다.

 

음성군청의 한 공무원은 "한 번은 사석에서 부군수님을 만났는데 관련 사업의 시행 날짜와 사업비를 일일이 언급하며 대화한 적이 있었다"며 "담당자도 기억이 가물거리는 업무를 수치 하나 안 틀리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박 부군수의 실천하는 양심에 감동을 받은 공무원노조 음성군지부는 2003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떠나는 부군수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김재학 음성지부장은 "그림자 같은 사람, 왼손이 한 걸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걸 보여준 사람"이라고 평했다.

 

지장(智將)을 넘어 덕장(德將)의 면모를 갖춘 박 부군수, 음성군에 재임하는 18개월 동안 성실과 신뢰를 몸소 보여줬다. 아름다운 족적을 남긴 그였기에 군민들과 공무원들은 아직도 떠난 그의 뒷자락을 쉽게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화영 기자는 음성군 지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철규, #음성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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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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