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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생조건 고시와 관보게재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 릴레이 세 번째 촛불문화제가 27일 저녁 7시 30분부터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사회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이명박 대통령 양쪽을 향해 비난의 포문을 열며 문화제를 시작했다.

 

"오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시위군중을 폭도라고 규정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보수집단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 아닙니까? 그리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유력한 부시 애완견 경쟁자라고 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미국 언론에서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이라 놀림을 받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폭도 발언과 관련한 사회자의 언급은 이회창 총재가 2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상황을 촛불로 풀 수 없다고 규정하고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에게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풀자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언론사와 전경에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시위군중이 아니라 폭도"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또 부시 애완견에 관한 언급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25일 자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부시의 애완견이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자'로 표현했던 기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화제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차분한 가운데 20여분 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Secret of Koreans' Protest Against US Mad Cow Beef'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이 영상물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Jay Kim이라는 학생이 만든 다큐멘터리 동영상으로 네티즌들에게는 ‘쥐코’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상물 감상이 끝나자 노래패 청춘의 공연이 이어졌다. 첫 곡으로 민중가요 ‘격문’을 부를 때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흥겹게 따라했다.

 

 

조선일보 서정주 박정희까지

일본 놈의 충성스런 앞잡이일 때

동상 걸린 손가락을 잘라내 가며

해방을 위해 싸웠던 건 백성들이다

 

학살원흉 전두환과 그 똘마니들

5공 6공의 부귀영화 대물림 할 때

잡혀가고 죽어가고 고문당하며

민주를 위해 싸웠던 건 국민들이다

 

친일과 친미로 배불리는 매국노들

여의도에 또아리 틀고

갈수록 적반하장 후안무치 지랄염병

국민들 피눈물을 짜는구나

 

더 이상 못 참아 국민이 나서자

우리의 힘으로 모두 갈아엎자

3.1정신으로 5월의 노래로

6월 함성으로 역사를 만들자

 

제주지역의 노래패 ‘청춘’은 촛불문화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고, 윤민석이 만들었다는 민중가요 ‘격문’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애창곡이 되어 버렸다.

 

 

청춘의 공연이 끝나자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남성은 “정부가 수입소의 연령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얻은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한 뒤,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어서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2008년 시민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촛불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명박탄핵투쟁연대 회원인 대학생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자신을 대학교 1학년생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은 최근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이 촛불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성적을 비하한 것을 두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어느 분이 촛불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면 쪽팔릴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엄청 기분이 나빴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고, 성적관리도 잘 해왔습니다. 제 꿈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건데, 제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들에게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언을 마친 학생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듣고 있던 시민들은 "울지마, 괜찮아"라고 외치며 그 학생을 위로했다. 이 학생이 언급한 '성적비하 발언'의 주인공은 유홍렬 한나라당 전북도당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3일 전북도당위원장 선출대회가 열린 한나라당 전북도당사 5층 강당에서 당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도중에, "이명박 정부의 시대적 흐름은 자율과 경쟁인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촛불 들고 많이 나왔다"며 "계네들(촛불시위에 참여한 학생들) 지금 자율 경쟁으로 시험 봐서 성적 공개하고 어쩌고 하면 쪽팔리고 창피할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가 끝나기 10전쯤인 저녁 9시경 촛불문화제에 반감을 품은 시민이 문화제 행사장 안으로 들어와 시민들에게 “건방진 새끼들, 당장 치우지 못해”라며 욕설을 퍼붓고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도발을 자행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이 시민을 제지하여 밖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 와중에도 그 시민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명박탄핵투쟁연대 회원들은 토요일인 28일을 집중 투쟁의 날로 정해놓고 있다. 이날 오후에 회원들은 관보게재 무효 서명과 더불어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펼칠 계획이다. 저녁에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도 예정되어 있다. 장마기간인데도 아직 촛불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태그:#촛불문화제, #성적비하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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