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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촛불집회가 연일 그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25일 관보 고시 강행을 시사하고, 26일 관보 고시를 끝내 강행하면서 촛불집회는 더욱더 분노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한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명박정부를 타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쪽은 촛불항쟁을 하고 있는 시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단체들은 ‘72시간 촛불집회’ 때 서울광장을 점령한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로 시작하여, 여러 보수단체들이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하지만, 그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평화로운 분위기가 아닌, 서로 대립하고 때론 폭력이 오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가운데에서 보수논객인 이문열은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의병이 일어나야 한다고 발언하였고, 이는 다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말마따나 보수단체들은 예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물리적인 힘도 동원하고 있다.

촛불항쟁을 하고 있는 시민들이 예전보다 더 과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염려하는 바이지만, 아직도 시민들은 비폭력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최대한 맨손으로 시위에 참여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지만, 그 집회 속에서 일어나는 과격한 행동과 그에 대한 경찰들의 강경진압이 결국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보수단체들도 촛불항쟁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여성을 각목으로 폭행하고, 방송사로 몰려가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면서 협박을 일삼고 있고, 또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폭행하는 등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단체들의 행동에 정부와 경찰은 촛불시위대에게 하는 것처럼 엄정대처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27일 현재, 잡혀간 이는 아무도 없다.

장관고시 강행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촛불항쟁의 모습은 과거 민주화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단체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08년 대한민국의 의병 vs 그리고 구한말의 의병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애초 행사가 예정돼있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보수단체의 FTA비준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애초 행사가 예정돼있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보수단체의 FTA비준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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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의 의병은 촛불시위대라는 ‘불법적인’ 시위대를 향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보수를 자처하며 가스통에 불을 붙이면서 위협하며 KBS 사장 정연주 퇴진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또한 ‘불법집회’를 하는 촛불시위대에 맞서 재빨리 서울광장을 점령하여 현충일 행사를 하였다. 그러면서 도중에 소위 ‘불법시위’를 하는 시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보수는 현재의 시국을 좌파 빨갱이들이 정권퇴진을 목표로 난리를 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적인 절차로 대통령에 오른 분을, ‘감히’ 몇몇 좌파들이 순진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은혜로운 국가인 미국에게 반미감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맞불을 지피면서 좌파세력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색깔론... 그리고 선동설과 배후설... 하지만 직접 현장에 가면 다르다. 아직도 수많은 촛불들은 비폭력을 외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한손에 촛불을 들고, 한손에는 피켓을 들면서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애들의 밥상을 걱정하는 어머님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있으며, 과거 군사정권 때나 볼 법한 과격진압에 분노한 어르신들이 나오고 있고, 또한 코흘리개 아이들도 무엇이 잘못인지 알기에 고사리 손에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집회가 2달째 지속되고 있는 지금... 과연 의병은 누구일까? 여기에서 그럼 진짜 의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의병은 여럿 있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의병을 들자고 한다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하였던 민중들이 스스로 무장하였던 의병, 그리고 구한말 을미사변과 국권피탈에 분노하여 일어났던 민중들의 의병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한번 구한말의 의병을 살펴보자.

구한말,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였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정계에, 그리고 사회에 깊숙이 미치려고 하였으며, 그에 반발하는 조선인들에게 강력한 제제를 가하였다. 특히 을사조약 이후 이러한 일본의 행태에 분노한 사람들이 각지에서 의병을 이끌고 봉기하였으며, 개중에는 면암 최익현(崔益鉉)선생이 있었다.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준 면암 최익현

구한말의 선비이자 의병장으로서 진정한 보수였다.
▲ 면암 최익현 영정. 구한말의 선비이자 의병장으로서 진정한 보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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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 최익현. 한국의 선비에 대해 말할 때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면암선생이다. 면암 최익현은 경기도 포천출생으로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세도정치를 타파하였고 국가를 리드해나갔던 흥선대원군에게 최익현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복궁 중건과 당백전 발행을 비판하였던 최익현은 결국 관직을 삭탈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명성황후 등과 제휴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결국 그의 비판은 흥선대원군의 실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자신과 제휴하였던 명성황후측이 일본과 통상을 맺으려고 하자 이에 크게 반발하였고, <척사소>를 올려 그 잘못됨을 철저하게 따졌다. 이때 그는 도끼를 들고 대궐로 가, 대궐문 앞에 엎드려 일본과 서양은 똑같다는 주장을 펼쳤었다. 결국 그는 흑산도로 유배되게 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단발령에 반발하여 투옥되었다.

그는 또한 을사조약 체결 당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창의토적소>를 올려 자신의 입장을 말하였으며,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7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의병을 모집하여 일본에게 강하게 맞섰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고 통치자나 최고 권력자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그러면서도 단순히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서 보여주었으며,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깨우쳤던 그. 그의 모습이 진정한 의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면암 최익현의 진정한 모습은 그의 마지막 전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의병들을 이끌고 관군과 싸우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관군이 일본군이 아닌 조선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시문집인 <면암집>에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얼마 후에 또 그들이 왜병이 아니라 전주(全州)와 남원(南原) 고을의 진위대(鎭衛隊)임을 알려 왔다. 선생은 말하기를, “이들이 왜병이라면 마땅히 사전(死戰)으로 결판을 내어야 하나, 이들이 진위대군이면 우리가 우리를 서로 공격하는 것이니, 어찌 차마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고, 임병찬을 불러들여서 싸우지 말도록 하고, 사람을 보내어 양대에 편지를 보내어, “너희들이 왜군이라면 당연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이나, 싸우지 않는 것은 동포끼리 서로 죽이는 것을 나는 차마 할 수 없어서이니 즉시 물러가라.”

최익현은 같은 조선인이기에 차마 칼을 겨누지 못하였고, 관군에게 붙잡히게 된다. 이러한 면암의 모습에 무기력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암은 같은 핏줄끼리 칼을 겨눠야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원치 않았던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늘날 보수단체가 보여주는 의병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보수단체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촛불시위대와 대립하고 있다. 진정한 의병이고 진정한 보수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자문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라면 면암 최익현 선생이 어찌하여 칼을 내려놓았는지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적어도 구한말의 보수는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외국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멸시한 우국충정의 선비들이었다.

촛불시위도 점차 과격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인 행동과 경찰의 강제진압을 본다면 가슴으로는 이해되지만 이성으로서는 냉철해져야할 시점이다.

혁명과 항쟁은 대다수가 피로서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또한 그렇게 이룩되었다. 지금의 현실은 20여 년 전, 민주화운동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안정국으로 치닫게 하는 현 정권에게 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집단지성을 보여준 국민은 또다시 그 집단지성을 보여 다시 한 번 초심에서 생각해 볼 때이다. 촛불이 상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국민 전체의 공감을 사기 위해서는 한번 촛불시위도 이 시점에서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정부보다 더 성숙한 모습의 촛불집회의 모습을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보수단체의 집회와 구한말 의병장이었던 면암 최익현선생의 모습을 비교해서 쓴 글입니다.



태그:#촛불집회, #보수단체, #촛불항쟁, #최익현, #구한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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