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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장관 고시 관보게재 강행 방침으로 전국에서 분노의 촛불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밤 수원시 영화동 한나라당 경기도당 앞에서도 수십개의 촛불들이 켜졌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원감시단'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가칭 '수원 촛불기획단'이 마련한 이 자리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어린 아기를 안고 나온 젊은 주부들과 학생, 중장년층 회사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장은 비록 참가자는 적었지만,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비판과 주장은 거침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를 또 다른 '국민 기만극'이라고 규탄하면서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등 공세를 취했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러나"

 

한나라당 경기도당 부근에 산다는 노아무개(수원시 영화동)씨는 "장관고시 관보게재를 유보하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돌변한 이명박 정부의 기만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라면서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노씨는 이어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정부가 수입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외면하고 고시 관보게재를 강행한다면 더 큰 국민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재협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현재 귀농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고아무개(수원시 팔달동)씨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는 역대 최악의 정부이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라면서 "이 정부의 거짓말은 이제 어린이들도 다 알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정부의 추가협상 문제를 겨냥해 "검역주권 등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미국한테 제대로 보장받은 게 없다"라면서 "고시 관보게재는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30대의 한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담화에서 많은 것을 반성했다고 밝혔는데, 오늘 서울 촛불시위에서 많은 시민들이 경찰에 잡혀간 것을 보고 과연 무엇을 반성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에게는 겸손하고, 외국에는 당당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촛불 줄었지만 국민 마음속 분노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

 

화성시 동탄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오늘 서울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어린아이까지 붙잡아 '닭장차'에 가뒀다고 한다"라면서 "그야말로 정신나간 정부"라고 성토했다.

 

그는 "요즘 촛불 숫자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들 마음속 분노의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할 때까지 촛불을 들고 함께 하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촛불 집회장을 지나다 합류한 50대 중반의 남성 시민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그동안 촛불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서울의 집회상황 등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촛불시위대를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것을 겨냥해 "우리가 빨갱이냐"라고 물었다. 그는 참석자들이 일제히 "아니요"라고 답하자 "여기 계신 분들은 빨갱이가 아니다"라면서 "만약 우리가 빨갱이면 그들은 무장공비"라고 일갈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일부는 서울 촛불시위에 합류하기 위해 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촛불기획단은 당초 수원역 광장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 등을 주제로 '길거리 토론회'와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후 장관 고시 관보게재 방침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경기도당 앞으로 급히 집회장소를 변경해 진행됐다.

 

경찰은 100여명의 전경들을 긴급 투입해 한나라당 경기도당 당사 정문과 집회장 주변에 배치했으나 집회 참석자들과 충돌은 없었다.


태그:#쇠고기 재협상,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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