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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오후 6시 30분, 서면 쥬디스 태화에는 무대가 차려졌으며 청소년극단 "눈동자"가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전교조에서는 광우병 쇠고기를 이용한 급식 저지 및 공교육 시장화 저지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다함께"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선전물이 돌고 있었다.

 

오후 6시 50분, 사람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하면 사람이 모이는 속도가 늦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급속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오후 7시 5분부터 청소년극단 "눈동자"가 공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이 이 공연의 주제였다. 공연은 7시 30분에 끝날 때까지 약 25분간 계속되었다. 그 25분 사이 인파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촛불은 공연이 끝난 7시 30분 이후에야 켜졌다.

 

이번 집회 사회는 한 시민이 사회를 맡았다. 집회가 시작되자 "너도나도 촛불 들고 재협상을 쟁취하자", "관보게제 포기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자유발언은 4명만 받겠다고 했다. 감만 부두로 행진하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아리랑"이 연주되었다.

 

곳곳에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깃발이 보였으며 "아고라" 깃발까지 등장했다.

 

첫 번째 자유발언자는 쇠고기 고시 강행과 검역주권 등을 성토했으며 추가협상은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원이라는 두 번째 자유발언자는 "아침이슬을 자기도 즐겨 불렀다는 등 고개를 숙이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던 그 사람이 5일밖에 안되었는데 7월에는 공기업 민영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치고 돌아버리겠다"라고 한 뒤 "'장이'와 '쟁이'가 있는데 '장이'는 어떤 기술에 능한 사람을 말하고 '쟁이'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거짓말쟁이'가 맞으나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거짓말장이'다"라며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비판했다.

 

그 다음 전교조 선생님들이 나와서 공연을 했는데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같은 급식을 먹는다. 문제를 같이 해결하도록 하자"라고 한 뒤 이어 노래를 불렀다.

 

다음으로 사회자가 동아일보 만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광우병에 대한 거짓된 정보를 알고 있는 전교조 교사 때문에 학생들이 선동당하고 있다. 지금은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교사들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동아일보의 기사를 읽은 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아니오!", "찌라시!" 등 동아일보를 규탄하는 말들이 쏟아냈다.

 

이어 세 번째 자유발언자가 자유발언을 했다. "월요일 김종훈씨(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가 미국에 가서 추가로 협상당하고 나서 결과를 이야기했다. 오늘은 기사 프린트해서 봤는데 합의(agreement)는 없고 영어로 "discussion" 수준이었는데 합의를 본 것처럼 거짓말했다. 그 내용도 본문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부칙에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자유발언자는 자유발언을 마치고 나서 "고시를 철회해! 고시를 철회해!"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사회자가 한마디 했는데 "대학생들 농촌봉사활동(이하 농활) 많이 갔는데 경상남도 거창에서 부산대 농대랑 거창군민들과 같이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하니 시민들이 환호를 질렀다. 사회자는 "촛불은 오늘 내일이 중요하다! 오늘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도 말했다.

 

오후 8시 20분께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자기 자리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정리했다. 오후 8시 23분, 시민들이 거리로 나갔다. 그러자 부산진경찰서에서 나왔다고 하는 경찰이 "도로 행진은 불법이다. 퇴근 시간이다. 인도로 통행해 달라"라고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열을 정비했다.

 

오후 8시 32분, '미친 쇠고기'를 막기 위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고시철회 협상무효", "쥐새끼를 잡아내자",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부산시민 함께해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필자는 서면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을 상대로 인터뷰했다. 시민 A씨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우는 아기 달래듯 하는 것 같은데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시민 B씨는 이명박 정부가 전반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8시 45분 시민들은 범내골교차로를 통과했다. 구호는 계속되었다.  오후 9시 정각, 시민들은 현대백화점 앞을 지나 조방로에 진입했다.

 

필자는 자유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시민 C씨는 시위에 대해 "젊은 사람들 있으니 발전 가능성이 있으나 오래하면 안 된다"고 했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30개월 이상은 들여와서는 안 된다. 다 자식들 먹게 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시민 D씨는 "시위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 만큼 쇠고기 재협상 등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9시 11분 범일교차로를 통과하여 자성로에 진입했다. 9시 17분 시민들은 문현교차로를 통과하여 충장로에 진입했다. 필자는 문현교차로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 2명과 인터뷰를 했다. 시민 E씨는 "쇠고기 수입은 괜찮으나 다른 것은 안 좋다. 다만 광우병 쇠고기는 안 들여왔으면 좋겠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나 시위가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 F씨에게 쇠고기 정책에 대해 물어봤더니 "대부분 부정적이다. 먹는 것은 다른 재화와는 달리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협상 주도자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쇠고기를 먹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대운하는 안 된다. 새만금 사태만 봐도 안다. (새만금의 경우)본 목적은 농지를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다른 용도로 바뀌었다. 국토 개발은 신중을 아주 많이 가해도 모자란다"고 했다. 이어 경제 정책에 대해서 그는 "성장우선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할 수 없다. 성장과 분배 모두 중요하나 분배에 역점을 둬서 실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이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능력이 모자라다. 경제적으로 잘 살 거라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시위대를 따라잡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시민 2명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시민 G씨는 "시위 하는 건 좋지만 국민들 시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했고 "쇠고기는 30개월 미만만 들여와야 된다"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시민 H씨는 "미국산 쇠고기 들어오면 안 사먹으면 된다. 시위하는 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 들어오면 많이 사먹을걸. 답답하다 우리가 (정부를)믿어야 된다"고 말했다.

 

필자가 버스에서 내릴 때 시민들은 이미 동천삼거리에서 우암로에 진입해 적기뱃머리 앞을 통과하고 있었다. "고시철회 협상무효"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손을 흔들면서 시민들의 의사를 지지했고 일부 화물차들은 규칙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오후 10시 6분, 시민들은 감만사거리를 통과하여 감만부두로 향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감만1동을 통과하자 당구장에 있던 다른 시민들이 손을 흔들면서 지지했고 감만현대아파트 일부 주민들도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지지했다.

 

시민들은 감만현대아파트교차로에서 잠시 멈추었다. 감만현대아파트사거리 부근에서 한 시민이 감만 부두에 대해 설명을 했다.

 

"감만 부두에는 미국산 쇠고기들이 많이 보관되어있다. 26일 관보게제가 되면 시내에 유출된다. 부산시민이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상태서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은 감만 부두 앞에서 수송을 거부하고 관보게재를 철회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들이 수많은 병력과 차벽을 감만 부두 입구에 설치했다. 그 앞까지 가서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평화적으로 알려야 되지 않겠느냐."

 

그의 말에 시민들은 환호를 지르며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쳤다. 시민들은 감만 부두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감만 부두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찰병력이 입구를 원천봉쇄한 상태다. 시민들은 경찰 저지선 앞에서 "고시철회 협상무효",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태그:#부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서면, #감만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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