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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의 대가는 상상보다 더 혹독했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명박 정부의 대미 외교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7월 방한 무산으로 위기에 처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 정국은 이명박 정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부시 답방까지 저지시켰다.

 

'촛불'을 피해 정상회담 장소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옮겨도 보고, 추가협상에 대한 반발에도 고시 강행 방침을 세워도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미국 정부는 공동 발표도 아닌 기자회견 형식으로 '7월 방한 무산' 사실을 공개해 이명박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백악관에서는 '8월 방한설'을 흘리고, 청와대에서도 마지막 희망을 놓지 못한 채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이마저도 미국 대선 여파로 성사 가능성이 요원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한·미간 전략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 채택 문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저희들 마음에 7월이 있었던 것은 사실"

 

"지난번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이 '가급적 빨리 답방하겠다'고 해서… '가급적 빨리' 이런 말 때문에 저희들 마음에 7월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5일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무산'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방한) 날짜를 정한 것이 없었지만 언제 방한하는 것이 좋을지를 두고 검토한 결과 7월보다는 다른 때가 좋겠다고 미국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며 "많은 검토가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7월 방한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막연히 7월로 상정했을" 뿐 양국 정부가 7월이라고 방한 시기를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7월 방한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방한 성과가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게 이유가 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사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왔을 때 뭘 하고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여러가지를 검토해" 방한 시기를 정해야 한다. 그래서 '막연히든, 마음 속에 품었든' 7월이 좋았다.

 

미국 대선 후보들의 본격적인 선거레이스가 시작되는 8월부터는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이 급속도로 가속화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전략동맹'의 미래비전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적으로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미 부시 행정부에게는 합의를 뒷받침할 여력이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일단 7월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청와대와 외교부는 부시 대통령이 오는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방한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주 미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헬기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있다.

 

8월 방한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때 확실히 (방한이) 이뤄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외교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에 목을 맸고, 정상회담 장소를 서울이 아닌 제주도로 변경해 제안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실제 <워싱턴포스트>는 23일 "한국 정부가 쇠고기 반대시위 가능성이 높은 서울 대신 제주를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했지만 백악관으로부터 좋은 반응은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물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도 워싱턴포스트에서 왜 그런 기사를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애써 부인했다.

 

국민 여론을 살펴가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담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를 발표하겠다던 정부·여당의 기류가 하루 만에 바뀐 것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관 고시를 조속히 진행해 쇠고기 협상에 대한 미국측의 불신감을 해소하고, 부시 대통령의 방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백악관의 분위기를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도유망한 양국관계가 흔들리고 있다'(A Promising Relationship Falters)는 제하의 기사에서 '백악관은 요즘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동하지 않고 있다'(White House is not thrilled with Lee these days)며 쇠고기 사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양국 정부가 동시에 성명 형식을 통해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연기소식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일문일답 과정에서 밝히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공식적으로 같이 발표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기자들이 둘러싸인 자리에서 대답을 해 우리도 그 배경을 물어봤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측의 방한 연기 발표는 한국 정부와의 사전 조율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된 셈이다. 전날(24일) 오후까지만 해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 여부는 이번 주말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결정될 것"이라던 외교부와 청와대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쇠고기 협상부터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력'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일본에서 한미 정상회담... 부시 얼굴만 쳐다보고 오려나?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도야코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 1박2일 일정으로 참석,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애초 잡힌 일정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7월 도야코 G8 정상회의 이후 (한국에) 오지 않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야코에서 보자고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양국 관계를 과거보다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미관계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도 "사실 7월 방한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새로 정한 것이라 무엇을 논의할지는 더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도야코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은 급하게 잡힌 일정인 데다가,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워낙 짧고, 사전 의제 조율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담의 실질적이고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부시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다가 올 공산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구체적인 전략없이 지난 정권과 차별성만 강조하면서 별 문제 없는 한미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서두르다가 정작 정상회담 조차 제때 못하는 상황이 됐고, 종국에는 한미간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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