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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병풍처럼 우리의 시아에 나타났다. 그 장엄함에 얼마나 감탄스러웠던지!
▲ 병풍바위 바위가 병풍처럼 우리의 시아에 나타났다. 그 장엄함에 얼마나 감탄스러웠던지!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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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광경의 파노라마

멋진 바위산의 장관은 계속 펼쳐졌다. 고개를 두 번째 넘으면서 이미 다리는 지쳐 있었지만 고개를 넘어설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에 금방 기분이 회복된다.

눈앞에는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일명 '병풍바위'라 한다. 병풍바위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의 풍경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빼어났다. 과연 '단양 팔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병풍바위를 조금 지나면 둥지봉이다. 해발 430m. 그리 높지 않지만 산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 길이라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니었다. 암반으로 형성된 거대한 바위 능선의 최고봉이 둥지봉이다. 새가 알을 품고 있는 기암이 있어서 둥지봉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 보내고 있었다. 둥지봉에서 각자 가져온 점심식사들을 꺼내었다.

“길목인데 괜찮겠어요?”
“할 수 없다. 앉을 곳이 여기밖에 없네.”
“자! 배가 고프니 얼른 먹자.”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먹는 점심은 소찬이라도 성찬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두런두런 이야기까지 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가 부르니 힘이 다시 솟는다.

충주호를 왕래하는 유람선
▲ 유람선 충주호를 왕래하는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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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봉에서 점심을 먹은 일행은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산은 그리 높지 않고 길이 험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만나는 바위를 타는 재미가 있다. 로프가 일일이 매어져 있어 영차하고 올라서면 힘겨울 것 같던 바위 위에 훌쩍 올라설 수 있다.

능선을 따라 바위 끝에서 전망을 바라보노라면 충주호를 왕래하는 유람선들이 눈에 띈다. 아름다운 충주호에서 하얀 꼬리를 그리며 다리는 유람선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관광 가이드의 설명하는 소리가 산에까지 닿는다. 

가은산 정상을 밟기 위해서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은 평범하여 산책 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가은산으로 오르는 길은 벼랑길과 바위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틈마다 소나무가 발을 붙이고 어렵게 생명을 잇고 있다. 가끔씩 바람에 밀렸는지 아니면 제풀에 넘어졌는지 바위에 뿌리째 내리지 못하고 뿌리 채 뽑힌 소나무가 쓰러져있다.

가은산 정상 부근에서 삼거리를 만났다. 오른쪽 길로 조금 가면 가은산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한 일행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표석하나만 확인하고 돌아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상천리 방향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위들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곰바위 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곰의 형체는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위 윗부분에 곰이 웅크린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 곰바위 곰바위 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곰의 형체는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위 윗부분에 곰이 웅크린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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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상천리 등산로를 따라 가면 거대한 기암들이 즐비하다. 그 길 위에 곰바위가 있다고 했다. 곰바위라고 하는 바위를 만났다. 그러나 곰의 형상은 찾을 길이 없다. 결국은 찾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여정에 올랐다.

길게 늘어뜨려진 밧줄을 타고 거대한 바위를 올랐다. 진짜 산악인이 된 기분이다.
▲ 바위 등정 길게 늘어뜨려진 밧줄을 타고 거대한 바위를 올랐다. 진짜 산악인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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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가 당당한 위태로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힘이 소진될 대로 된 일행은 그 위용에 눌려버렸다.

"이 길밖에 없어? 회장님이 먼저 올라가 보고 다른 길이 있으면 알려줘."

벌써 산행 4시간이 경과된 시간이라 모두 지쳐서 나온 소리이다. 회장은 로프를 잡고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바위로 올랐다.

"이쪽으로 올라오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길은 이 길밖에 없네요."

회장이 바위 위에서 소리를 질러 일행을 불렀다. 저 큰 바위를 오르기가 쉽다고? 반신반의하면서 일행은 다시 밧줄을 잡고 올랐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등반은 험준한 바위 사이로 비집고 가야하는 길도 만난다.
▲ 바위사이로 등반은 험준한 바위 사이로 비집고 가야하는 길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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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은 바위산을 헤집고 계속되었다. 바위 사이로도 지나가야 하고 바위 위로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 바위 사이로 가는 길은 오히려 고맙다. 바위에 기대어 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기와지붕 바위 앞에서 바라본 암반산 전경이다. 산이 온톤 바위로 이루어졌다.
▲ 안반산 전경 기와지붕 바위 앞에서 바라본 암반산 전경이다. 산이 온톤 바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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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바위 앞에까지 도착했다. 멀리 암반산이 보인다. 우리가 밟고 있는 산 전체가 암반이다. 이렇게 기가 막힌 산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바위가 기와지붕 처마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글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구름다리라고 붙이면 어떨까?
▲ 기와지붕 바위 바위가 기와지붕 처마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글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구름다리라고 붙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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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바위! 바위가 기와지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그런데, 기와지붕 같지는 않다. 다만 바위가 지붕의 처마처럼 하늘에 떠 있다. 그 곁엔 굴바위가 있다. 큰 바위 아래로 바위들이 모여 작은 굴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굴바위는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길과 통하게 되어있었다. 

거대한 바위아래 굴이 뚤려있다. 그 아래로 지나가면 다시 등산로가 나타난다.
▲ 굴바위 거대한 바위아래 굴이 뚤려있다. 그 아래로 지나가면 다시 등산로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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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바위를 통과하는 일은 재미있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틈만 있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하듯이 굴 바위를 지났다.

암반산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모습
▲ 충주호 암반산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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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바위를 지나 능선을 오르면 시원하게 트인 풍광 너머로 충주호가 다시 시원스레 보인다. 산 능선에서 만나는 풍광은 어디서든 아름다웠다. 등산객의 힘겨운 산과의 씨름을 단번에 보상해 준다. 오르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이 맛!

이게 뭔지 아나?

이 그릇 안에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모아 술을 담근다고 한다.
▲ 다람쥐 술단지 이 그릇 안에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모아 술을 담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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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지 아나?”
“…….”
“이게 바로 다람쥐 술 담궈 먹는 그릇 아이가. 여기에다가 도토리 모아 놓고 다람쥐가 술을 담궈 먹는 기라.”
“정말 그래요? 와! 술을 담궈 먹을 수 있겠네. 어쩌면 이렇게 홈이 파졌을까!”

밥주발보다 조금 큰 나무옹이에 속이 비어 있어서 그릇 구실을 하게 생겼다. 다람쥐가 술을 담궈 먹는다는 생각이 기발하다. 옛 어른들은 이런 산길에도 이야기 하나쯤은 숨겨 놓았을 것이다. 산마다 전설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드디어 하산길!

“물집이 터진 것 같습니다.”

평소 산행을 하지 않던 일행 중 한 명의 발에 문제가 생겼다. 모두 많이 지쳤다. 잘 모르는 산길을 길을 찾아 몇 번씩 되돌아 가는 바람에 마음이 더 피곤해진 탓일 것이다.

이미 다리는 많이 지쳐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듯 낙엽이 수북하다. 바위 길은 아니지만 경사가 심해서 밧줄이 길게 놓여있다.

뱀이 따먹는다는 뱀딸기이다. 어릴적 앙증맞은 이 딸기를 뱀이 먹는다는 말에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 뱀딸기 뱀이 따먹는다는 뱀딸기이다. 어릴적 앙증맞은 이 딸기를 뱀이 먹는다는 말에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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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빨간 뱀딸기가 앙증맞다. 어릴적 뱀딸기니 먹지 못한다고 어른들이 주의를 주었다. 어린 마음에 이 뱀딸기가 있는 곳이면 뱀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아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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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들국화가 하산길에서 환하게 웃어 주었다.
▲ 들국화 작은 들국화가 하산길에서 환하게 웃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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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들국화!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작은 얼굴 위로 산 그림자가 누워있다.

산수유 알이 영글었다
▲ 산수유 산수유 알이 영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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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의 싱그러운 열매는 여름 내내 단단히 여물 것이다. 멋진 산행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태그:#가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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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사랑합니다. 그 영롱함을 사랑합니다. 잡초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아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벌이는 지 아십니까? 이 잡초는 하루 종일 고단함을 까만 맘에 뉘여 버리고 찬연히 빛나는 나만의 영광인 작은 물방울의 빛의 향연의축복을 받고 다시 귀한 하루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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