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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도 없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금도 사전에 버젓이 나오는 보릿고개 시절을 누군들 넘고 싶어서 넘었던가. 사전에서나 보면 되었지 만나는 일은 애써 피하고 싶은 게 보릿고개다. 그런데,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신(新) 보릿고개'라는 게 요즘 아주 말썽이다. 그리고, 그 말썽이 예사롭지 않은 건 아무래도 오래 갈 것 같다는 데 있다.

고유가 시대란다. 유가 급등은 사실 결코 남 얘기도 아닐 뿐더러 자동차에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님을 이제는 누구나 다 안다. 당장에 자가용 차 이용률이 떨어지고, 대중교통 이용률이 오르며,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전자기기 사용량도 줄인단다. 사실상 누구에게나 고정지출비인 유류비는 가장 먼저 아껴야 할 부분이다.

유가 급등이 범위로 보나 기간으로 보나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발 등에 떨어진 불'로 보고 정부 정책에 앞서 각자 알아서 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新) 보릿고개' 풍경을 담던 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유가 잡기' 또는 '물가 잡기'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세상에 널린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주워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편안하기 그지없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챙겨보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변화에 둔한 남성이라면 일부러라도 집안을 돌아보면 좋겠다.

밖에서 물가 잡기 전, 집에서부터 물가 잡자!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요즘같이 유가 급등, 물가 급등 때문에 가슴 쓸어내리는 때에 집 안부터 다시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절약 생활 비법을 찾아본다.

전자레인지는 상황에 따라선 거의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제품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안 쓰는 전자제품에 전력을 낭비하는 경우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게다.
▲ 전원 빼 놓은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는 상황에 따라선 거의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제품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안 쓰는 전자제품에 전력을 낭비하는 경우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게다.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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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 쓰는 가전도구 플러그 반드시 빼놓기

집 안에 있는 가전도구들을 보면,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쓸까 말까 하는 것도 있고 특정 시간에만 쓰고 마는 것도 있다. 잘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플러그를 계속 꽂아 둘 이유가 없는 것들이 많다. 늘 끼고 사는 TV, 오디오도 안 보고 안 들을 땐 플러그를 빼두자. 세탁기 같은 경우에도 사용하고 나서조차 그대로 껴놓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게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는 아마 쉴 틈이 없어질 게다. 그런데, 에어컨이나 선풍기 전원을 켜놓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든 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플러그를 껴놓고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도 자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뭔가 데울 일이 있을 때만 쓸 뿐, 전자레인지 역시 평소에는 플러그를 빼놓아야 할 물건이다.

이런 식으로, 안 쓰는 가전도구 플러그가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살펴보자. '유가 잡기' 또는 '물가 잡기' 방법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리라.

우리집 수도꼭지는 왼쪽으로 돌리면 온수가 나오고, 사진에서처럼 오른쪽으로 돌려놓으면 냉수가 나온다.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해놓으면 온수 상태 유지를 위해 그만큼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
▲ 수도꼭지는 항상 냉수 쪽으로 돌려놓기 우리집 수도꼭지는 왼쪽으로 돌리면 온수가 나오고, 사진에서처럼 오른쪽으로 돌려놓으면 냉수가 나온다.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해놓으면 온수 상태 유지를 위해 그만큼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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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돗물 손잡이는 항상 차가운 물 쪽으로 돌려놓기

혹시, 수돗물 손잡이가 평소에 주로 어느 쪽에 있는지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찬 물 쪽에 있을 때와 뜨거운 물 쪽에 있을 때를 잘 살펴보는가? 혹시, 수돗물 손잡이를 뜨거운 물 쪽에 놔두면 그만큼 큰 돈의 밑거름인 푼돈이 술술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마, 다들 알면서도 실제로 이것을 주의깊게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게다.

적지 않은 이들이 수돗물 손잡이를 아무렇게나 놔둔다. 뜨거운 물 쪽으로 손잡이를 놔두면 그만큼 눈먼 돈이 반드시 빠져나간다! 공동난방이라면 온수급탕비가 오를 테고, 개별난방이라면 가스비가 오를 게다.

3. 다 쓰고 버리는 물 한 번 더 활용하기

세수나 목욕을 하고 난 후, 그 물은 대개 그대로 하수구로 들어간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변기 물 내리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세수할 물을 크고 작은 바가지에 담아서 모아두었다가 그 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더 사용하자. 변기 물 내리거나 간단히 청소하는 데 사용하자. 조금만 신경 쓰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잘 생각해보면, 머리 감을 때나 목욕을 할 때에 생각보다 많은 물을 쓴다. 그럴 때 눈먼 돈 이상으로 눈먼 물이 그대로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술술. 그런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처음 쓰는 맑은 물 거의 그대로 적잖은 양을 모을 수 있다. 머리 적시기 위해 처음 쓰는 물을 생각해보시라. 거의 맑은 물 그대로다.

이렇게 맑은 물이나 다름없는 물이라면 화장실 청소용으로도, 경우에 따라선 현관 청소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 싶지만, 적어도 욕실 내에서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실에서 쓰고 남은 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활용하는 것 외에 다른 부분은 집집마다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되겠다.

4. 햇빛을 잘 이용하고, 불필요한 전력 낭비 줄이기

그냥 고유가 시대도 아니고 '초고유가' 시대라고 해야 할 요즘에,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그 대신 자연 동력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집 안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공간에서 일을 보면서 전기를 아낀다든가, 되도록 낮에 집안 일을 많이 해둔다든가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비단 (여성)주부만이 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밖에 있는 햇빛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일에 동참해야 할 때이다.

어느 어머니는 아이들이 거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때 당신 일을 하신다는 말을 하셨다. 햇빛이 잘 드는 때를 잘 이용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만큼 평소에 집안에서 물가 잡기에 신경을 쓰셨고 요즘은 더 그렇게 하신다는 말씀이었다. 요즘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몰려오는 그 불편함을 굳이 참아가면서.

저녁 6~7시쯤 찍은 사진. 약간 일부러 모양새를 잡고 찍은 사진이지만, 요즘 실제로 이렇게 저녁 시간(18~21시 사이)에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있으려고 노력한다. 같은 공간을 몇 시간이나 같이 쓰는 것이 의외로 낯설고 힘들어서 일종의 훈련을 하는 면도 있다.
▲ 함께 쓰는 거실 저녁 6~7시쯤 찍은 사진. 약간 일부러 모양새를 잡고 찍은 사진이지만, 요즘 실제로 이렇게 저녁 시간(18~21시 사이)에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있으려고 노력한다. 같은 공간을 몇 시간이나 같이 쓰는 것이 의외로 낯설고 힘들어서 일종의 훈련을 하는 면도 있다.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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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실을 가족 공간으로 바꾸어보기

꼭 같이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기름 값은 물론 모든 물가가 언제 또 오를지 모르는 시대라서 집안에서도 되도록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사실 찾아보면 그 방법은 많다. 우선 거실을 가족공간으로 만드는 데에 좀 더 신경을 쓰자.

한밤중이 아니라면, 거실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누구는 책을 보고, 누구는 TV를 보다가, 한 자리에 모인 가족 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일도 더 많아질 게다. 일부러라도 같은 공간을 같은 시간에 쓴다는 것은 적잖은 효과를 불러온다. 틈나는대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침묵을 지키기란 의외로 어려운 일이 될 게 분명하다!

세 번째 '신(新) 보릿고개'를 넘으며

아마, 이 정도만 해 주어도 우리는 집안에서부터 물가 잡기를 손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게다. 대개 남성은 차 외에는 물가 변화에 둔하다. 그렇다면,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 집안을 돌아보는 남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제까지 나눈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편안하기 이를 데 없는 곳'에서부터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 고유가 시대 생활방식을 각자 찾아보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게다. 이를 위한 작은 목소리 한 번 내봤음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요즘 나는 아주 참기 힘든 고역에 온 몸을 비틀 때가 많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다. 예전부터 해오던 일 중 하나는 인터넷으로 알아보아야 할 일을 한번에 확인하는 일이다. 이메일, 핸드폰 요금, 주요 기사 등 그날그날 알아보고 싶은 일을 생각해두었다가 한 번에 이용하려 애쓴다. 그런데, 사용시간을 재가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은 아주 힘들다.

굳이 시간을 정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인터넷이 없다면 문서작업 정도만 하고 말텐데, 컴퓨터와 연결된 인터넷은 나를 한없이 '거미줄 세상'으로 끌고 들어간다. 컴퓨터 시대이고 인터넷 시대라지만 우리는 분명 모든 일에 참견할 필요도 없고 그럴 시간도 부족하다. 자기 분야과 관심사부터 집중하고 그 외에는 타인과 적절히 나누어 하면 좋겠다.

쓰지 않는 가전도구 전원을 꺼놓는 것, 햇빛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 거실에서 함께 시간보내는 노력은 아주 작은 행동이면서도 적잖은 의미와 기쁨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어찌보면 이미 다 아는 일을 말했을 뿐이지만, 이 글이 우리 생활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여러분 가정에서 전기 빠져 나가는 소리, 물가 올라가는 소리가 쏙 들어가길 바란다. 대신 함께 하는 기쁨은 거침없이 늘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신(新) 보릿고개'는 이제 시대 유행어가 되려나 봅니다. 곳곳에 널린 '신(新) 보릿고개'를 넘고 넘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려 합니다.



태그:#신 보릿고개, #물가, #고유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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