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와 무관하게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촛불정국의 제2라운드로 비화될 조짐마저 없지 않다.

 

불씨는 '촛불'이 지폈다. 지난 5월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은 의외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파괴력도 컸다. 촛불의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조·중·동은 촛불이 잦아들 조짐을 보이자 즉각 반격에 나섰다.

 

촛불 잦아들자 반격에 나선 '조중동'

 

 

그 반격의 선봉에는 <조선일보>가 섰다. 주부들이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펴고 있던 요리·생활 사이트인 82쿡닷컴을 비롯해 포털사이트인 다음 등에 불매운동 관련 글들의 삭제를 요청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는 공문을 보낸 것을 비롯해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사이버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광고주들인 기업과 검찰 등 사법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대열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가세해 연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조·중·동의 총력 동원 체제에 전경련 등 경제5단체까지 바람을 잡고 나섰다. 급기야 검찰과 경찰은 물론 법무부까지 엄단 방침을 밝히고 관련기관 대책회의까지 가졌다. 여기에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참여하고,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조선일보>가 24일 1면 머리기사로 전하고 있는 소식이다.

 

이상한 일이다. 언론에 대한 광고압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언론사에 대한 광고압박에 대해 기업은 물론 정부의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이처럼 그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나선 적은 일찍이 없었다. 말하자면 법무부와 검찰·경찰이 지금처럼 '언론자유의 수호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적은 일찍이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주지 않았다. 공공연하게 삼성에 비판적인 신문사들에게 어떻게 삼성 광고를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광고는 광고주 마음대로 싣는 것이라곤 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이유로 광고를 주지 않는 행위는 명백히 자유언론을 위협하는 부당한 압박행위다. 그것도 광고주라는 유리한 입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력을 앞세운 부당행위일 수 있다.

 

삼성의 이같은 광고 안 주기는 그것이 아무리 광고주의 재량에 속한다곤 하지만 그 의도와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비판적 보도의 위축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재력을 앞세워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반사회적 행위이자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반헌법적 행위일 수 있다. 또한 제반 사회적 규범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준수하고 존중해야 할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저버려 결과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선 반기업적 행태이기도 하다.

 

<한겨레><경향신문><MBC>도 광고주 압박 받았는데..

 

삼성의 사례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에게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과 똑 같은 사례를 들 수도 있다.

 

2005년 11월 29일 MBC PD수첩은 단 한편의 광고도 없이 방송을 했다.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방송의 후폭풍이었다.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MBC 광고주 불매압력이 가중됐고, 기업들은 앞다퉈 PD수첩의 광고를 뺐다. 기업들은 MBC에 광고를 주지 말라는 누리꾼들의 전화 공세 등을 견딜 수 없었다. 사회적 여론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PD수첩만이 아니었다. MBC뉴스데스크도 그 대상이 됐고, 성난 누리꾼들의 광고주 불매 압력은 MBC 모든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그 때 검찰과 경찰은 누리꾼들을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나섰던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 그 어느 쪽에서도 누리꾼들의 MBC 광고주 불매운동을 불법이라며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도 없었다. MBC 또한 누리꾼들을 사이버 테러리스트라며 그들을 불법행위자로 매도하거나 그들에 대한 형사 처분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 경찰은 왜 뒤늦게 누리꾼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언론자유의 수호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그들은 과연 그런 역할을 할 수는 있는 것일까? 지금 검경이 천명하고 있는 것처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는 누리꾼들을 엄단하면 과연 한국의 언론자유는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굳게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일까?

 

법무부와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두고두고 관심사이자, 그 자체가 전혀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중·동은 누리꾼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업무방해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누리꾼들의 거친 항의나 게시글 등이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법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검경이 앞으로 누리꾼 하나하나를 발본색원해 그 범죄혐의를 어떻게 입증해내는지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또 그런 연후에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조·중·동이나 사법처리에 나선 검경에게도 치명적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영혼 없는' 검경, 시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조·중·동으로서는 <조선일보>가 24일 1면 머리기사에서 전한 대검 주례간부회의 분위기처럼 "광고 중단을 무기로 언론사를 협박하는 세력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와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판결'이 조·중·동의 희망대로 나올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사안 자체가 치열한 법리다툼이 불가피한 복잡 미묘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진화하고 있는 시민운동, 나아가 소비자운동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따지게 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그 파급 효과가 더욱 커지는, 그러다가 '빅뱅'을 불러일으킬 풍선과도 같은 쟁점이 될 것이다.

 

참고로 조·중·동은 누리꾼들의 광고주 불매운동 자체를 반기업적이라며 문제삼고 있지만,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운동은 지구촌의 일반적 규범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벨기에의 평화운동단체인 플랑드르 네트워크 같은 경우는 2004년 벨기에의 다섯 개 주요 금융그룹들이 싱가폴에 기반을 둔 지뢰 생산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하고, 투자자들에게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도록 하는 압박 운동을 벌여 4개 금융그룹이 이를 포기하게 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무기거래 반대운동을 제안한다'-벨기에 플랑드르네트워크 무기거래 반대운동의 활동과 성과, 나동혁, <인권오름> 제24호, 2006.10.)

 

어쨌거나 조·중·동은 처음엔 여중고교생들과, 그 다음엔 촛불을 든 시민들과 대치하다가, 이제는 '젊은 소비자'들과 또 하나의 대치전선을 긋고 있다. 그 앞에서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마치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런 모습이 시민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비칠까?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한 숭고한 전투?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다. 어찌됐든 21세기 한국언론사에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만은 확실하다.


태그:#조중동불매운동, #조중동, #광고주불매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