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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에서 언론계에 종사하던 이들의 황금기(?)는 군사독재시절이었다. 군사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만들어 낸다면 그 어떤 직업군보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걸맞은 사회적 명성을 누렸기 때문.

 

이와 반해 군사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논조를 펼치게 된다면 글을 쓴 언론인은 테러를 당할 것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 해당 신문사마저 존폐의 위기에 몰려야만 했다. 1970년대다.

 

군사정권이 일상적 언론 통제에 나서면서 자주 사용한 것이 바로 '언론검열'이다. 1970년대 중앙정보부를 동원한 언론검열의 바톤을 1980년 군사 쿠데타 이어 받은 것은 국보위. 그 중심에는 보안사가 있었다. 보안사 등을 동원한 언론검열은 1986년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말'지 9월호에 '보도지침'을 폭로할 때까지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1980년대다.

 

2008년 언론검열에 나선 법무부, 행동대원으로 나선 '대검찰청'

 

소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여론의 아젠다 형성권은 일부 특정 언론사들이 아닌 국민들 개개인에게서 나온다고 말이다. 여론은 '대중의 공통적인 생각'이고 이를 만들어 내는것이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다.

 

언론이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면, 곧 인터넷 각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누리꾼들의 활동이 곧 언론활동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다.

 

이 같은 여론과 언론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팔을 걷고 '신 언론검열'에 나섰다. '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관련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20일 검찰에 인터넷 범죄 단속을 강화하라고 특별지시했다. 인터넷 범죄단속이라지만, 촛불시위와 관련 조·중·동에 대해 광고를 싣지 말라고 압박하는 누리꾼들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6월 20일이다.

 

법무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 제공하거나 터무니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검찰이 적극 대처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은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 공유와 의견수렴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로서 유해 요소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하지만 최근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기업에 대한 광고중단 위협 등의 불법 행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행동대원으로 나섰다. 전국 검찰청에 인터넷 범죄 특별단속을 지시했다는 것.

중점 단속 대상은 인터넷에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악플'을 달아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특정인에 대한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집단적으로 비방하고 협박을 유도하는 행위, 기업체에 광고 중단을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등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다.

 

법무부와 검찰은 70, 80년대 중앙정보부와 보안사가 언론검열을 통해 정권 보위에 공헌했던 그 뛰어난 업적과 정권보위의 공헌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듯 하다.

 

'신언론검열' 지휘부는 청와대...MB "인터넷은 신뢰가 담보 되어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다름아닌 청와대의 주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질타하는 인터넷 언론에 나름의 짜증을 표한것이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언뜻 생각하면 그 같은 표현도 타당할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노사모 총회에서 회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그거요. 저도 청와대에 살아봤는데, 그거요 겁은 안 나고 기분은 되게 나쁘고"라고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저녁 청와대 뒷산에 웅크리고 앉아 바라 봤던, 명박산성 너머로 펼쳐지는 촛불행렬에 무척이나 서운함을 느껴던듯 하다. 비록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는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다"고 했지만 말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뒤이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20일 선전포고 이전 그 첫번째 희생타는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 검찰이 저작권법 위반을 구속의 이유로 들었다지만 검찰의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은 청와대 사람들 뿐일것 같다. '눈가리고 아웅'이 달리 없다.

 

법무부의 인터넷 여론 단속 방침은 '2008년판 신 언론검열'

 

1980년 언론검열과 2008년 법무부의 인터넷 여론 재갈물리기의 차이는 과연 뭘까. 기자의 눈에는 '샴 쌍둥이'와 다름없다. 아니다, 달라진 것은 있다. 중앙정보부와 보안사가 검열의 시퍼런 날을 휘둘렀다면, 지금은 검찰이 그 시퍼런 날을 물려 받은 차이 정도일 뿐이다.

 

대검찰청의 '신언론검열'이 과연 의도대로 될것인가?. 기자 개인 판단으로는 당분간은 국민의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짧은 달콤함에 불과하고 반작용으로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 올것이다.

 

대하처럼 흘러가는 국민의 '여론'과 '언론'이라는 강물을 고작 몇천명을 동원해, 플라스틱 바가지를 헐레벌떡 들고서 막아 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치 사마귀가 수레 바퀴를 막아서는 '당랑거철'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광고주를 압박한다는 누리꾼들을 잡아 들이려고 했다면, 지난 2004년 황우석 사태때 MBC 광고주를 압박했던 이들부터 먼저 잡아들였어야 할 터이다. 온라인 곳곳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협박범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냉큼 잡아들일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니 박물관에 들어가 있어야 할 '국보법'이 피 묻은 손톱을 들고 일어나고, 이제는 1986년 관속에 못 박혀 장사를 지낸 줄만 알았던 '언론검열'이 그 관 뚜껑을 열고 일어나 음습한 눈을 번뜩이고 있다. '신언론검열'의 막이 올랐다. 2008년 6월 20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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