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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PD협회장과 약속한 시간은 19일 저녁 7시. 30분쯤 일찍 KBS 근처에 도착했는데, 여의도  KBS본관 시청자광장 앞 계단과 여의도공원 건너편 인도엔 벌써부터 수십여 '촛불'들이 모여 있었다.

 

그 앞 나무에 100m 정도 되는 흰 천이 걸렸는데 이미 그 곳엔 시민들의 친필 격려문이 빼곡했다. 이날 낮 2시 열렸던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실수한 '저희 대한민국' 표현을 따온 '저희 대한민국 우리 KBS'라는 손팻말도 등장했다. 건너편엔 KBS 아나운서·기자·경영협회·방송기술인협회·PD들이 촛불에게 전하는 감사 메시지가 펼침막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본관 앞 인도를 끼고 돌아 신관으로 이동, 계단을 오르자 분위기가 확 바뀐다. KBS 노동조합에서 만들어 둔 검은색 만장 수십개가 펄럭인다. 표현이 거칠다.

 

'정연주는 제발 가라' '집에 가서 칼럼 써라' '추종 세력 함께 떠나라'

     

'추종 세력'이란 단어에 눈이 갔다. 최근 KBS PD협회와 KBS 기자협회가 KBS 노조와 보수언론으로부터 이런 공격을 받고 있다. KBS 노조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정연주 지키기에 나선 일부 PD협회 집행부는 노무현 정권이 전투경찰까지 동원해 권력의 힘으로 정연주를 KBS에 밀어 넣을 때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격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특히 KBS PD협회는 지난 1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낸 광고 때문에 더욱 거친 저항에 직면했다. 보수언론은 '촛불의 배후'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고 급기야 일부 PD들은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협회장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KBS 무너지면 다른 방송도 몽땅 무너진다"

 

그러나 양승동 PD협회장은 의연했다. "KBS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연주 찬반 프레임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협회의 존재 이유는 PD들이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소신대로 좋은 프로그램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며, 지금 협회는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싸우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 회장은 "KBS 구성원들이 '촛불'의 의미를 잘 파악했으면 좋겠다"면서 "KBS가 무너지면 다른 방송도 몽땅 무너진다"고 역설했다. 양 회장은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술을 마셨다"는 보도를 한 <동아일보>를 상대로 이미 언론중재위에 제소 및 손배청구를 한 상태다.

 

양 회장은 "촛불이 처음 KBS 앞에 도착한 날, 10년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고 말했다. 설렘과 흥분으로 다시 피워 문 담배지만 이후 정치 편향 공격, 협회 비토 움직임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스트레스성으로 번졌는지 그는 인터뷰 내내 줄담배를 폈다.

 

한국PD연합회장도 맡고 있는 양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KBS 신관 5층 PD협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한국 PD연합회장, KBS PD협회장 등 내외부 업무가 무척 많은 협회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웃으며) 그렇다. 일이 많이 터지고 있지 않은가. 요즘 통 못자 서 잠이 너무 부족하다."

 

- PD협회는 지난달 29일 비상체제를 선포했다. 비상시국이라고 판단하나.

"그렇게 판단했다. PD협회 집행부나 회원들이 모두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협회) 상근자가 거의 없다. 그런데 KBS를 둘러싼 최근 환경들은 아주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PD협회원들에게 좀 더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 다소 곤혹스러울 수 있는 이름의 단체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가 KBS 내에 발족했다.

"KBS는 항상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이다. 협회가 창립한 지 20년 됐다. 초기에는 협회장 선거가 추대 형식으로 갔는데 요 몇 년간은 계속 경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협회 집행부 노선에 반발하는 몇몇 PD가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11일 신문에 낸 광고 전후로 반발한 PD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협의회를 만든 것으로 안다."

 

"우리 노선? 공영방송을 권력에서 독립시키는 것"

 

- 협의회에서는 '협회의 정치적 편향성' 지적을 하면서 집행부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어제(18일) 사내인터넷망으로 처음 (협의회 발족) 사실을 알았다. 10여 명 된다고 한다. 모두 7개의 글이 올라왔다. 예를 들면 협회가 비민주적이고 편향적이고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미 총회 등 모든 일정은 모두 절차에 의해 규정대로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고. 편향성? 내 생각에는 지금 협회 노선에 대다수 PD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일부 PD들이 비판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 설문조사하려고 한다. 괜히 편가르기 하는 것 같아서 유보했는데 내일(20일) 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다. 또 협의회가 집행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특별감사팀 구성해서 회계감사하겠다고 밝혔는데, 좋다.

 

언제든지 해라. 솔직히 협의회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협회장으로서 볼 때 어떻게든 같이 가야지, 따로 몇 사람이 별도 조직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노선을 두고 논쟁을 벌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상식적 의견절충을 해야 한다. 어쨌든 협의회와는 공개든 비공개든 대화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 노선 갈등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현 집행부의 노선은 무엇인가?

"우리 노선? 단순하고 쉽다. 공영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PD들로 하여금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좋은 프로그램 즉 공익성·공영성 높은 프로그램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맘놓고 한번 만들어봐라 이런 분위기 만들어주는 것이다. PD협회는 정치적 결사체 아니다. 방패막 역할일 뿐이다."

 

- 정연주 사장 퇴진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말하면 KBS 노조 대 PD협회·기자협회·경영협회, 이런 양상인데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모든 프레임을 '친정' 대 '반정', 이렇게 짜기 때문이다.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동안 PD협회는 정연주 사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한 번 찾아봐라.

 

지금 정 사장 퇴진하면 상황이 뻔하다. 누가 봐도 뻔하다. 정권의 하수인, 청와대 의중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내려보낼 게 뻔한 상황 아닌가. PD협회와 기자협회 등은 현 상황에서 정사장 옹호그룹이 아니라 '공영방송 지키기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정연주가 아닌 공영방송"

 

- PD협회 소속 505명의 PD들이 지난 11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것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꽤 나왔다. 우선 KBS노조가 그렇고,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크게 다뤘다.

"'PD협회 집행부가 광고를 해서 촛불 집회자들이 KBS로 몰려와 '정연주 사수'를 외치도록 했다는 식의 보도가 났던데. 왜 이렇게 KBS PD협회를 과대평가하는지 모르겠다. 기자협회 집행부도 마찬가지 생각일텐데, 기자협회는 공격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PD협회를 제물로 삼은 모양이다(웃음).

 

지금 KBS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별감사가 시작되면서 더욱 그렇다. 나는 '촛불이 민심이다'고 믿었다. KBS 구성원들과 보수언론 모두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KBS 무너지면 다른 방송국 쉽게 무너진다.

 

우리가 선동을 했다? 촛불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그 정도 문구에 선동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시대의 변화 읽지 못하고 있는 60~7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얼마나 변했고 시민의 민주의식이 얼마나 높아졌는가. 보수세력이 그토록 얘기하든 '잃어버린 10년' 기간 동안 민주의식이 얼마나 성숙되었는가."

 

- 오늘(19일)자 <조선일보> 보도가 KBS 노조나 보수언론이 하고 싶은 얘기인 것 같다. 'PD 사회 내에선 PD협회가 신문에 '촛불집회' 광고를 내고, 민주당 일부 의원 및 지난 정권에서 친(親)정부 성향을 보여 온 단체들과 연계해 'KBS 사수' 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웃음) 이해할 수 없다. 촛불을 끌어들인다고? 그럼 저 수백개의 촛불들이 모두 단단히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인가? 촛불 모독이다. 최근 반 PD협회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는 건 아까 말했던 10여 명, 7개의 글을 얘기하는 것이다."

 

- <동아일보>는 PD협회장과 기자협회장이 촛불 시위대와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사실인가?

"안 그래도 언론중재위에 다녀왔다. 서정보 기자가 쓴 기사던데, 서 기자는 예전에도 마찬가지로 악의적인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쓰면서 간단한 전화 한번 하지 않았다. 기사가 난 뒤에 전화해 따졌더니 노조 관계자한테 들었다고 하더라. 노조에서는 그런 말 한 사람 없다고 하고. 기자협회장이랑 함께 언론중재위 제소하고 손해배상 청구했다.

 

'촛불의 배후' 운운하면서 음모 냄새 풍기기 위해 쓰는 기사의 전형이다. KBS 본관앞 촛불 문화제 한번 나가보면 금방 안다. 술? 난 거의 매일 나가지만 단 한번도 술 먹는 거 못봤다. 촛불과 KBS 일부 직원을 이제 아예 술로 연계하고 있는데 이건 매도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런 악의적인 보도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KBS 노조, 외부와 단절 안타깝다"

 

- 자, KBS 노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PD협회, 기자협회 집행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내부에서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려지고 있는데?

"참 불행하다. 87년 이후 노조가 투쟁의 중심이었다.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노조가 앞장서고 각 협회가 지원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현 노조는 대의명분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과연 방송 독립성이 확보됐는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는가? 절대 아니다. 대단히 취약하다. 나는 이 노조가 출범 당시 들고 나온 '복지대박 코드박살' 구호 역시 역사성과 철학이 대단히 부족하다고 봤다. KBS 노조가 저러면 안 되는데 생각했다.

 

KBS의 주인은 사원이 아니다. 국민이다. 국민과 호흡하려면 시민사회 진영과 KBS 노조는 확실한 교감과 교류가 되어야 한다. 연계와 연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어느 정권이고 방송장악하려고 하는 생리야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과 외부 단체들의 연대가 절대적인데 이 노조는 외부하고 완전히 담을 쌓고 있다. 안타깝다. 

 

그러면 내부에서도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언론노조와 시민사회와도 결국 관계 정상화하지 못했다. 외부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야 한다. 얼마 전 열린 공개토론회에 노조위원장과 함께 나간 적이 있는데 생각에 현격한 차이가 있더라."

 

- 노조는 계속 '어쨌든 정연주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올인하는 모습인데?

"안타깝다. 이해가지 않는다. 지금 전선이 그것인가? 그게 아니다. 그래도 내부 논쟁이 자유롭게 오가게 되면 상식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다. 곧 9월 정기국회다. 노조가 똑바로 서야 결집이 되고 그래야 공영방송 지켜낼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노조는 밖으로 열려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기 때문에 더 그렇다. 국민을 봐야 한다."

 

- 노조는 퇴진 근거로 아들 병역 문제와 경영 책임론 등을 들고 있다.

"어느 회사든 사장 평가는 엄정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노조도 그렇고 이 노조도 그렇게 그런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 노력을 조합원들과 함께 한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훨씬 운동에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다 건너뛰고 '무조건' 나가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경영 측면에서 보면 일반 CEO에 비해 능력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적자상황 등 모든 문제가 다 정연주 사장 탓이고 그래서 나가야 한다? 누가 봐도 객관적이지 않다. "

 

- 노조는 "정 사장 퇴진 후 낙하산 사장 안 받을 자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글쎄. 그게 지금 역량으로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내부 결집이 안 되어 있는 상태인데. 절대 안 된다. 자 보자 MBC 노조? 노조 중심으로 잘 결집해 있다. 그러니 현 상황에서 민영화 논의가 쏙 들어갔다. KBS는 약한 고리가 있다. 내부 동력과 구심이다. 지금 노조가 정 사장 퇴진시킨 후에 '시민 여러분, 이제 힘을 합쳐서 낙하산 반대합시다' 이렇게 외친들 그 때 가서 그게 통할 것으로 보이나. 그거 힘들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 마치고 촛불 들고 KBS로 오는 것이다."

 

- 이사회가 보도본부장 인책 안건을 상정해 월권 비판을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KBS를 둘러싼 양상이 굉장히 복잡하고 꼬여있다는 방증 아닌가?

"KBS는 이전 서기원 사장 퇴진운동 등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때는 전선이 단순했다. 내부는 단결되어 있었고 외부의 투쟁 대상은 명확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내부 동력이 단일화되어 있지 않아 양상이 복잡한 건 사실이다. 이사들도 서로 외부에 충성경쟁 한다. 그러다 보니 이사회가 저런 월권행위를 하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특히 젊은 기자들은 대단히 분노했다. 

 

이렇게 본다. 우리가 투쟁 경험이 있다고 해도 방송 민주화 역사가 짧다. 어차피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나도 확답할 수 없다. 내부의 힘만으로 정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조중동, 세상 잘못 읽으면 자멸하고 말 것"

 

- 어제(18일)도 그랬고 계속해서 고엽제 전우회 등 우익단체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거의 준 공권력 행세를 하던데…. 수백 대의 비상차량이 사이렌을 켜고 다니면서 세를 과시하고 무력시위하고. 왜 저렇게 혐오감을 주고 비상식적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엽제 문제는 민주화가 이뤄낸 결실 중 하나 아닌가. 민주화 이후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보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촛불 시민을 저렇게 협박하고 저런 시위를 벌이는 게 이해가 안 간다."

 

- 언론계에 '낙하산 사장'들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 스카이라이프에 이어 YTN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이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KBS 등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생각 더 많이 할 것이다. 우려스럽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도 큰 타격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은 정권 장악 기도에 맞서 싸웠던 기억들이 있다. 근래에 약해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기억들을 되살려내서 맞서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최근 인터넷과 촛불이 메워주고 있다. 참여민주주의·전자민주주의 발전이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권에서 대통령 맘대로 혹은 의회에서의 숫적 우위를 발휘해서 언론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보수언론이 언제 이렇게 KBS에 관심이 많았나' 싶을 정도의 공격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념 공격이 많은데?

"공영방송의 무기는 다양성이다. 쉽게 말해 이런 것 저런 것 다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글쎄…, 내가 보기에 KBS에 대단히 진보적인 프로그램이 있나? <시사투나잇> 정도? <미디어포커스>는 진보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런데 이 정도 프로그램은 한국사회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특정한 것 하나만 부각시켜서 이념이 어쩌네 저쩌네 그러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 '이념 철저한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나? 조중동, 언론기관인데도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의 보도가 자멸하는 길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세상을 제대로 읽고 공정하게 기사화한 후에 주장다운 주장을 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친 뒤 노조의 만장을 다시 지나 본관 쪽으로 가봤다.

 

밤 9시 20분. 100여 명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었다. 'PD협회가 끌여들인 촛불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생각하며 취재를 시작하려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한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자유발언을 하고 있었는다. 백번 취재보다 한 사람의 진정성 어린 발언이 훨씬 효과 있다.

 

"…여러분. 오늘 <조선> <동아> 보셨죠. 우리가 정연주 사장을 지지하는 세력의 사주를 받아서 KBS 앞에 왔답니다. 그리고는 촛불이 변질됐답니다. 우리 정말 그렇습니까. 땡볕에도 나오고 비를 맞으면서 우리가 왜 KBS 앞에 있습니까? 하납니다 하나. 대한민국 공영방송, 국민이 사수하겠다. 그거 아닙니까? 여기 매일 나와 보면 배후? 사주? 그런 생각 할 수가 없습니다.

 

KBS 노조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던데. KBS 노조에게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 우리 보고 정말 감사하다고 해야 합니다. 이건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거에요. 노조에서 앞장서야 하는 것을 지금 국민이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와서 우리랑 얘기하세요. 국민들과 얘기해 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어용노조'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 외쳐봅시다! KBS 사랑한다! (KBS 사랑한다) KBS 지켜줄게! (KBS 지켜줄게) 국민이 지킨다! (국민이 지킨다)"


태그:#KBS, #양승동, #PD협회,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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