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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래는 이랬다.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 수출입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했다. 이틀 뒤,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이 양국 정상의 논의 후속조치를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고, 지난 16일 귀국했다.

 

청와대 측에서 김 수석의 귀국 여부에 대해서조차 "말하기 곤란하다"며 서로 '쉬쉬'하는 통에 뭔가 성과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 양측은 18일(현지시각) 쇠고기 추가협상 4차 회담에 들어갔다.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간주됐다. 이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오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다고 예고했다.

 

19일 오전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오후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20일 청와대 참모진 인적쇄신, 다음 주 개각… 최근 청와대의 움직임은 이런 식의 '수습 로드맵'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미국 측과 3시간 동안 협상을 마치고 나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원칙에서는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세부적인 데서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이 안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내용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도대체 협상 타결도 되지 않았는데 뭘 발표하겠다는 것일까? 게다가 청와대 측은 19일 오전에서야 '대국민담화' 형식을 '특별 기자회견' 형식으로 변경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특별 기자회견'으로 변경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을 TV로 통해 시청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대국민담화가 특별 기자회견으로 변경된 이유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원고 역시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미리부터 작성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19일 아침에 (참모들이) 모여, 담화가 과거 권위적인 냄새가 나고,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면 일방적 담화보다는 특별 기자회견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때문에 기자회견 내용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며 "원래 오늘 오전에 협상이 딱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부대변인도 "협상 막바지에 국민들에게 쇠고기 파동에 대한 진솔한 이해를 구하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이 자리가 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해 "지금 이 시각에도 양국 대표들이 모여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는 추가 협상을 선택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런 사정을 깊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책, 사과, 뼈저린 반성... 대통령을 믿어달라"?

 

기자회견에 더해 청와대 측의 설명까지 들었지만, 이 대통령이 왜 대국민담화 또는 특별 기자회견을 했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50여만명의 촛불이 서울 시청광장과 세종로 사거리를 가득 메웠던 지난 10일 청와대 뒷산에 올랐던 얘기도 꺼냈다.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랫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서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당초 이 부분은 참모들이 작성한 원고 초안에 없던 것을 이 대통령이 직접 집어넣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첫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국민감정에 대한 호소'에 무게를 둔 셈이다.

 

'감성 100%' 짜리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찜찜한 여운을 남겼다.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에는 미국에서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미국 정부가 보장한다고 해서 자율규제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정부가 보장한다면 믿어야 한다"고 답했다.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장관) 고시를 미루고 쇠고기 수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여하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들은 여러분이 뽑아주신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지지율 10%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수습은커녕 오히려 논란만 더 키우게 되지는 않을지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기자회견 내내 오른쪽 단상에 줄지어 앉아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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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좋아합니다. 술을 더 좋아합니다. 근데, 밥이나 술 없이는 살아도 사람 없이는 못 살겠습니다. 그래서 기자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