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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을 타개할 국정쇄신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작은 정부 구현'이라는 핵심 정책에서 후퇴하는 양상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조직개편에 나선 청와대가 인적쇄신은 뒤로 미룬 채 비서실 조직의 확대재편을 통한 '권력 집중'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기용될 새 인사들의 편향성이 또 다른 시비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이번주 안에 류우익 대통령실장 경질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비서실 인사는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대폭 개편을 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현재 후속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검증이 끝나는 대로 가능하면 이번주 안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동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조직개편의 대강의 큰 줄기는 정해져 있다"며 "홍보쪽을 강화하고 조직에서 소홀히 됐던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인사(쇄신책의) 윤곽이 나오면 먼저 (조직개편에 따른) 선제적 인사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인사쇄신에 앞서 직제 개편을 통해 정무와 홍보 라인을 확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정무 1·2 비서관 체제를 통합하고 정무수석실에 민심 동향을 점검하고 시민사회단체 등을 담당할 시민사회비서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질 홍보특보 산하에는 정책홍보 보좌관 3명을 두고 그 중 1명은 인터넷을 전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청와대 내 국정상황실 기능을 부활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조직의 확대·재편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부터 추진된 중앙부처의 조직 개편은 '반쪽 개편'으로 축소됐고, 지방정부 조직 개편 역시 반발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무원칙하게 추진했던 '작은정부론'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며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식 '작은 정부론'은 단군이래 최대 '실패작'?

 

"단군이래 최대 개편작업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두고 한 말이다. 비록 18부4처 정부 조직을 13부2처로 '확' 줄이겠다는 당초 구조조정 계획은 15부 2처로, 6951명 공무원 감원 계획안은 3427명 감원으로 한발 후퇴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작은 정부론'을 선포했다.

 

청와대 조직에도 매스가 가해졌다. 4실장, 10수석, 53비서관 체제를 1실장, 1처장, 7수석, 36비서관 체제로 대폭 축소한 것. 총 인원 규모도 533명에서 420여명으로 줄였다.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을 '대통령실'로 통합했고, 홍보수석비서관을 폐지하는 대신 대변인에게 업무를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작은 정부론'이 채 가시화되기도 전에 그 부작용이 노정되면서 취임 100일만에 10%대 지지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조직 축소로 인해 일선 공무원 조직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은 고위 관료들의 '복지부동'이나 '과잉충성'을 야기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이 세밀한 검토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현상이 반복됐고, 이는 결국 '정권 퇴진론'까지 불러오게 만든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귀결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 미국과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을 타결지은 것은 국민의 위생보다 한미FTA 등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였다는 것은 이미 청문회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AI가 발생한 지 한 달이나 지난 뒤에야 쇠고기와 AI에 대한 업무가 해양수산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됐다. 공무원들 사이에 만연돼 있는 '골치 아픈 문제 떠넘기기' 행태가 낳은 결과다.

 

'작은 정부론'은 또 국무총리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쇠고기 파동, 고유가 대책, 화물연대 파업에 이르기까지 총리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1일 '작은 정부론'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인원과 조직을 줄이는 과정에서 현안을 처리하는 것에도 소극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양적인 인원감축보다 질적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홍보처 없애더니... "홍보 기능 강화"

 

기능과 업무를 고려치 않은 채 추진했던 '작은 정부론'이 한계에 부딪히자, 이명박 대통령은 엉뚱하게 대폭 축소했던 청와대 비서실 조직에 대한 확대·재편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사회와 인터넷을 소홀히 했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다"며 "민심과 '넷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청와대가 되도록 조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는 등 '홍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명박 정부가 홍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각 부처로부터 올라오는 정보보고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각 수석비서관실간의 업무를 조정하는 국정상황실 부활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표를 낸 것과 무관치 않다.

 

박영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강부자 내각', '고소영 수석'으로 대표되는 인사 난맥상을 주도한 '간신'으로 지목된 바 있다. 또한 당·정·청 엇박자,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국정상황실을 새롭게 부활시키기 보다 현 기획조정비서관실의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각 부처에서 담당키로 했던 정책 홍보 기능이 대폭 청와대로 집중되는 것은 물론 중요 현안에 대한 결정권과 조정권까지 부여되면서 청와대로의 '권력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부작용에도 정부는 갈수록 작아지는 반면, 청와대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서 나오기 때문에 장관들이 이 대통령의 입만 주시하는 형국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정무·홍보 기능 강화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있는 청와대 조직 확대개편은 '작은 정부론' 후퇴는 물론 인적쇄신이라는 기본 취지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뉴라이트 인사가 시민사회 여론 수렴?

 

'촛불'에 데인 청와대가 인터넷 전담 비서관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네티즌들과의 '소통'이 아닌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했다. 실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사이버 여론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여론을 듣겠다며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시민사회비서관에 뉴라이트 계열인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 기용이 확실시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보수적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와 편가르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심대평 총리설'로 요약되는 보수대연합과 그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홍진표 사무총장은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하다가 돌연 극우로 전향한 인사다. 뉴라이트 운동가 중에서도 편향적인 극우적 시각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 <좌편향 교과서 반드시 수정해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친일인명사전 논란'을 다룬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는 친일인사들을 옹호하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쇄신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국정쇄신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조직개편, #작은정부론,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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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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