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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광우병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와 조중동 심판, 공영방송 지키기’ 주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공정방송 수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광우병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와 조중동 심판, 공영방송 지키기’ 주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공정방송 수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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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분들이 '왜 YTN을 지켜야 하느냐고?'고 묻습니다. 예전부터 공정방송 제대로 못해왔는데 지금 새삼스럽게 무슨 공정방송을 외치느냐고도 합니다. 맞습니다. 아픈 지적들입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겠다고 말하고 외치는 게 그렇게나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에 잘하지 못했으니 지금도, 앞으로도 잘하지 못하도록 놔두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중략)…

YTN 지켜달라는 부탁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외롭게 노력하고 있는 YTN 직원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성원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16일 YTN 기자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늘보'가 올린 글 내용 중 일부다. '촛불'의 진원지인 아고라에 '촛불'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YTN의 간판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의 임장혁 기자는 16일 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라 '7월 14일' YTN 주주총회에 촛불을 들고 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서 "YTN이 첫 빠따"가 됐으며 "YTN이 무너지면 KBS도, MBC도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YTN 기자들,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 저지 안간힘

YTN 기자들이 이처럼 '촛불'들의 성원과 응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YTN 차기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방송상임특보를 지냈던 구본홍씨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공공연하게 구씨의 차기 사장 내정설이 떠돌았으며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 과정을 통해 그의 '내정'이 구체화됐다. 7월 14일 주주총회에서의 형식적 인준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처음 있는 일들이다. 방송사 기자들이 직접 불특정 시민들에게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한 일은. 그에 앞서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질책과 격려, 응원에 힘입어 이미 체념하거나 포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방송사 기자들이 어떻게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지난한 싸움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아무리 '촛불'의 힘이 크다고 하더라도 내정된 사장의 취임을 백지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 정권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인사 행태를 보면 더 그렇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지낸 인사를 YTN 사장에 내정하겠다는 것은 적어도 10년에 걸친 지난 두 정권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대통령의 특보를 지냈던 인사를 KBS 사장에 앉혔지만, 결국 사퇴했다. 노조의 반발과 여론의 질타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처음부터 아예 여론이나 체면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지난 대선 때 최측근 인사로 참모 역할을 했던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선임 강행부터가 그랬다. 그러니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YTN 사장 취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선임은 한마디로 "방송은 우리가 접수한다"는 포고문과도 같았다.

'촛불민심'의 거센 역풍에도 그들의 그런 태도와 인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인다. KBS 이사진들에 대한 개별적인 회유와 압박, 특별감사, 외주 제작업체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그리고 정연주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정연주 KBS 사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전방위적 무리수들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그들의 투지가 얼마나 굳센 것인가를, 그 뻔뻔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것은 그들의 '굳센 투지'나 '뻔뻔함'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촛불 정국에서 그들이 느끼고 있을 본능적인 위기의식이 아마도 자꾸 무리수를 두는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클 것이다.

그런 만큼 어지간해선 '후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리수인줄 뻔히 알면서도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계속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YTN 사장 자리도 포기할 리 없다. 내정자 또한 개인적으로는 물론 '조직적인 차원'에서도 어떻게든 그 자리를 고수해야 할 처지다. 

13일 저녁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움직임에 맞서 '공영방송 사수'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여의도 KBS 본사를 에워싸고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저녁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움직임에 맞서 '공영방송 사수'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여의도 KBS 본사를 에워싸고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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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지키려는 기자들 외면하지 않을 것

이런 그들이기에 이 대통령의 '특보' 출신 YTN 사장을 막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최소한 '특보방송'이라는 오명은 쓸 수 없다는 YTN 사람들의 결단은 그래서 용기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지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기자로서 최소한의 자긍심이라도 지키자면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의 정도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누구도 가본 길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국면에서 새롭게 열어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지난 두 달 '영혼 없는 공화국 건설'에 제동을 건 촛불들과 함께 하는 이 길이 과연 어떻게 열릴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촛불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영혼을 빼앗고자 하는 기만과 허위, 그리고 모든 것을 제 뜻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 오만과 폭력에 대해서는 '촛불의 정신'이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자신의 영혼을 지키려 하는 기자들이 있다면 촛불들이 그것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촛불은 영혼의 불 밝힘이 아니던가. YTN 기자들이 자신의 영혼을 불 밝힌다면 촛불들 역시 '7월 14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YTN의 영혼들과 함께 하는 '7월 14일'을 기억할 것이다.


태그:#YTN, #특보 방송,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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