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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황토굴 근처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태하등대까지.
▲ 태하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풍경 태하 황토굴 근처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태하등대까지.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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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의 황토굴에서 태하등대까지는 적어도 30분 이상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걸어서 오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를 거쳐 대풍감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황토굴 입구에서 향목까지 약 300m 구간에 모노레일이 가설되었는데, 올라가는데 약 5분 남짓 소요됩니다. 두 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오를 때는 맨 뒷자석이 내려올 때는 맨 앞좌석이 해안절경을 감상하는데 좋습니다. 태하의 모노레일은 오는 28일부터 운항예정이라고 합니다.

태하 등대로 가다 만난 새 둥지와 그 속에 깃든 새 생명.
▲ 새 둥지와 새 생명 태하 등대로 가다 만난 새 둥지와 그 속에 깃든 새 생명.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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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을 타고 향목까지 오른 뒤 태하등대까지 가는 숲길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오붓한 오솔길에 수많은 수목들이 우거져 있고, 바다쪽으로는 동백나무가 울창합니다. 지난 가을 떨어져 뒹구는 낙엽도 밟고, 조릿대 사잇길도 지납니다. 태하등대에 거의 다다를 즈음 토사벽 중간 움푹 패인 곳에 새집이 있습니다. 이제 막 부화한 새끼들 3마리가 어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휘파람을 불었더니 눈도 못뜬 새끼가 어미가 모이를 물어온 줄 알고 노란 주둥아리를 연신 내밉니다. 가슴에도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사람의 손을 탈까 걱정스럽습니다.

울릉도 항로표지관리소가 정식 명칭인 태하등대는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입니다. 등대를 벗어나면 '바람불기를 기다리는 곳' 대풍감을 만납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높은 언덕의 끝자락에 서면 왼편으로는 날카로운 절벽을 가진 대풍령이 바다를 향해 치솟아 있고, 오른편으로는 향목령에 이어 노인봉과 송곳봉 그리고 바다 위로 우뚝 솟은 공암까지 수려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좌우로 펼쳐진 대풍령과 향목령은 마치 팔을 한껏 뻗어 서편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모두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태하 등대 뒤편에서 만나는 울릉도 최고의 비경...대풍령.
▲ 천연기념물인 향나무 자생지가 있는 대풍령 태하 등대 뒤편에서 만나는 울릉도 최고의 비경...대풍령.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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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배들은 바람이 불어야 항해를 할 수 있는 돛단배였습니다. 항해를 하기 위해 바람을 기다린 곳이 바로 이곳이고, 그래서 대풍감입니다. 나긋나긋한 바람 한줄기가 온 몸을 훑고 지납니다. 대풍령, 향목령처럼 두 팔을 뻗어 온몸으로 바람을 안아봅니다. 몸이 떠올라 바다를 향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상쾌하고, 느낌이 좋은 곳입니다. 왼쪽으로 펼쳐진 대풍령은 향나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49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원래 향나무는 20m가 넘는 키가 큰 나무이지만,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데다 생장조건이 열악하여 마치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바람을 기다리는 곳...대풍감의 아름다운 바다 색깔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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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잠긴 바위도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갈매기와 바다제비가 푸른 상공을 날아다닙니다. 대풍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라 하늘입니다. 매번 하늘을 나는 갈매기나 바다제비를 올려다 보지만, 대풍감에서는 그들을 내려다 봅니다. 푸른하늘같은 바다에 갈매기들의 비상이 점점이 찍힙니다.

힘겹게 현포령을 넘으면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납니다.
▲ 현포령을 넘자마자 나타나는 전망대 힘겹게 현포령을 넘으면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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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삼거리에서 현포방향으로 가면 굽이굽이 마지막 고개인 현포령을 넘습니다. 이제 서면을 지나 현포리, 천부리, 나리의 북면에 들어섭니다. 힘겹게 넘은 고개길의 끝자락에는 보상이라도 하듯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없이 깨끗하고 고요합니다. 현포항이 바로 내려다보이고, 노인봉과 송곳봉이 리듬감있게 솟구쳐 있습니다. 현포항을 지나면서부터는 기암절벽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가 섬목까지 이어집니다. 해안도로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코끼리의 모습을 닮아 코끼리 바위라고도 하고, 작은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하여 공암이라고도 합니다.
▲ 코끼리가 물을 먹고 있는 형상의 공암 코끼리의 모습을 닮아 코끼리 바위라고도 하고, 작은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하여 공암이라고도 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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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도 관광버스 차량을 포함해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 현포, 천부를 지나면 해안도로는 더더욱 한적해집니다. 아름다운 물빛도 슬슬 지겨워지고, 기암절벽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긴장감도 무뎌질 즈음 공암을 만납니다. 공암은 일명 코끼리 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입니다. 바위의 모습이 코끼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지명이고, 코끼리의 코와 몸뚱아리 사이에 소형 선박이 드나들 정도의 구멍이 있어 공암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바닷물을 맘껏 들이마시는 코끼리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너무나 목이 말랐던지 마치 머리까지 바다속에 들이밀고 마시는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입이 긴 개미핧기처럼도 보입니다. 바위 자체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면 용암이 흘러나와 급격하게 식고 수축되면서 생기는 주상절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송곳처럼 뾰족하다 하여 붙여진 송곳봉입니다.
▲ 해상에서 바라본 송곳봉 송곳처럼 뾰족하다 하여 붙여진 송곳봉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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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에서 뻗어 내려온 한줄기 자락은 430m에 이르는 커다란 봉우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모습이 마치 송곳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하여 이름도 송곳봉입니다. 송곳봉 아래로 지나면서 바라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습니다. 송곳봉은 현포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기암이지만 천부에서 바라보면 봉우리 뒤편으로 또다른 봉우리들이 아기자기 붙어 있습니다. 앞에서 보았던 봉우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성불사에서 해안도로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른 길이지만, 경사면으로 보는 바다 또한 일품입니다.
▲ 송곳봉 아래에 지어진 성불사를 들렀다 내려오는 길 성불사에서 해안도로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른 길이지만, 경사면으로 보는 바다 또한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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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봉 아래에도 마을이 들어서 있습니다. 송곳봉 바로 아래에는 성불사라는 사찰이 들어서 있고, 사찰 아래로는 추산일가라는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성불사와 추산일가에서 바라보는 해안풍경의 눈맛도 가히 일품입니다. 특히 추산일가는 절벽 위에 올라앉은 집이어서 해안도로를 지나는 여행객들이 한번씩은 올려다 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불사까지 힘겹게 올라온 만큼 내려갈 때도 경사가 심한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합니다. 브레이크를 잡으며 슬슬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무척 스릴감이 있습니다.

천부를 지나면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죽암 몽돌해변과 삼선암의 전경 천부를 지나면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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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는 북면의 면 소재지입니다. 면 소재지이지만 다른 면소재지와 달리 한산하고 적막합니다. 도동에서 시작하는 관광버스는 이곳 천부에서 나리분지쪽으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천부에서 죽암, 섬목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차와 사람이 드뭅니다. 아마도 해안 일주도로에서 가장 한적한 곳이 아닐까 합니다. 한적한 곳인 만큼 사람의 때도 덜타서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물빛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천부항을 지나 죽암 몽돌해변의 물빛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다 위에 장중하게 떠 있는 딴바위의 위용과 바다에 푹 담궈놓은 기둥같은 삼선암의 절경에 푹 빠지게 됩니다.

삼선암은 세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늦게 올라가게 되자 옥황상제의 미움을 받게 되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세 바위중 가장 작은 바위가 더 있다 올라가자며 보챈 막내 선녀여서 옥황상제의 가장 큰 미움을 받았고, 그 죄값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삼선암 주변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은 마치 제주도 바닷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간간히 삼선암을 지나는 어선들은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되풀이하다 멀리 사라집니다. 해안도로 쪽 절벽은 갈매기들의 안식처입니다.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은 새우깡에 찌든 도동 갈매기들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어보입니다. 날면서 백로처럼 우아한 날개짓을 그리곤 합니다.

인공적이지만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섬목으로 가는 굴.
▲ 섬목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굴 사이로 관음도가 보입니다. 인공적이지만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섬목으로 가는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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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과 섬목 사이에는 거대한 암벽을 뚫어 길을 냈습니다. 도동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해안도로의 터널도 있었지만, 해안으로 흘러내린 암벽을 뚫기만 해서 길을 낸 것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자연스러움도 숨어 있는 길입니다. 반대쪽으로 휘어진 길인데다 교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굴 저편으로는 관음도가 살짝 보입니다.

석포에서 바다를 향해 뻗어내려온 산줄기가 끊겨버려 섬이 되버린 관음도... 관음도에는 깍새라 불리는 슴새가 많았다고 합니다. 개척민이 이주할 당시에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아서 깍새섬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깍새는 섬 특성상 별다른 먹거리가 없던 울릉도 개척민들의 먹거리가 되면서 이제는 희귀종이 되었다고 합니다.

굴을 통과하면 해안일주도로의 마지막 터널인 관선터널을 지나고 해안일주코스의 마지막 여정인 섬목선착장에 도달합니다. 섬목에서 내수전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길이지만 워낙 험준한 지형인 탓에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습니다. 도동에서 시작된 해안일주는 섬목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미완의 일주인 셈입니다. 내수전과 석포에 이르는 길을 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환경파괴 문제로 도로 개설은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는 듯합니다.

삼선암 주변 바다도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모릅니다.
▲ 삼선암을 지나는 고깃배 삼선암 주변 바다도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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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되돌아가는 불편함이 있지만 울릉도 최고의 트래킹 코스로 알려진 석포-내수전 옛길을 둘러 볼 수 있고, 차를 타고 돌아간다면 도동에서 출발해 섬목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으니 완성된 일주도로에 대한 미련을 섬목 앞바다에 버려도 좋을 듯합니다.

도동에서 섬목에 이르는 일주도로를 쉬엄쉬엄 천천히 둘러보려면 적어도 1박 2일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속에서 겉핥기 하듯 둘러본 해안일주 여행은 아쉬움이 비교적 많이 남습니다. 여행의 아쉬움은 다시 찾아올 희망과 기대를 만들어 내기에 다시 섬목에서 도동으로 돌아가며 지금껏 돌아본 곳들을 다시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만족을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6월 5일부터 8일까지 다녀왔습니다. 이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릉도, #태하등대, #대풍감, #죽암몽돌해변, #삼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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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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