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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좌진 현황
 여성 보좌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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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원실 여성 보좌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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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41명의 여성 당선자를 낸 18대 국회.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이란 ‘여성’ 대표성이 적극 반영된 제도적 혜택을 입었으면서도 당사자인 여성 의원들이 정책 입안에 핵심 역할을 하는 여성보좌관(4급 상당) 채용에 극히 소극적이어서 과연 선배로서 미래 여성정치인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를 낳고 있다.

2005년 기준 16명이던 여성보좌관 수는 18대 국회 들어서 14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4급 보좌관을 의원당 2명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여성의원들의 경우 의무적으로 1명씩만 여성할당을 한다고 해도 여성보좌관의 수가 최소 40명은 넘어야 한다는 당위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반면, 오히려 남성의원실의 여성보좌관 수가 19명으로, 여성의원실의 여성보좌관 수를 추월한 형편이다.

18대 국회에는 초선의원이 134명이다. 의원회관에는 인턴을 포함해 2392명의 보좌진이 상주하는데, 이중 이들 초선의원과 함께 만들어지는 새 일자리 수는 1072명에 이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거진 정국 불안 때문에 국회 개원과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지만 의원회관의 보좌진들은 일할 준비를 마쳤다.

6월 11일 현재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보좌진 정원(인턴 제외) 1794명 중 1701명이 등록을 마친 상태다. 현재까지 등록된 여성보좌진의 수는 408명으로, 4급 상당 33명, 5급 상당 23명, 6급 상당 44명, 7급 상당 62명, 9급 상당 246명으로 절반 이상이 9급에 몰려있다. 4급 여성보좌관의 경우, 2005년 11월을 기준으로 남녀 의원실을 합해 17대 국회 32명이었던 것에 비해 불과 1명이 늘어났을 뿐이다.

4급 여성보좌관을 기용한 의원은 강명순, 곽정숙, 김금래, 나경원, 박선숙, 박선영, 배은희, 신낙균, 이영애, 이정희, 전여옥, 조윤선 의원이고, 이들 중 특히 강명순, 박선영 의원은 4급 2명 모두를 여성으로 기용했다. 이에 반해 의원실 보좌진 정원 6명 중 여성을 단 1명만 기용한 경우는 김소남, 김유정, 박근혜, 박선숙, 박순자, 박영아, 손숙미, 송영선, 이혜훈, 전재희, 정영희, 정옥임, 추미애 의원이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은 9급 행정직에 여성을 기용했을 뿐이다. 김소남 의원은 7급, 박선숙 의원은 4급, 박순자 의원은 7급 기용에 그치고 있다.

여성보좌관의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보좌관의 경험과 이력이 훌륭한 정치훈련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18대 국회에서 여성 보좌관의 약진이 기대되는 것은 17대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여성 보좌관의 전문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돼 여성의원실 보다 많은 19명의 여성보좌관이 김춘진, 권택기 의원 등 남성의원실에 배치됐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18대에서의 여성 보좌관들의 약진과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남성보좌관들과 겨뤄서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형’이며, 남성적 정치판에서 살아남음으로써 ‘양성적 리더십’의 장점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실의 황금희 보좌관은 “의원실 내부의 인선을 모두 여성으로 꾸렸다. 여성의 섬세함을 힘으로 엮어낼 생각”이라며 의원실의 이상적 구조로 ‘부채꼴형’을 꼽았다. “부채꼴 구조는 4급 보좌관도, 9급 비서도 모두 같은 거리에서 자기의 업무로 의원을 보좌하는 수평적 구조다. 저 마다의 능력을 걸림돌 없이 발휘할 수 있다”는 것.

18년 경력의 이민경 보좌관은 초선인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수석보좌관직을 맡았다. “국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이를 큰 장점으로 여긴 손 의원이 함께 일하자고 제의해 왔다”는 것.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실의 정희정 보좌관은 드물게도 30대 수석보좌관이다. 같은 당 원희룡 의원실의 비서관을 지낸 정 보좌관은 지난 대선 캠프에서 대언론 담당업무를 한 경력을 인정받았다.

17대 현애자 의원실을 거쳐 곽정숙 의원실로 온 민주노동당 박선민 보좌관은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 정책능력을 인정받아 수석으로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수석을 맡았지만 방내 의사결정은 매우 민주적이다”고 전한다.

반면, 의원 보좌진 중 가장 하부 구조였던 9급 행정 비서직의 경우, 그나마 여성 진출이 활발했던 17대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의원들이 기혼에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채용을 꺼리고 있고, 특히 이런 현상은 초선 의원들일수록 심하다. 심지어 외모까지 보는 경우도 많다.

16, 17대 국회 9급 비서로 행정업무만 8년을 해온 C 비서의 경우 “서류 전형에 합격해서 의원 면접을 봤지만 ‘결혼했냐? 애가 있느냐?’ 단 두 가지만 질문했다”고 전한다. 이후 연락이 안 와 의원실로 전화해보니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여성이 벌써 일하고 있더라는 것. D 비서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서류를 낸 후 보좌관이 전화가 와서 “이력서에 있는 호주의 성이 다르던데 혹시 결혼했냐?”고 묻더니 “결혼한 지 2년 됐지만 아직 아기는 없다”고 대답하자 더 이상 묻지 않고 끊어버리더라는 것이다. 지금 의원회관에는 9급 여비서 면접을 10차례나 실시한 모 의원실 이야기며, 전문 비서인력 업체를 통해 깔끔한 외모와 어린 나이를 무기로 여성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17대 국회에서 노련한 행정 경험을 쌓은 대다수 9급 여성 비서들이 시대에 역행하는 채용 관행 때문에 때 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의원들은 왜 여성보좌관을 기피하는가
여성의원들이 여성보좌관을 고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드는 것이 ‘정치적 현안에 대한 정보선점 능력’과 ‘대 언론관계 형성을 위한 정무 능력’ 부족이다. “여성의원들은 스스로가 취약한 남성적 정치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남성 보좌진을 기용한다”는 게 중평이다.

서울시 정무비서관을 거쳐 권택기 의원실(한나라당)로 들어간 김우영 보좌관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선택되기 힘들다. 그래서 남성들에겐 없는 특별한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8년째 보좌관을 하고 있는 유경선 보좌관(통합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은 “보좌관으로 채용할 만한 여성 인력풀이 매우 부족하다”는 실질적 문제부터 꼽는다.

이민경 보좌관은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국회의 업무량을 감당해 내기 어렵기 때문에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좌관을 할 수 있는 검증된 여성 보좌관이 적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박선민 보좌관은 “여성이기 때문에 보좌관을 못 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또한 그는 “정무적 정치네트워크에 여성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정책능력이 남성보다 훨씬 뛰어나다. 정무적 한계를 정책적 능력으로 넘어서면 된다. 또 여성이 더 많은 의원실은 보좌진 간에 배려가 더 많기 때문에 일하기가 훨씬 좋다”고 말한다.

이제 여성 보좌관들은 여성들이 취약한 정무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9급 비서까지 포함해 여성 보좌진이 함께하는 ‘정치커뮤니케이션’ 연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더 나아가 “정무적 네트워크가 약한 것은 여성의원이나 여성보좌관이나 같은 입장이기에 여성의원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여성보좌진의 정무직 진출을 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편에선 ‘보좌진 공채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한다. 국회사무처 입법고시처럼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좌진 인력풀을 마련하고 의원들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2년 이상 보직을 갖지 못하는 경우엔 취소시키는 방법으로 인력 적체도 피할 수 있다. 반면 현 보좌진들의 반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따라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의원들의 의식변화를 통한 수적 확보를 먼저 꾀해야한다. 여성의원들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 역할과 위상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은 모두 6명이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7·9급 비서가 각 1명이다.
16대부터 1년에 20개월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인턴제도가 지원되고 있다. 보통 10개월씩 2명이 근무하는 방식으로 한다.

보좌진이 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선거 과정부터 함께해 당선 후 보좌진이 되거나, 국회 홈페이지나 의원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채용 등이 있지만, 가장 많은 경우는 지인을 통한 추천이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매우 긴밀해 상호 신뢰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보좌진의 업무는 ‘의정활동에 관한 모든 것’이다. 홈페이지 관리, 정책, 입법, 민원 해결 등 하는 일이 많다보니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이렇게 격무이다 보니 신종 ‘3D’업종으로도 불린다.

보좌진이 되었다고 해서 4년을 약속받는 것은 아니다. 매년 보좌진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평가받고, 이때 재신임을 못 받으면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매년 정기국회 이후 국회에는 구인과 구직을 위한 ‘장’이 선다. 보좌진들은 자조 섞인 말로 스스로를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라고 말한다.

보좌진의 연봉은 4급 상당의 경우 중소기업 임원급인 6500만원, 9급 상당 2500만원 정도다.민주노동당의 경우, 급수에 따라 월 200만~230만원을 받고, 나머지는 당비로 납부하고 있다.


태그:#국회, #여성의원, #보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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