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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널려 있는 고사리.
 지천에 널려 있는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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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어 쓸모없는 나무로 변해 버린 고사리.
 꽃 피어 쓸모없는 나무로 변해 버린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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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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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무진장 많은 곳을 알고 있으니, 고사리 꺾으러 가게 간소복 입고 후딱 달려오게" "점심먹고 바로 올라 가세"

지난 15일(토요일) 전에 같은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무등산 지킴이 최남수(가명)씨였다.  무등산 공기 좋은 곳에 근무하면서 부지런히 무등산을 지키고 부지런히 무등산을 가꾸는데 열중인 산사나이 같이 우직하고 순수하고 인정 많은 분이다.

낮12시, 광주 북구 금곡동 수박마을 앞에서 최남수씨를 만나 주변 식당에서 점심식사 한 후, 완전무장(장갑, 비닐봉지, 모자, 수건, 생수 등)을 하고서 본격적인 고사리 꺾기 체험 산행에 나섰다.

고사리가 많다고 그가 안내한 곳은 무등산 수박마을에서 약 3키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목장. 목장은 무등산이 숨겨놓은 보물처럼 무등산 등허리 뒷쪽에 수줍은 새악시 볼같은 모습으로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목장까지는 차로 가면 왕복 30분, 도보로는 왕복 약 2시간 정도 소요. 그러나 광활한 목장구역이라 자동차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주인에 의해 입구에서부터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호젓한 길 둘이 걸으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 저이야기 하고, 녹음으로 출렁이는 산의 물상들 차근차근 구경하면서 여유있는 산행 즐기니, 마음의 건강과 평안이 깊은 강물되어 가슴팍을 때렸다.

한가롭게 풀 뜯어 먹고 있는 소떼들.
 한가롭게 풀 뜯어 먹고 있는 소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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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에는 약 80여두의 소들이 있다고 한다.
 ○○목장에는 약 80여두의 소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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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변에 투명한 샘물이 졸졸졸 흐르는 풍암정 계곡과 호젓한 산길의 원시림같은 풍광이 마음을 무념무상으로 인도하고, 정상에 있을 법한 집채만한 너덜 바위들이 산허리 곳곳에 널부러져 있다. 수백년된 적송과 측백나무, 그리고 사람 키보다 더 큰 이름모를 풀들과  칡넝쿨, 산딸기 등 자연의 생명나무들도 경이로움으로 다가와 벅찬 희열을 선사한다.

가면서 산딸기도 따 먹고, 무더위도 훔치고, 숲의 향기도 호흡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무당들이 지금도 무속신앙의 제를 지성스럽게 올리며 소원을 빈다는 무당골과 서석대 입석대 주상절리같이 생긴 용바위의 우람한 얼굴을 지나치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가슴으로 호흡하며,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니, 그림같은 목장이 저만치서 환한 얼굴로 반긴다.

4∼5월이 제철인 고사리는 제 때 꺾지 않으면, 꽃이 피어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자주 때 맞추어 꺾어 주어야 한다고 최남수씨는 강조한다. 고사리는 보통 하나에 세번정도 꺾는다고 한다. 꺾을 수록 몸통이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라는 말도 덧붙인다.

고사리 꺾을려면 옛말에 절 한번에 고사리 하나 얻는다고 정말 인사를 한번 씩 해야 꺾을수 있다는 자연산 고사리. 그 고사리들의 천국 00목장에 도착한 시간은 13:00정도.

대평원같은 넓은 초지와 그 너른 곳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한가한 소떼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을 친다. 아! 무등산에 이런 곳이 다 있었다니, 믿기지 않은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 보기도 전에 최씨는 벌써 저만치 고사리 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광활한 초지 풀밭 곳곳은 그야말로 고사리 천지였다. 소가 풀 뜯어먹는 자리에는 여김없이 크고 작은 고사리 순들이 뻬곰히 고개를 내밀어 '제발, 저좀 꺾어 가 주십시오' 애원하는 것 같았다.

무등산 뒷편에 보물처럼 숨어있는 ○○목장 초지.
 무등산 뒷편에 보물처럼 숨어있는 ○○목장 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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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내 아름다운 초지 및 아름드리 나무.
 ○○목장내 아름다운 초지 및 아름드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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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어도 꺾어도 끝이 없었다. 이미 꽃이 피어 뻣뻣한 나무들로 변해버린 고사리도 많았지만,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온통 고사리 밭이다. 그냥 지나치면 고사리들이 눈총을 주고, 크게 상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다. 고사리들의 애처로운 눈빛이 몸과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다.

허리를 펼 시간 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한발자국만 떼어도 여기저기서 고사리들이 아우성을 쳤다. 나의 꺾는 기쁨 보다는 그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앞섰다. 꺾이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고사리들의 애잔한 처지...

부지런히 꺾어 주는 것이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고사리 꺾기에 열중하다 보니, 마음도 정신도 절로 부자가 된다. 시간도 망중한이다.

해가 뉘엿뉘엿 길을 재촉하는 시간에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만난 호젓한 산길 내음, 숲의 향기, 녹색물결 모두가 다정한 벗이요, 사랑의 이웃으로 다가와 길 동무한다.

참고로 고사리는 고사리과의 식물로 순이 올라와서 어린애 주먹처럼 아직 잎이 펴지지 않았을 때 채취, 삶아서 식용으로 쓴다. 향약집성방에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활(滑)하며 맛이 달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갑자기 열이 나는 것을 내리고 오줌을 잘 누게 하며 잠을 잘 자게 하지만, 오래 먹으면 양기를 약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활(滑)하며 맛이 달다. 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나 있는데 산 언덕과 들판에 난다.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그러나 오래 먹으면 양기가 줄게 되고 다리가 약해져서 걷지 못하게 되며 눈이 어두워지고 배가 불러 오른다고 했고,

<방약합편 약성가>에서는 고사리는 맛이 달고 성질이 차다. 수독(水毒)과 열을 없애며 오래 먹으면 양기가 줄어 도리어 다리가 약해진다고 했고, 중국 본초도감에는 맛이 달고 성질은 차며 열을 내리고 장을 윤택하게 하며 담을 삭히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서 감기로 인해 열이 나거나 이질, 황달, 고혈압, 장풍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고사리는 차고 활한 성질이 있어 양기가 부족하거나 본래 몸이 찬 사람에게는 장기간 먹는 것은 좋지 않으며, 본래 열이 많고 기운이 위로 잘 뜨는 사람이나 몸이 부으면서 속에 열이 있고 소변이 잘 안나오거나 대장에 열독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좋다.

예전에는 고사리 하면, 어머니나 여자들의 몫으로만 생각했다. 그 마음을 직접 체험해보는 귀한 시간을 접해 보니, 가냘프고 어린 고사리 생명에 대한 개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모처럼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숲속에서 고사리들과 함께한 고사리 꺾기 체험. 또 다른 삶의 의미있는 수행이었다.

○○목장길 가는 길목 용바위와 너덜 바위.
 ○○목장길 가는 길목 용바위와 너덜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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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길로 들어가는 오솔길
 ○○목장길로 들어가는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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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길 가다가 만난 산딸기.
 ○○목장 길 가다가 만난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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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사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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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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