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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도너츠 이름이 아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벽안의 외국인 이름이다. 숫기도 말도 별로 없을 것 같은 더벅머리 총각 분위기의 외국인. 화려하고 사교적인 모습과는 영 안 어울릴 것 같은 외국인이다.

 

항상 청바지에 캐주얼한 티셔츠나 점퍼만 입고 나타나 여수환경운동연합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환경영어교실에서 무료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가 우리나라 환경문제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했다.

 

그는 전남대학교 여수 캠퍼스와 원어민강사 계약이 만료돼 조만간 고국인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세계에서 가장 자연이 아름답고 청정한 국가 중 하나인 뉴질랜드 출신인 그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외국인이 됐다. 

 

그의 고향은 뉴질랜드 남섬 북동쪽에 위치한 인구 2만 오천여명의 작은 도시인 블렌하임이다. 지중해성 기후로 뉴질랜드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고 와인과 홍합류 생산이 주산물이다.

 

남섬의 남동쪽에 가면 테아나우 호수가 있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 가는 길은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다. 물 속 몇 미터까지도 보이는 개울가에 오리들이 떠다니는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곳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기도 했다. 

 

높이 천 미터 이상의 피요르드 협곡 만년설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수 주위로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과 태고적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그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고향에 뿌리를 뒀으리라.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태안 기름제거 자원봉사와 대운하 반대 운동 및 생태기행에 꼭 참여하는 그를 '환경 전문가'라고 불렀더니, 자신은 결코 전문가가 아니고 다른 사람보다 환경에 더 일찍 관심을 둔 평범한 사람이라고 극구 사양한다.

 

한국에 온 지 5년 정도이며 여수에 온 지는 꼭 1년 됐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사랑하게 됐고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 사무국장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한국에 와서 돈만 벌어가는 게 미안해서 자기가 관심 있는 환경에 더욱 정성을 쏟게 됐다"고 한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송지훈 간사의 던킨에 대한 평을 들어보자.

 

"그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외국인이며 친구 같고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 위에 인간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알고 자연과 같이 느끼면서 하나가 되어 살아갈 것 같은 사람이다. 또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말이 아닌 실천 하는 성격으로, 자급자족을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다. 

 

항상 웃음과 유머가 있고 주위 사람에게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먼저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꿈과 미래를 위해서 항상 노력하며 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양보하고 배려하는 스타일이다.

 

외국인이지만 한국인처럼 편한 그런 사람. 항상 같이 환경운동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뉴질랜드로 떠난다고 하니 좋은 친구를, 좋은 사람을 잃는 느낌이다. 대학생들의 여수지역 해안가 쓰레기 줍기와 생태기행에 다른 외국인들을 참여시키는 모습에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친구다."

 

여수 시내에는 학교와 학원에 근무하는 원어민 강사 30여명이  자주 모이는 카페가 있어 그들과 얘기해봤지만 소수 몇 사람을 제외하곤 돈에만 관심을 갖는 게 대부분이다. 아무튼 그의 별난 행동이 내 관심을 끌었다.    

 

내가 던킨을 최초로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여수환경운동연합회에서 주최한 숲 해설가 양성 전문가과정 모임에서다. 국민대학교 탁광일 교수의 '숲과 인간'이라는 주제의 강의에 웬 촌놈처럼 생긴 외국인이 강의를 경청하고 열심히 메모를 한 후, 휴식시간에 탁교수와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장소에 끼어들면서부터다.

 

 

돈 벌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무료로 영어를 지도한다? 더구나 강의가 많아 피곤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월요일 저녁이면 초·중생들을 모아 영어를, 그것도 환경에 관한 쉬운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은 주위의 칭찬을 듣기에 충분하다.

 

고향인 뉴질랜드에 돌아가면 아주 작은 시골마을의 농장이나 목장을 사서 자급자족형의 친환경 농사를 지을 예정이란다.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한국과는 교류를 하며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올 것"이란다. 

 

"한국인들은 서구인들만큼 환경에 관심이 없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환경이라는 용어가 널리 유행되는데 이것이 기업의 환경보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많은 대기업들은 환경 친화처럼 보이는데 사실과 다르다."

 

한국인과 뉴질랜드인들의 환경관심도에 묻자 "뉴질랜드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더욱 환경에 관심이 많지만 유럽인들 만큼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대답한 그는 "대운하는 미친 짓이다. 환경에 극히 나쁘고 엄청난 돈을 낭비할 뿐이다. 이 계획은 국제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새만금 프로젝트와 같은 실패를 낳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은 커다란 실수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콘크리트와 건설에 의한 개발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던킨이 근무하는 전남대학교 바로 앞에는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수문산 골프장은 여수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그동안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달부터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울창했던 숲이 사라지고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을 본 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다.

 

 

"수문산 골프장은 어리석고 파괴적인 개발이며 충격이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에는 산악자전거나 하이킹을 했는데 지금은 등산을 할 수 없다. 여수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축소판이다. 그들은 일반시민이 아닌 부자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골프장 건설은 여수시와 2012엑스포 계획에 대한 위선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여수는 친환경 엑스포를 약속하며 엑스포를 유치했다. 그리고 엑스포를 유치하자마자 숲과 언덕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수시는 엑스포를 위해 환경 친화적인 것을 한 게 거의 없다.  여수의 해안과 해변은 오염돼 있고 더럽다. 여수 엑스포의 메시지는 '바다로, 미래로, 빈말로'인가?"

 

해안 정화 방안을 묻자 "여수시, 관광회사, 수산회사가 함께 합심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보트나 바지선 트럭을 동원할 수 있는 여수시와 수산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한국인들은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가이아(Gaia)'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일컫는 말로, 지구의 생물들을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신이다. 1970년대 초 영국의 대기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의 역사와 생물 진화에 대한 종래의 견해들과는 전혀 궤도를 달리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러브록은 그의 '가이아 가설(Gaia Hypothesis)'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구 생물권을 단순히 주위 환경에 적응해서 간신히 생존을 영위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오히려 지구의 제반 물리·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과학자들의 편향적인 시각이나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편협한 인간중심적인 태도, 그리고 정치가들의 독선과 일반 대중들의 맹목적성 등을 모두 경계하고 있다.

 

러브록은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핵폭탄과 산성비와 오존층 파괴가 아니라 3C, 즉 승용차(car)와 가축(cattle)과 기계톱(chainsaw)을 꼽았다. 그는 지구가 현재 지구온난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가이아 이론은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추세가 열대삼림의 파괴에 덧붙여질 때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우리 인류를 포함하는 생물권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를 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뭘 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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