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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러 가서 도리어 피를 세 봉지나 얻어온 희한한 사연입니다.

 

기자로, 언론운동가로, 남북경협 추진 시민운동가로 폭넓은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조대기 씨가 최근 백혈병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는 놀라운 소식(관련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25580)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읽어보니 헌혈증서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롱을 뒤졌지요. 신문 동네 후배인 조대기씨는 조용하고도 한결 같은 사람으로 저와는 오래 교유해온 사이지요. 

 

이사할 때 혹 없어지지나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잘 보관돼 있었습니다. 꽤 오래 전에 누군가에게 주고 난 후 다시 모은 것입니다. 제 것도 있지만 딸 아이 것도 있네요. 세어 보니 아홉 장이었습니다. 헌혈한 지도 오래 됐고, 기왕 한 묶음으로 만들 요량이면 열 장이 낫겠다 싶어 1호선 전철역 회기역 부근 헌혈의 집을 찾았습니다.

 

헌혈 전에 문답지에 써넣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책임자로 보이는 간호사로부터 받은 질문들은 심각했습니다. 술 담배 마약 등의 취향, 병력, 여행지 등을 시간까지 빠짐없이 얘기해야 하는 것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다행히 ‘합격’했지요.

 

영국에 언제 다녀왔느냐 하는 것 때문에 아차하면 ‘불합격’될 뻔 했답니다. 광우병과 관련한 이 얘기는 다음에 따로 보고 드리지요.

 

이제까지 만난 헌혈의 집 간호사 중 이쁘지 않고 착하지 않은 분은 없었습니다. 수고를 좀 치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헌혈하러 나온 사정 따위를 간단히 얘기했지요. 과자도 두 봉지 받고, 물은 많이 먹으라고 해서 포도 쥬스를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이 간호사가 뭔가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헌혈증서 두 장이었습니다. “더 있으면 좋겠는데, 이전에 딱한 분이 계시다는 얘기에 다 모아 드려서 이것 밖에 없어요.” 고마워서 손만 한 번 덥석 잡아주고는 얼른 나왔습니다. 더 얘기하면 눈물 나고 목이 멜 것 같아서였습니다. 웬 조폭같이 생긴 아저씨가 거기서 울기라도 해보세요. 많이 창피할 것 아닙니까?

 

우리의 참한 친구 조대기 씨는 헌혈의 집 임영화씨의 이런 큰 은혜까지를 함께 입게 됐습니다. 꼭 얼른 나아서 세상을 밝히고 맑히는데 힘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던 아홉 장과 그날 헌혈하고 받은 한 장, 헌혈의 집에서 받은 귀한 선물 두 장을 합쳐 모두 열두 장을 조대기 씨의 치료를 돕는데 보탤 수 있게 됐습니다.

 

딸 재형에게도 고맙지요. 임영화씨와 딸의 마음까지를 합쳐 힘껏 그를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명시대신문(www.lifereport.co.kr)과 시민사회신문(www.ingo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헌혈, #조대기, #광우병, #간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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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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