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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부인의 유혹 종족번식을 위한 나비의 원초적 본능을 유혹의 시선으로 바라 봤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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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풍경을 장식하였던 벚꽃이 까무잡잡한 버찌로 익어가는 6월입니다. 벚나무 아래로 다가서니 버찌에서 풍기는 맛이 새콤달콤한 냄새가 되어 입맛을 자극합니다. 아직은 덜 익어 불그레한 기가 남아 있는 것을 하나 따 입안에 넣어 봅니다. 이맛살이 저절로 찡그려질 정도로 시크무레한 맛이지만 동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바위에 떨어져 있는 버찌 하나를 주워 우물우물 씹어봅니다. 달콤하고 새콤한 맛에 입 안 가득 침이 굅니다. 위험한 줄도 모르고 가느다란 가지에까지 올라가 입 언저리가 까매지도록 따 먹던 버찌입니다.

떨어진 버찌를 서너 개 쯤 주워 먹고 있으려니 벚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눈길이 쏠립니다. 본능적으로 ‘바로 저거야’하는 감이 옵니다. 그동안 시도해 보고 싶었던 에로물, 나비부인의 유혹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동영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에 캠코더 한 세트를 준비했습니다. 자주 살 게 아니니 이왕 준비할 것 쓸 만한 것으로 사자는 생각에 거금(?)을 투자하였습니다. 15년 전쯤,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이 유치원을 다닐 때 사용해 본적이 있지만 오랫동안 손을 놓았으니 캠코더에는 캄캄한 상태입니다.

버찌가 까무잡잡하게 익어 가는 6월 입니다.
 버찌가 까무잡잡하게 익어 가는 6월 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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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을 했으니 사용법을 터득하고, 편집하는 기술도 익혀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막상 사고 나니 마땅히 배울 곳도 없는 데다 나이 탓인지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습니다. 캠코더만 사면되는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사야 할 것도 여러 가지고, 더더구나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생소하기만 한 동영상편집프로그램을 익혀야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문득 떠오르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타이핑 속도가 '채팅'이라면 UCC 독학 비법은 '에로물'

몇 년 전, 산중 암자에 들려 노스님에게 차 한 잔을 얻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컴퓨터를 막 배우기 시작한 스님께서 당신의 타이핑 속도는 코끼리타법이라며 ‘타이핑을 빨리 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불경스럽게도 ‘채팅을 하십시오. 그럼 엄청 빨라집니다’하고 여쭸던 일이 있었습니다. 불경스러웠을지언정 그때의 명답이 생각나 ‘UCC독학의 비법’으로 에로물을 만들어 보는 게 채팅과 같은 효과일거라 판단해 항상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눈앞에서 나비부인의 유혹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나비부인은 풀밭에서 이미 한 차례의 유혹을 보냈었습니다. 비단 같은 날개에 흙이 묻겠지만 벌러덩 땅에 누워 꼬리부분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유혹의 몸짓으로 기회를 주었는데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수컷에 화가 났는지 나비부인은 포르르 하고 날아 자두나무로 자리를 옮깁니다.

한 번의 기회는 놓쳤지만 자두나무까지 따라간 수컷나비는 나비부인의 주위를 맴돌며 열심히 구애의 몸짓을 합니다. 수컷을 유혹하고 싶은 본능, 종족을 번식하려는 나비부인의 원초적 본능이 다시 한 번 발동됩니다.

나비의 원초적 유혹은 날개를 젓히고 알몸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 나비부인 나비의 원초적 유혹은 날개를 젓히고 알몸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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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을 가렸던 날개를 젖히니 알몸이 드러나고, 드러난 알몸을 곧추 세우니 요염함의 극치각 펼쳐집니다. 나비부인의 유혹은 그렇게 반복되었고, 그럴 때마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수컷나비는 땀방울이 뚝뚝 덜어지도록 구애의 날갯짓을 반복합니다. 

들여다보는 이방인의 숨결을 눈치 챘는지 나비부인은 더 이상 알몸을 드러내지 않고 저만큼 높게 날아갑니다. 나비부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수컷나비는 부르르 떨리는 몸짓으로 나비부인의 뒤를 열심히 따라갑니다.

UCC 제작을 독학으로 시도한 에로물은 미완성일지언정, 까무잡잡하게 익어가는 버찌 향과 함께한 나비부인의 유혹은 토닥토닥 자판을 두들기게 하는 또 다른 유혹입니다.


태그:#나비, #유혹, #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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