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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전 대표께서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고언(?)을 하셨습니다. 어제(10일)는 서울시청앞 광장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지칭해 "좌파 선동에 놀아난 바보, 천치, 정신이상자"라고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조 전 대표께서는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려오는 이들은 거짓을 가르치는 어린이 영혼 추행범"이라면서, "어린이 성추행범보다 더 나쁘다"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라"며 과격진압을 독려하기조차 했습니다.

 

오늘(11일)은 조 전 대표 자신의 홈페이지 조갑제닷컴에 '이런 짓을 하고도 MBC가 무사하겠는가?'라는 글을 통해 "앞으로 MBC기자, MBC PD라는 명함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인가? 두고보자" 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아니 으름장이라기 보다는 뒷골목 왈패들의 거친 목소리였습니다.

 

자칭 언론인으로서 연륜을 자랑하신다는 조 전 대표는 옹이조각 사이로 2008년을 바라보고 계시지는 않는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조 전 대표께서는 11일 그 글에서 "어제 6만 군중을 거리로 내몬 가장 큰 동력은 지난 4월말 MBC의 광우병 관련 선동보도였다. 날조, 왜곡, 과장 등 온갖 숫법이 동원된 최악의 거짓말이 공중파를 통하여 확산되고 정부가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많은 국민들이 속아넘어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과연 조 전 대표께서 '광우병'에 대한 진실을 한 조각이라도 알고 계시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초식동물에게 대량생산을 위해 육식을 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병이 바로 광우병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신다는 말입니까? 더욱이 이번 쇠고기 협상은 광우병 위험이 높아 미국내에서도 처지곤란한 30개월 이상의 소를 팔기 위해 진행된 것입니다.

 

FTA 조기 타결과 하룻밤 캠프데이비드 별장 티켓의 댓가라고 보기에는 국민이 감수할 손해가 너무 큽니다.

 

그런데 조갑제 전 대표께서는 11일 글에서 "어제 서울시내에서 만난 촛불시위대에선 정의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저주와 증오가 범벅된 구호와 피켓, 유행따라하기 심리로 놀러나온 이들, 왜 나왔는지도 모르는 어린이들, 광우병에 대해서 미신을 가진 이들,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 일반적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1년전의 상황과 빗대기까지 했습니다. "21년(전)의 절박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한가한, 어쩌면 사치스런 분위기였다"고 10일 집회를 폄하했습니다.

 

21년 전이면 조 전 대표께서는 42살의 나이로 월간조선에서 중견기자로 활동하실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군 제대후 복학한 후 3학년때 일입니다.

 

조 전 대표께서는 기자로서 1987년 상황을 인식하실 것이고, 저는 학생 신분으로서 당시를 기억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조 전 대표가 11일 글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팩트는 딱 한가지 입니다.

 

"21년 전의 군중은 진실에 기초한 분노로 뛰쳐 나왔다"는 지적 말입니다. 맞습니다.

 

21년 전 6월 10일, 서울시내를 뒤덮은 '독재타도'와 '직선제 개헌'구호는 전두환 군부세력의 독재에 염증을 느껴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습니다.

 

1987년 초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사건을 시작으로 독재정권의 거짓말과 폭압적 상황에 분노한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습니다. 그들은 코 밑에 치약을 바르고 물에 적신 손수건을 두르고 화염병과 각목으로 무장한 채 독한 최루탄을 쏴대는 전경들과 거친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생사를 건 싸움이었죠.

 

이 싸움은 결국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중산층 등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전국민적으로 확산됐고,  강고했던 군부정권도 그 일단의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 원인입니다.

 

2008년 6월 10일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집회 참가자들의 염원은 '평화'였습니다. 평화로운 시위와 집회 그것은 민주사회라면 얼마든지 허용되어야만 하는 행위입니다.

 

집회에 나온 이들이 조 전 대표의 눈에는 "저주와 증오가 범벅된 구호와 피켓, 유행따라하기 심리로 놀러나온 이들, 왜 나왔는지도 모르는 어린이들, 광우병에 대해서 미신을 가진 이들,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 일반적 불만을 가진 이들"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실 10일 집회의 진실은 조 전 대표께서 직접 연사로 나서기까지 했던 보수 단체 소속 회원들의 뒷담화에 담겨 있습니다.

 

50여 분의 엄마들이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운 채 예비군 복장의 차림을 한 사람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프라자 호텔 앞을 건널 때였습니다. 그 유모차 무리를 보고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고자 길을 건너던 나이 지긋하신 두 어르신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봐. 이거 조직적으로 참가하는 걸 보니 분명히 배후가 있는 거야"

"맞아 맞아. 이거 분명히 빨갱이들이 뒤에 있을 거야"

 

과연 그 엄마들이 불순한 세력들일까요?. 그들의 뒤에 과연 무시무시한(?) 빨갱이가 있는 걸까요?. 그러나 그분들은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만난 '아기맘'이라는 카페회원들입니다.

 

 

자신들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미국산 미친소를 먹이기 싫다는 생각 하나로 고단하고 피곤한 몸이지만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워 집회에 참가하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10일 시청앞에 모인 수천여명의 소위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군부 독재를 떠받치던 낡은 생각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많은 분들 중에서도 속내를 비추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쇠고기를 빙자해 집권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현 정부를 흔드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나쁜 것 같기는 하지만…."

 

조 전 대표의 11일 글에서 마지막에서 " 거짓이 역사를 움직일 순 없다"면서  "MBC는, 권위주의 정부시절 조선 동아 중앙 한국일보 기자들이 싸워서 지켜낸 언론자유를 공짜로 쓰면서 진실을 파괴하는 데 악용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선동원으로 전락했다. 이들이 무사하겠는가? 앞으로 MBC기자, MBC PD라는 명함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인가? 두고 보자"고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10일 집회 현장에 모인 수십만의 촛불들은 누가 거짓으로 역사를 움직이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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