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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시민들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았다. 40만 인원이 모인 6·10 21주년 행사가 많은 우려를 뒤로하고 평화 시위로 막을 내린 것은 시민들의 높은 질서의식과 토론 문화  덕분이다. 

 

광화문 사거리 컨테이너 앞에서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자도 없고 토론자도 별도로 지정되지 않은 ‘난상토론’ 이었다. 주제는 ‘비폭력’ 이었다.

 

컨테이너는 경찰들이 설치한 것이다. 광화문 사거리 청와대 방향으로 경찰은 오전부터 컨테이너 박스를 2층으로 쌓고 시위대의 접근에 대비하고 있었다.

 

컨테이너는 시위대 접근을  막기 위한 듯 윤활유가 잔뜩 발라져 있었다. 컨테이너 위에서는 작업 인부들이 컨테이너를 결속하기 위해 용접작업을 오후 6시까지 계속 하고 있었다.

 

집회참가자들은 경찰이 막아놓은 컨테이너에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탄생'이라는 글귀를 써 붙여 놓았다.

 

 

비폭력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비폭력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폭력시위는 역풍을 자초합니다. 우리는 1%라도 반격당할 원인 제공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또,  컨테이너 앞에 노끈을 이용해 접근 저지선을 만들고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저지선은 예비군들이 지켰다.

 

반면,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며 뒤로 숨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실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도망치는 것이 뒤에서 비폭력을 외치는 부류들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컨테이너를 넘어 청와대로 가기 위해 스티로폼을 쌓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스티로폼을 컨테이너 앞에 쌓아서 넘어가려는 것이다. 스티로폼을 컨테이너로 옮기는 도중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은 "너무 위험하니 그러지 말자"라는 쪽으로 결론지어졌다.

 

 

11일 새벽 스티로폼은 다시 컨테이너 앞에 쌓인 것으로 전한다. 무엇인가 보여주고 가자는 쪽이 힘을 얻은 것.

 

길거리 마라톤 논쟁 끝에 얻은 결론은 컨테이너 박스 위에 깃발만 꽂는 것. 안전 문제를 염려하면서 비폭력을 주장했던 시위대와 컨테이너를 넘었다는 상징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던 시위대가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 랜드마크 명박산성'에서는 열띤 토론이

 

 

촛불 문화제가 끝이 난 세종로는 국민 놀이판이었다. 시민단체와 예술인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벌였고 음악인들이 공연을 펼쳤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즉석에서 춤판(율동) 을 벌이기도 했다.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 세워놓은 명박산성(컨테이너)은 국민 낙서판이 돼 버렸다. 컨테이너 뒤에 있는 경찰과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시민들이 써놓은 낙서는 기발했다. '통곡의 벽' '진리가 MB를 자유롭게 하리라' '소통의 달인 2MB' '각하, 우리에게는 12개의 컨테이너가 있습니다' '설치 미술 하지만 너무 꾸리잖아' 등. '08 서울 랜드마크 명박산성'을 시민들은 수준 높은 유머로 '무력'하게 만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해고 통지서도 받았다. "주주총회 결과 회사를 말아 먹기 전에 해고를 결의하고 가결되어 서면으로 통지합니다"라는 글귀가 여러 장 붙어있었다.

 

"여러분 촛불을 조심해 주세요"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컨테이너에는 기름(그리스)이 잔뜩 발라져 있다. 촛불 때문에 불이 붙을까봐 조심하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번 6·10 항쟁 21주년 기념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은 수준 높은  민주의식을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의 권위도, 지도자의 통제도 없이 질서를 유지했고 즉석에서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했다.

 

한마디로 길거리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한 것이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격다짐식 정치에 대해 국민들은 수준 높은 '비폭력 길거리 정치'로 항쟁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수준 높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은 어떤 정치를 보여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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