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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는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둘은 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예수님을 믿지만 하나라고 하기에는 서로 이질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수적인 면에서 본다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진영은 한번 모이면 수만명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보수 진영 기독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는 반북 친미 집회를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쇠고기 수입 찬성과 함께 FTA 협상을 서두르라는 주문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수 기독교 세력은 새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진보 세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 교회가 점점 보수화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과거 70~80년대 군부독재에 앞장서 대항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을 계승하며 현재의 시국에서 기독교가 바른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6월 10일(화) 오후 3시에 서울 수유리 총회회관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고 오후 6시에 광화문 촛불집회에 합류하였습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이진(선교위원장, 강동교회) 목사는 한국 교회가 다윗왕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적했던 나단 선지자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1차로 종로 5가의 기독교회관에 집결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들은 이곳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인 권오성 목사와 잠시 면담했습니다. 권오성 목사는 지난 교계 원로들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한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한국교회는 예언자적인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오후 5시 30분경 덕수궁에 있는 대한문 앞에 집결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들은 덕수궁으로 곧바로 온 목회자들과 합류하여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및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 집회를 실시하였습니다. 특별히 이번 모임은 교단의 본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준비한 모임이 아니라 목회자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의견을 교환하다가 '한번 모이자'라는 생각으로 갑자기 추진된 자발적인 모임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기독교단체가 준비한 '법질서수호·FTA비준촉구 국민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기독교 단체가 모임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준비한 집회는 대대적인 광고를 통한 동원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대한문 앞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들의 집회는 비록 수는 적었지만 자발적인 신념을 가지고 모였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대한문 앞 집회는 자발적으로 말하고 싶은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발언하는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특별히 이날 고 문익환 목사님의 사모님이신 박용길 장로님이 참석하셔서 후배 목회자들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날의 집회는 자연스럽게 촛불집회에 합류하였고, 촛불집회가 끝난 뒤 시위행진에 동참하여 오후 10시 30분경 청계천 광장 앞에서 앞으로 오늘의 기억을 잊지 말고 항상 관심을 갖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날까지 기도하며 십자가의 행진을 계속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해산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티스토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집회, #한국기독교장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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