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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될려면 1090년 뒤에 와라 라고 쓰는 초등학교 3학년 송현종 어린이
 대통령 될려면 1090년 뒤에 와라 라고 쓰는 초등학교 3학년 송현종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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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려면 1090년 뒤에 와라"

초등학교 3학년 송현종 어린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는 현수막에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축제 분위기에 한껏 젖은 5천여명의 충북 청주 시민들이 열렬히 노래 <대한민국 헌법 1조>를 합창하고 있었다.

'대통령 되려면 왜 90년 뒤어야 하냐?' 질문에 1000을 더해 버려

5천여 명이 운집한 청주 촛불문화제 행진
 5천여 명이 운집한 청주 촛불문화제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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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6시 충북 청주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충북도청 앞에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미 교통경찰이 도청 앞 6차선 도로는 차단해놓은 상태였다.

자유발언과 노래, 율동 등이 이어지는 2시간여 동안 시민들은 서로 양초를 주고 받거나 <이명박 OUT> <이명박 심판> <광우병 소고기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나눠주며 본격적인 거리 행진을 준비했다.

도청 담장에는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는 현수막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이 빼곡히 걸려있었고, 많은 시민들이 이 대통령을 규탄하는 문구를 적고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생인 송현종 어린이는 "대통령 되려면 90년 뒤에 와라"는 문구를 적다가 기자가 "왜 하필 90년이냐?"고 묻자 말 없이 숫자 90 앞에 10을 붙여쓰기도 했다.

송 어린이의 아버지 송기복(39·역사 교사)씨는 "벌써 온 가족이 나온 3번째 집회"라며 "학교에서 중고생들의 촛불집회를 막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는 시민의 역할을 가르치며 정작 집회 참여를 막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며 "학생에게 집회 참여의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 행진 중 가장 앞장서있는 초등학생들
 촛불문화제 행진 중 가장 앞장서있는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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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참석자들 "오늘처럼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운 적 없었다"

문화제가 시작된 지 2시간여가 흐른 오후 8시 30분경 시민들은 시내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는 어느덧 4~5천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시민들은 충북도청에서 충북대로 향하는 직선도로 8차선 중 4차선을 막고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중에 시민들은 <대한민국 헌법 1조>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 등의 노래를 합창하거나 '이명박은 물러가라', '청주시민 함께해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지나는 차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구호가 담긴 피켓을 흔들며 지지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현수막을 만들어 나온 한 장애인 단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현수막을 만들어 나온 한 장애인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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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체장애인을 비롯한 십여명의 장애인들도 행진에 동참했다. 지체장애인 이재신(26)씨는 "우리들도 선량한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이 대통령이 장애인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보험을 부디 자율화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행진을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나자 청주 체육관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쉬는시간 동안에도 율동과 노래는 끊이지 않았고, 몇몇 시민들은 닭이나 맥주, 오징어 등을 꺼내 옆 사람과 함께 먹기도 했다. 특히 20대 청년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에 가는 도중 "오늘처럼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이렇게 우리가 민족을 구하는거야"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촛불문화제 행진중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
 촛불문화제 행진중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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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길가에 선 시민들은 행진하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거나 기자들에게 '어디까지 가느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느냐?'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과 인터뷰하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자 '현장 중계 잘 보고 있다, 지금 믿을 만한 언론은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 밖에는 없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후 충북대가 인접한 사창사거리까지 이동하며 시민들은 <광우병소 너나 먹어> <한우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 등의 구호를 추가해 외쳤다. 또한 노래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몇 번이나 계속해 따라 부르기도 했다.

'숨쉬지마 산소아까워'란 문구가 적혀있는 깃발을 들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숨쉬지마 산소아까워'란 문구가 적혀있는 깃발을 들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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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물가, 등록금 인상, 앞으로 대학가는 우리는 어쩌라고

오후 10시 무렵 도착한 사창사거리에서 시민들은 다시 한번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물놀이, 전교조 교사들의 노래 등 문예행사가 이어졌고,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노래 합창 등이 2시간 30분여 동안 이어졌다.

촛불문화제를 다시 시작하자 학교 주변에 있던 충북대 학생들과 자율학습이 끝나고 귀가하던 주변 고등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정책들과 서울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잉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행진 도중 <광우병 쇠고기 반대> 피켓을 가로수에 거는 시민
 행진 도중 <광우병 쇠고기 반대> 피켓을 가로수에 거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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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찬(25·충북대 사회학과)씨는 "청주는 사람들의 촛불문화제 참가가 적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이 놀랐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정치를 독려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에게 잠 좀 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만성 수면 부족은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 혹시 이 대통령이 매일 같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촛불문화제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이러시는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영(18) 학생은 "이 집회로 인해 시민들과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높은 사람들만 상대하지 말고 촛불문화제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소희(18) 학생은 "이 대통령이 생각하고 사는 사람인가 물어보고 싶다"며 "촛불문화제의 배후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어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0교시를 부활시킨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는 애들을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고3이 되기 무섭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아버지가 운수업에 종사한다는 윤미경(18) 학생은 "유류값 때문에 학원을 끊은 지도 오래고 집안도 많이 어려워 용돈을 달라기도 힘들다"며 "지금은 고등학교 등록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만 나중에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되면 높은 등록금 때문에 분명 진학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며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다음날인 11일 새벽 0시 30분이 지나자 오는 13일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효순, 미선이의 추모 집회와 함께 촛불 문화제를 다시 진행할 것을 다짐하며 자진 해산했다.

촛불 모양 탈을 쓰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남성
 촛불 모양 탈을 쓰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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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행진중 사회자의 구호를 듣고 있는 학생들
 촛불문화제 행진중 사회자의 구호를 듣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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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주,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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