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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1년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87년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은 교문에서 경찰에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았다. 그리고 7월 5일 사망했다. 사회는 이한열을 열사로 부르고, 역사는 그를 민주화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아들 이한열이 떠난 연세대에 어머니 배은심씨가 섰다. 배씨는 10일 오후 5시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수 있는 세월이 흘렀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꿈을 꾼다.

 

"길거리에서 둘이 얻어먹으며 살아도 좋으니 지금이라도 한열이와 함께 살고 싶어요. 한열이가 쓰러졌을 때도 하루 종일 수천 수만 번 기도했어요. 한열이 일어서게 해달라고. 그리고 지금도 아들과 함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이어 배씨는 20대 대학생들에게 "사람이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 변하는데, 부디 배운 대로 정의롭게 살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최근 미국산 쇠고기 정국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촛불문화제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우리 국민들이 많이 성숙했다. 꼭 재협상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이 더 몰아쳐야 한다. 때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이 많이 침체됐다고 느꼈는데, 다시 살아난 것 같다. 그동안 한열이를 포함해 민주화 운동으로 100명 넘는 분들이 희생됐는데,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

 

- 21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다르고 같은 것 같나.

"최루탄만 안 보일 뿐이지 열기는 87년과 똑같은 것 같다. 그동안 민주화 운동을 해온 자부심이 느껴진다. 요즘은 남녀노소 모두 촛불을 들고, 가족단위도 많다. 예전에는 상상 못했던 일인데, 요즘 분위기는 참 보기 좋다."

 

- 촛불문화제를 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조건 공권력으로 시민들을 막고 해산하려는 모습은 과거 독재 정권과 똑같다. 국민은 과거와 달리 깨어 있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한다."

 

-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은 없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협상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닌가. 그리고 국민은 그걸 바로 잡으려 촛불을 들었다.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국민이 대통령을 타도해야 한다."

 

- 오늘 아들 이한열씨의 후배들이 추모제를 열었는데, 해줄 이야기가 있나.

"경찰이 학생들의 행렬을 막아설까봐 나왔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이 다치거나 불이익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변한다. 지금 학생들이 배운대로 꼭 정의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배은심씨는 인터뷰 내내 "요즘 말을 많이 했다, 피곤한데 이제 그만하자"며 힘들어 했다. 하지만 배씨는 추모제에서 마이크를 잡자 힘을 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배씨의 눈은 젖어 들었고 목소리는 떨렸다.

 

"87년 6월 9일 한열이가 쓰러졌을 때, '엄마!'를 외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프고 위기 상황을 오면 엄마를 찾이 않나. 그런데 그 때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한열이가 엄마를 찾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한열이의 마지막 말은 '나 시청 가야하는데…'였다고 한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섭섭했다. 지금도 섭섭하다. 엄마보다 시청 가는 게 중요했나보다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우리 한열이는 끝내 살아서 시청으로 못 갔다.

 

그런데 오늘 다행히 연세대 후배들이 한열이와 함께 시청으로 가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시청을 후배들과 함께 가는 우리 한열이가 참 자랑스럽다. 내 아들에게 그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

 

추모제에 모인 300여 연세대 학생, 아니 이한열 후배들은 배씨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제 곧 고 이한열은 후배들과 함께 시청으로 향한다. 21년 만이다.


태그:#촛불문화제, #배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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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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