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에게 교회란 무엇인가를 굳이 되묻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껏 여러 교회를 거쳐 오면서, 이런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 가며 출석하는 교회를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로 가족과 친척이 다니거나, 아는 분이 있거나 또는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출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교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이질적 느낌으로 교회를 옮긴 적은 있다. 뭔가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러한 이질감을 특정 교회에 대해서가 아니라 개신교 전체에 대해 느끼고 있다. 뭐랄까 개신교단이 또는 기독교가 버려야 할 낡은 가치를 수호하고 강변하는 완고한 집단으로 상징되는 현실이 내게는 매우 버겁다.

 

최근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 수입을 8할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연일 다수의 지도자급 목사들이 나서서 "사탄의 계략"(조용기 목사), "광우병 난동"(김홍도 목사), "목숨 걸고 사납게 달려드는 촛불집회 참가자"(김지철 목사)라고 하거나, "사람들이 실체 없는 광우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두려움과 공포의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오정현 목사)라고 하면서 다수 국민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

 

생각하건대 그리고 다시 돌아보건대, 나의 하나님은 그들이 외치는 말 가운데 함께 하시지 않는다고 믿으나 같은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으로 동질화되는 순간, 그들이 감히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폭도', '난동', '혼란'으로 시대의 현상을 규정지을 때 드는 자괴감과 상실감의 크기를 형용할 길이 없다. 이럴 때는 내가 신앙하는 하나님의 호칭이 그들과 차별화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차라리 우리의 하나님을 하느님이나 한울님으로 불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식구같던 교인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

 

5월 31일 토요일, 시청 앞 잔디밭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우리 가족이 다녀왔다. 시청 앞 계단에 앉아 시야에서 잡힐 듯 말듯 멀리 있는 자그마한 단상을 보며, 우리 가족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촛불 두 개를 처음으로 밝히고 왔다.

 

우리 가족이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고시' 강행이었다. 참으로 허탈했다. 설마 국민 대다수의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고시를 강행이야 하겠나 하는 안일함이 처절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우리 가족이 단 한번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은 대단한 뉴스가 아니다. 또한 이러한 간헐적인 참여로 촛불의 주역이었다고 자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 가족은 역사의 광장에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하였다는 데 기쁨을 느꼈다. 단 한 번으로 강고한 성이 무너지지 않겠지만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이 번갈아 거리를 돌고 돌아 파도를 일으키면, 완고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재협상을 약속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의 상처는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받았다. 교인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 교회에서 식당은 교제의 공간이다.

 

서로 밥을 같이 먹고 소식을 나누는 주일 오후, 식사와 청소를 마치고 막내아이를 안고서 설거지 하는 아내를 기다리는데, 우리 가족이 촛불집회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어느 분이 나를 불렀다.

 

어디 이야기 들어보자고 하시더니 시종 비아냥거리셨다.

 

"대체 광우병 걸린 사람 봤우?"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사람 있우?"

 

졸지에 우리는 있지도 않은 광우병에 대한 괴담에 휩쓸려 뛰쳐나간 철없는 난동꾼이 되어 버렸다. 일순 멍한 느낌이었다.

 

"거긴 뭐 하러 가우?"

"기도하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촛불을 든다고 뭐가 바뀌우?"

"네? 아니 뭐가 안 바뀌면, 기도하지 않나요?"

 

그 와중에 어떤 분은 뜬금없이 북한을 찬양하는 놈들은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나 뭐라나 하시면서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신다. 그러고는 우리가 마치 상대할 가치 없는 사람이나 되는 듯이 집단적으로 등을 돌리셨다.  

 

참 좋은 분들인데… 우리 아이들을 참 예뻐하신 분들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뺨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타격이 컸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귀에서 뭔가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웽웽 소리가 들렸다. 쓸쓸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주일 오후였다.


태그:#촛불, #기독교, #교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