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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씨와 6월 3일 화요일 오후에 성북동에 있는 찻집 수유산방에서 만났다. 최창근씨는 극작가이자 공연연출가로 제3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2002)을 받았고 제1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가로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방문해 독자들과 만났을 때 벌인 공연의 연출도 맡았다.

그의 명함에는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하 인생모)’이라고 적혀있다. 인생모는 올해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2008 애플북스)이란 제목으로 여행기를 냈다.

같이 인터뷰를 한 임경원 기자가 인도에서 오랜 시간 명상과 요가를 했기에 자연스럽게 인도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저는 인도에 대해서 잘 몰라요. 여행도 많이 간 것도 아니고. 겨울에 한 달 정도 인도 북부를 갔다 왔어요. 한국은 사람을 너무 시달리고 피곤하게 하잖아요. 인도는 그걸 벗어나게 해주는 거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며 놀라죠. 거지들이 많고 더럽고,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죠. 과거와 현재가 섞여있는 곳이죠. 다시 기회 될 때마다 인도 남쪽과 서쪽을 가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임경원 기자의 인도 경험을 묻는다. 임경원 기자가 반가운 마음으로 답을 한다.

"처음에 갔을 때 엄마 품에 안긴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편안할 수 없더라고요. 바라나시에 오래 있었어요. 유명한 데는 일부러 안 가고 요가하고 명상하며 비우는 여행을 했죠. 어차피 사람은 죽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기쁘게 죽을까, 감사하며 죽을까를 느끼고 돌아왔어요. 인도를 갔다 온 사람들은 두 분류로 나뉘어요.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

인생모는 인도를 안 가도 활동 가능한 모임

- 인도는 참 매력있는 나라네요. 인생모는 어떤 곳인가요?
"2년 전에 만들어졌어요. 영리단체는 아니고 인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인 거죠. 한분  두분 모이다 보니까 커졌어요. 이번 여름에는 인도에서 세미나를 하게 되었어요. 인생모는 인도를 갔다 오신 분이 반, 인도를 안 갔다 오신 분이 반이에요. 인도를 ‘생각’하는 모임이라 안 가도 활동 가능하죠. 인도를 생각하기만 하면.(웃음)

특별한 자격 같은 건 필요 없고요. 누구나 와서 얘기할 수 있는 모임이에요. 이름이 인생모잖아요. 농담 삼아 ‘인생 모 있어?’(인생 뭐있어?)라고 서로 얘기하는 참 재미있는 모임이에요. 인도는 역사와 종교, 신화 등등 공부할 게 많은 곳이고 여러모로 사람을 끌리게 하는 곳이죠. 한국에서는 너무 신비한 나라로만 포장되어 부각된 느낌이에요. 인도의 실상은 또 있는데. 제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죠. "

책
 책
ⓒ 삶이 보이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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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인생이여, 고마워요>(2008 삶이 보이는 창)를 내셨어요. 제3세계 음악 에세이더라고요. 여행도 좋아하시는 만큼 세계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세계음악을 소재로 쓴 수필이에요. 그동안 오래 연재한 것들이죠. 5년 정도. 제가 게을러요. 이제야 모아서 내놓네요. 여행 다니는 것은 좋아했지만 외국여행은 잘 안 다녔어요. 2001년에 연극 공부하는 친구들과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갔다 온 게 첫 해외  여행이었죠. 참 좋았어요. 여행 자주 가야겠다고 했으나 이번 겨울에 인도 간 게 두 번째예요. 그리고 최근에 터키, 그리스를 세 번째로 갔다 왔죠."

- 터키는 어떤 일 때문에 가셨나요?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올해는 계절별로 나가게 되네요. 여행은 꼼꼼하게 준비해서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가게 되었어요. 올해 이스탄불 영화제(4/4~4/20)에 제 후배가 초청받았어요. 그래서 같이 터키를 가게 되었죠. <소년 감독>(2006. 이우열)이란 영화로 한국에는 올 가을에 개봉을 할 거예요.

그렇게 간 터키였지만 아주 좋았어요. 생각 같아서는 눌러 앉고 싶을 정도로. 여행이란 게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줘서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요즘 이상해요. 아무래도 바람이 난 거 같아요. 몸은 여기 있는데 생각은 다른 데 가있어요. 사는 방식도 달라지고 ‘떠돌면서 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은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거니까. 여행하다 보면 사람이 사는 다양한 방식을 보게 되어 느끼고 배우게 되죠."

인도에서 배운 두가지

최창근 작가
 최창근 작가
ⓒ 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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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기가 인도 여행하면서 배운 거 두 가지를 말해준다.

"먼저, ‘내가 정말 헛살았구나’라는 걸 배웠어요(웃음). 둘째는 한국 사회 문제예요. 외국 나가면 한국 상황을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원래 사는 곳과 거리가 생기니 제대로 보이는 셈이죠. 외국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바로 남이냐 북이냐를 물어봐요. 그 다음에 남북문제에 대해 물어보고.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잊고 살잖아요. 답변이 궁해지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여행하니까 많이 느낄 거예요. 너무 좁은 곳에 갇혀있다는 느낌이에요. 좁다는 의미는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의미죠.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에요. 사람에게 선한 면, 악한 면 있겠지만 살아있는 여러 생물들과 지구를 상대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들이나 그런 걸 보면 사람만큼 몹쓸 짓을 하는 게 없어요. 어떻게 보면 답이 없고, 우울해져요.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토요일, 일요일 촛불집회에 나갔어요."

촛불 정국도 맞물리고 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에 두려운 게 있어요. 예전에 좋아했지만 덜 좋아진 사람들이 있고 별로였는데 더 좋아진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10년이나 20년이 지나서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게 되요. 변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되어야겠죠. 그러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자기가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죠.

사람을 보면 보이잖아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다 느껴지고 드러나죠.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안 맞는 사람도 많고.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요.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조금 덜 미워하려고 노력해야할 거 같아요.

일이라는 게 혼자서 하는 게 없죠. 세상일은 모두 다 연관이 되어있고 같이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면 틀림없이 갈등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야 될 거 같아요. 저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이든 자기가 일을 할 때는 이유가 있잖아요. 뭐든 쉽게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도 괴로울 거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수백 가지 결함과 몇 가지 장점으로 이루어진 거 같아요. 똑같은 실수를 하고 반복하는 게 인간이죠.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하고…. 쉽게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서로를 포용하는 마음을 길러야겠어요. 저 사람도 오죽하면 저럴까. 그런 마음. 안타깝긴 안타까워요. 어떤 일이 잘못 나가고 그러면 그렇게 바라만 볼 수도 없고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고 싶고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네요."

심각한 표정에 이어 다시 인도 여행 이야기로 이어졌다.

"인도에서는 영어를 딱 2개만 썼어요. ‘how much? expensive’였어요(웃음). 터무니없이 비싸니까요. 인도 장사꾼들과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놀고 한쪽에서는 시체 태우고 살고 죽는 거 경계가 없어요. 아이들은 안 울고 시체를 자연스럽게 쳐다보더라고요. 시체 태운 재를 띄워 보내는 갠지스 강에서 빨래하고 먹고 씻고…."

이음 책방에서 열리는 문학공연에서는 진행자로

- 이음 책방(이음아트)에서 열리는 문학 공연에서 사회를 보시던데 이음 책방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놀러가다 사장님과 친해졌어요. 희곡 쓰고 연극 연출하여 기획하는 게 주업인데 어느새 이음 책방 놀러가는 게 주업이 된 듯해요. 제가 아는 사람들 소개를 해주고 그러다보니 공연을 자주 하게 되었어요. 큰 책방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의례적인 게 많은데 작은 책방에서 하는 행사는 소박하지만 직접 접촉이 일어나죠.

외국에서는 작은 책방에서 하는 작가 낭독회, 신간 발표회가 많아요. 한국은 척박하죠. 이음 책방에서 어떻게 보면 처음 하게 된 거고. 북데일리(www.bookdaily.co.kr - 책 전문 온라인뉴스사이트)와 연계되어서 부정기적으로 하다가 올해는 두 달에 한 번씩 정기로 하게 되었네요(3월에는 소설가 김애란과 시인 김경주의 문학 공연을, 5월에는 장정일 낭독회가 있었다).

'라디오21'에서 ‘세계음악산책’을 진행했는데 그때도 제 말을 들어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려요. 연출자와 마찬가지로 작가도 사실은 보이는 존재가 아니에요. 숨어있는 존재죠. 작품이 독자들을 만나는 거죠. 다른 연출가들과 작가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출자도 배우가 무대에 올라서 관객들을 잘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죠. 진행자나 사회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생각으로 오신 분들이 편안하도록 진행해요."

젊은 작가들과 독자들을 이어주고 싶다

젊은 작가들. 한국 문학의 미래잖아요. 젊은 작가들이 독자들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이음 책방 같은 곳이 여러 군데 생겨서 그런 통로가 되면 참 좋겠어요."

- 북데일리에서 최창근의 시편지라는 칼럼을 써서 젊고 개성있는 신인들의 시집을 추천하시던데 이음 책방에서 하는 문학공연과 취지가 상통하네요.
"공연 연출을 하다보니까 작가들을 알게 되고 이런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점점 문학이 일반 독자들과 멀어지고 책이 안 팔리잖아요. 안 팔린다고 해서 필요 없는 건 아니죠. 뿌리가 되는 것이기에. 아무리 볼거리가 많은 시대지만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사는 얘기해볼게요. '인생모'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인생 뭐 있나요?(웃음)
"제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사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전에도 아등바등 산 건 아니지만 가는 시간, 흐르는 시간에 탁 맡기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몸과 마음을 맡겼죠. 사람들에게 잘하고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거더라고요. 사람은 욕망이 있잖아요. 사회에서 살다보면 없앨 수는 없고 욕망을 조율하고 절제하면서 살아야죠. 욕망이란 걸 없앨 수는 없으니까. 욕망에 끌려다니게 되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게 되죠.

경제적으로 어렵고 그런 걸 떠나서 남이 볼 때 사는 모습이 추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욕망이란 게 10개가 있어서 다 취해 끝나는 거면 좋겠지만 10개를 채우면 100개가 생기더라고요. 욕망이란 것에 휘둘리지 말고 최소한 남에게 몹쓸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늘 인생에 대해 생각은 하지만 모르겠어요."

여기까지 나를 이끈 건 사람, 사람,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방황과 여기까지 자신의 삶을 이끌어준 도움을 이야기한다.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러 번 얘기했고 글도 썼지만 나이가 들수록 명확해지는 게 아니라 더 모르겠어요.  20대에 방황할 때는 한 마흔 쯤 되면 뭔가 보이고 맑아지는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지금 마흔이거든요. 점점 모르겠어요. 세상이.

20대 때는 방황 많이 했어요. 큰 후회는 아닌데 아쉬움이 있죠. 뜻이 있는 거겠죠. 이렇게 된 것도. 숙명이다,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주어진 길이 있는 거 같아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고 나오잖아요. 기독교 색채나 종교 상관없이 더 넓게 해석이 되요. 자기에게 더 맞는 길이 있는 거 같아요. 저도 이 길로 올 수 밖에 없었던 거 같고요. 뭘 해도 안 되었거든요.

오늘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인이신 할머니가 옆에 딱 와서 앉으시더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총각, 좀 많이 먹어야겠어’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는 그런 경우가 참 많았어요. 예전에 황학동 남문시장 쪽으로 놀러 가고 그랬는데 나갈 때마다 포장마차 주인집들이 그냥 떡이랑 먹을 거를 주면서 ‘이거 먹고 힘내’라고 하셔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여기까지 굶어죽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게 그나마 그런 분들 덕분 같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바로 그 사람에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받은 이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사는 모습이 더라고요. 그런 작은 도움들이 두서없이 살아가는 저를 여기까지 이끈 힘 같아요. 보통은 혼자서 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게 아닌 거 같아요. 누구든 무수한 사람들의 보이든 보이지 않든, 크든 작든 도움을 받아요."

- 희곡 연출로 상도 많이 받으시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으시는데 어떠신가요?
"상은 밥상이 가장 좋죠(웃음). 다 연결되어 있어요. 배우, 극단, 연출자의 협업이라 운이 좋았던 거죠. 자주 작품 올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고 연극을 연출하면 가끔씩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잘못 왔어요. 천천히 와야 하는데 일찍 오게 되어서 처음에는 뭘 모르고 시작했는데 한 작품, 두 작품 쓰다 보니 희곡이란 장르의 어려움을 알겠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안 들었으면 습관적으로 작품 올리고 그랬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연극 연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연극 연출은 얼마 안 했으니 초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몇 작품 올리지 않고 고민하고 있는 거 같아요."

밥값을 하고 싶어 글을 쓰다

최창근 작가
 최창근 작가
ⓒ 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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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최창근씨에게 무엇인가요? 왜 글을 쓴다고 생각하시죠?
"사람들은 보통 행복한 순간보다 지겹고 힘든 시간들이 더 많잖아요. 괴롭고 힘들고 지루하고. 그래도 짧지만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요. 끝을 생각하면 허무하고 덧없잖아요. 모두 흙으로 돌아갈 거라고 얘기하면. 그 과정에서 조금 더 같이 기쁨들을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제 작업으로 사람들이 반짝이는 순간들을 알게 되길 바라죠.

그러고 싶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괴롭고 슬플 때 큰 위로는 아니더라도 작은 위로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다시 생업으로 돌아갔을 때 힘내서 열심히 살 수 있게. 다들 자유롭게 틀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생기 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많이 하고 책도 읽고 울기도 하면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눴으면 해요. 사랑이란 게 별 거 있겠어요. 자기가 갖고 있는 따뜻한 온기, 체온을 나누는 것이죠.

제가 아는 화가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내가 왜 글을 써야하는지, 왜 희곡을 써서 무대에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선생님도 그러시더라고요. ‘나도 모르겠다. 나도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그러시면서 ‘자기 밥값이 아닌가’ 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자기가 하루에 먹는 밥값, 그 먹는 밥은 농부들이 땀 흘려서 왔을 테고, 세상 모든 사람들 하는 일이 자기가 살아가면서 날마다 먹는 밥값이 아닌가. 크게 와 닿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밥값을 잘 못하고 있거든요. 거창하게 얘기하면 자기가 태어난 값을 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축복이에요. 태어났다는 거 자체가 축복이고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사람의 삶이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대로. 큰 말이거든요 밥값이."

최창근 극작가의 나근나근하고 겸손한 말투를 듣다보니 귀가 활짝 열린다. 수유산방 고적한 분위기와 맞물리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마침, 이음 책방 사장님(한상준)의 전화가 왔고 같이 혜화동 로타리로 걸어갔다.

최 작가는 "사진 전시회, 문학공연, 시간발표회 등 이음 책방에서 수많은 행사가 있고 앞으로도 더 기대가 되는 소중한 문화공간"이라며 자기 얘기할 때보다 더 눈빛이 반짝거리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요즘 운영이 어려워서 여러모로 사장님이 고민하고 계시다고 한다.

현재 1500여 명 정도 이음 책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주회사 형식으로 이음 책방을 전환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음 책방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음 책방의 계획과 앞으로 이야기들을 살짝 들었다. 사장님과 조만간 곧 찾아뵙겠다고 말씀을 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최창근 극작가와 이음 책방 사장님은 문 밖에서 오랜 시간 쳐다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진 촬영/동행취재 - 임경원)


태그:#최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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