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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표지 (2008년 6월 발행)
 책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표지 (2008년 6월 발행)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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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라 훈련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적 양심을 징벌을 가해 바꾸려는 행위"라며 밝힌 내용이다.

훈련 거부는 약과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받은 사례는 한국에서 징병제가 실시된 지난 70여 년간 1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지금도 감옥에는 1600여명이 갇혀 있다. 해마다 800여명의 젊은이가 병역을 거부하며 감옥행을 자처하고 있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출판사 철수와 영희)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평화에 대한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30명의 기록서다. 이들이 병역을 거부한 이유를 쓴 글과 편지를 옮겨 실었다.

그렇다고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여호와의 증인'의 목소리가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교적 이유이든, 평화의 신념에 따른 것이든 제 양심에 따른 실천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 간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한 '고발장'

이들의 기록은 한국에서 징병제가 시작된 후 70년 간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하다. 극한 대치상태에 있던 남북 관계가 냉전체제 해체에 따라 바뀐 지도 오래다. 개인의 자유를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한하던 군사정권 시대도 한참이 지났다. 그런데도 국방부 시계는 여전히 반공시대를 표준시간으로 맞춰왔다.

이 책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복종훈련, 철저하게 위계질서적 인간관계에 대한 훈련을 의미한다"며 "한국군대가 민간 사회에 보내는 인간형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독재형 직장 관계에 쉽게 적응할 순응적인 '한국형 샐러리맨'"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묻는다. 왜 한국은 이처럼 고속으로 무장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느냐고. 또 묻는다. 아직도 동북아 지역 경제 최약국인 북한의 침략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 강대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30명의 병역거부자들은 박 교수의 물음에 담담하지만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박노자 교수 "한국은 왜 고속으로 무장하는 데 힘쓰나?"

2005년 4월 병역거부 선언을 했던 조정의민씨는 "평화를 위해 군대를 가져야 하고 무력을 통해서만 평화가 쟁취된다는 오래된 믿음을 놓아야 한다"며 "전쟁과 무력으로는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송인욱(2006연 5월 병역거부 선언)씨는 "이라크 전쟁과 한국병 파병이 병역거부 입장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당장은 조금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고 난 뒤에서야 부랴부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내놓았다. 이 마저도 오는 2009년부터 현역 입영대상자에 한해 실시된다.

한홍구 교수 "이들이 없었다면..."

이에 대해 최준호(2003년 병역거부 선언)씨는 "대체복무제도가 군대보다 쉬워서도 안되지만 형평성에 맞지 않게 더 힘들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한국의 징병제와 병역거부의 역사'를 논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은 군사독재와 목숨을 걸고 싸워 민주화를 이룬 나라인데 왜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다며 총 들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없느냐고 묻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이렇게 썼다.

"이 책은 2001년 이후 뒤늦게나마 이 땅에 나온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병역거부자 30명의 글을 모은 책이다. 왜 이런 사람들이 진작 나오지 못했던 것일까?"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병역거부자 30인의 평화를 위한 선택

전쟁없는세상.한홍구.박노자 지음, 철수와영희(2008)


태그:#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철수와 영희,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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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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