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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무슨 맛으로 먹을까요?"

"추억이라."

 

함께 보리 꼬실라먹던 할머니는 추억의 맛이라 했다. 먹을거리 천지인 요즘에 풋보리 구운 건 먹을거리 축에도 못 낀다. 하지만 굳이 그 맛을 즐기고자 함은 맛보다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남 화순 백아산자락에 소재한 산채원을 찾았다. 김규환 산채원 대표는 서울에서 귀농해 45만여평에 이르는 임야에 각종 산나물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죽부각 취재를 위해서였다.

 

참중나무 잎줄기로 만드는 가죽부각은 구수한 향취로 인해 부각 중에 으뜸으로 친다. 데친 참중나무 잎을 말려서 찹쌀풀에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혼합해 발라 다시 꾸덕하게 말린다. 가죽부각은 남도지역의 토속음식이다. 밥반찬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참중나무 잎줄기를 데치기 위해 불을 지폈다. 물이 끊은 동안 집 앞 텃밭에서 자라는 보리도 한 아름 베었다. 이걸로 추억의 보리모태를 해볼 참이다. 보리모태를 하려면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제맛이다.

 

 

모닥불에 재빨리 구워내 양손으로 비비벼 후 불면 파란 보리알맹이들만 남게 된다. 이걸 입속에 털어 넣고 씹으면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졌다. 참 구수했었는데.

 

모닥불에 구워진 보리를 비비는 할머니의 손은 금세 연탄재를 바른 듯 검게 변해갔다. 구워진 풋보리를 후후 불어 내 손에 쥐어준다. 배고파 서럽던 그 시절에 꿀맛처럼 먹던 맛은 아니다. 그래, 할머니는 이 맛을 추억이라 했나보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을까요?"

"추억이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리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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