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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가 6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 토론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6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 토론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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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나 나가야겠다는 확신을 느끼게 했던 토론회다" (고려대 김지윤)
"국민들의 원성 소리와 촛불 집회가 더욱 활성화 될 듯하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정수환)
"이런 토론을 하려 제주도에서 올라온 것이 아닌데…." (제주대 총학생회장 강동호)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시국토론을 마친 전국 대학생들의 말이다. 2시간여에 걸친 토론을 지켜본 방청객들도 토론이 끝나자마자 "촛불 시위나 가야겠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성치훈씨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왔으나 아무런 변화도 대책도 없었다"며 "미국에 대한 낮은 자세밖에는 없었던 토론"이라고 평했다.

6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한 총리와 고려대·연세대 등 전국 32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해 '답답한' 토론을 벌였다. 정식 명칭은 '국무총리-대학생 시국 토론회'다.

국민 뜻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재협상은 불가?

한승수 국무총리가 6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 토론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6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 토론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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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은 결국 아무런 대책도 나오지 않은 채 '소통 없이' 마무리됐다. 한 총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생들 모두가 장시간 앉아 있는 게 곤혹스러워 보였다. 한 총리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젊은 대학생들의 매서운 질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반면 대학생들은 한 총리의 답변이 "한 달 전부터 되풀이되던 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고려대 재학생 김지윤씨는 "전혀 변하지 않는 한 총리와 정부의 모습 때문에 토론회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을 정도"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 총리는 이날 토론에서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재협상이라는 것은 있었던 협상을 파기하고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같은 방법은 양국 간 신뢰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서 한국 위상이 굉장히 난처해진다"며 "재협상이라는 형식은 아니지만 우리가 맺은 내용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총리는 이날 토론에서 "국민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항상 '반성한다', '국민 뜻 따르겠다'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자로 참여한 아나운서 송지헌씨도 "총리께서 답변할 때 전혀 끄덕이는 고개가 없다"며 혀를 찼다.

'촛불 집회' 참여에 대한 확신만 키워준 토론 현장을 요약해 봤다.

[쇠고기 협상 공방] "상황 발생 후 요구 아니라 먼저 요구하는 게 어떤가?"

권오철(중부대)
- 물건 돌려주고 사는 사람은 우린데 왜 우리가 파는 사람 눈치를 보나? 그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문제가 되니까 민간업자에 맡기는 것 아닌가?


한 총리 - 소비자 주권은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쉽게 말해 안 사면 그만이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함부로 쓸 수 없는 시대가 돼 버렸지만 말이다. 정부로서는 국민 여론이 너무나도 30개월 이상 미국 소에 대한 불신이 많고,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국민이 걱정하면 굳이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민섭(성균관대) - 지난번 대국민담화문 중에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읽다 보니 '요구'라는 단어에서 걸리고, 정부가 말하는 새로운 상황이 뭔지 궁금하다. 국민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게 새로운 상황 아닌가. 상황 발생 후가 아니라 먼저 요구하는 것은 어떤가?

한 총리 - 현재 미국이 대만·중국·일본 등 하고도 쇠고기 협상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우리보다 나은 조건이면 당연히 안 된다고 제동을 걸 것이다. 이미 경고를 이미 보냈고 우리의 결의는 강하다. 미국과 한 당당한 협정인데 그렇지 않게 된다면 당연히 협정을 바꿀 수밖에 없다. 미국도 우리의 강한 주장을 다 알기 때문에 타 나라와의 협정에서도 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김윤권(강원대) - 이번 쇠고기 협상은 명백한 조공외교다. 한미 FTA 체결 때문이라는 명목으로 이와 같은 전면 개방을 택한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에도 미국 쇠고기가 치명적이라는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같이 개방을 하나? 국민 건강권이 미국과의 절친한 동맹관계보다 덜 중요한가?

한 총리 - 조공외교는 결코 아니다. 절대로 우리나라는 외교에 관한 한 일본이나 기타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다. 여러분이 장차 이와 같은 외교 무대 나가서 일하게 될 때쯤에는 여러분 선배가 만들어 놓은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장경태(서울시립대) - 냉면과 설렁탕 육수도 원산지 표시가 되는데, 국민 건강과 관련된 사항은 사전 예방의 원칙을 지켜서 접근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아무리 좋은 자동차가 있어도 브레이크 엑셀이 상호작용 해야 하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가 작동이 안 되면 폐차를 시켜야 맞다.

한 총리 - 여러분이 말하는 '미친소'는 전 세계에서 19만 마리 정도 나왔다. 18만4천 마리는 영국, 일본은 34마리고 미국은 3마리에 불과하다. 96년 이후 동물성 사료를 쓰지 않으면서 점점 없어져 가는 병이다. 미국소가 다 미친 소는 아니다는 말이다. 20년 동안 3마리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유념하고 정부의 정책을 이해해 달라.

[촛불 문화제 공방] "경찰청장 사퇴해야", "대학생 본업은 학교 공부"

"국민 건강권을 해치지 않을 것을 진심으로 다짐하는 바이니 이 정도에서 멈춰주셨으면 한다."
 "국민 건강권을 해치지 않을 것을 진심으로 다짐하는 바이니 이 정도에서 멈춰주셨으면 한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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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환(고려대) - 지난 주말 촛불 집회에 나갔다가 연행됐다. 폭력을 당하며 연행됐고, 같이 온 친구도 그랬다. 당시 들었던 생각이 지금 이 모습이 2008년 대한민국 맞는가, 이틀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폭력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찰청장의 사퇴가 필요하다.

한 총리 - 어청수 경찰청장의 책임을 말했는데 만일에 청장의 지휘가 정말로 이상하게 이뤄졌다고 하면 스스로도 책임을 질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이후에 청와대로 진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청와대의 의견이다.

정부가 이미 여러 번에 걸쳐 말했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것 죄송하고,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 비단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낮은 자세로 눈높이를 맞춰가겠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시위를 하게 되면 시위대도, 경찰도 국민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더 이상의 국론분열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일 믿어 주시고,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있었던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 건강권을 해치지 않을 것을 진심으로 다짐하는 바이니 이 정도에서 멈춰주셨으면 한다.

곽도영(동아대) - 일부에서 많이 강조했던 국가 간의 신뢰와 예의는 유독 우리 대한민국만 지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 대사인 버시바우의 "실망했다, 한국인이 더 배워야 한다"는 발언 때문에 국민 전체가 모욕을 당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총리 - 외교관이 국내 정치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외교적인 관례가 아니다. 다만, 어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찾아갔을 때 버시바우 대사가 '진의가 왜곡됐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다. 우리나라·타 나라 외교관 모두 그 나라 정치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동국(동서대) - 부산권 4개 대학이 동맹휴업에 나섰다. 나머지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진 않은 상태다. 오늘 와서 총리님의 답변을 듣고 행동에 옮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많다.

 6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시국 토론회에서 대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한 총리와 패널들간의 대화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6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시국 토론회에서 대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한 총리와 패널들간의 대화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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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 대학생의 본업은 학업에 종사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동맹휴업을 통해 스스로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학업에 더욱 열중해서 우리 기성세대들이 못 이룬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지윤(고려대) - 대통령이 우리 학교 선배다. 요즘같이 학교가 부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한 총리는 아직도 국민들이 뭘 모르기 때문에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현재 정부는 국민을 과학과 외교 전문가로 만들고 있는데 여전히 국민이 멍청하다고 보나. 5월 30일부터가 아니라 정부는 5월 4일부터 촛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배후세력을 주장했다. 그때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많이 한 것을 벌써 잊었나.

20년 전과도 변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전두환 정권 때 국보위에 가담한 걸로 안다. 그래서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군홧발로 짓밟나. 87년 때도 당시 군사정부는 '국민본부'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지금 국민들은 거리에서 '협상 무효'와 '이명박 물러나라'를 외친다. 이 자리에서 국민들의 구호가 옳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 총리 - 국민들이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이 얼마나 현명한지 잘 느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국정운영을 해 갈 것이다.


태그:#한승수, #대학생, #시국토론,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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