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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리는 문화제를 마친 뒤 을지로 입구 네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리는 문화제를 마친 뒤 을지로 입구 네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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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촛불을 밝혀들고 이명박 정부의 어둠을 밝히기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어여쁜 '촛불 소녀'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이라는 잘못된 정책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강부자' 내각/수석, '고소영' 내각/수석의 문제가 너무나 명확히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에 앞서서 그의 무능에 시민들은 혀를 차고 있다.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각종 특정부위의 전면수입은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에는 엄청난 선물이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에는 엄청난 선물을 안기고 정작 우리 국민에게는 엄청난 재앙을 던진 것이다.

뭐 이런 정부가 다 있나? 정부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국민과 국토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대운하'를 건설해서 국토를 '대파괴'하겠다더니, 다시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해서 국민에게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고 나섰다.

'광우병 룰렛' 강요한 정부에 맞선 촛불 30일

촛불 시위는 이명박 정부가 강요하는 '광우병 룰렛'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당연한 요구의 발로이다. 제 아무리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강하다고 해도 그것에 맞서서 국민을 지키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 버렸다. 국민의 당연한 비판과 저항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남탓론, 괴담론, 선동론을 펼쳤고, 또한 계속 거짓말을 해대더니 급기야 군화와 방패, 그리고 물대포를 이용한 폭력까지 행사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시민들은 '이명박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전면적으로 외치게 되었다.

이번의 촛불 시위에서는 여러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말 그대로 '개인방송' 시대가 열려서 수많은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촛불 시위의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애초에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발의로 시작된 이번의 촛불 시위는 통합된 지도부가 없이 자발적이고 분산적인 흐름의 시위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거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며 축제 같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반대 29차 촛불집중문화제에 참석했던 수만명의 시민, 학생들이 서울광장~명동~종각을 행진한 뒤 세종로 네거리에 집결해 있다.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반대 29차 촛불집중문화제에 참석했던 수만명의 시민, 학생들이 서울광장~명동~종각을 행진한 뒤 세종로 네거리에 집결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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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그 자체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의 촛불 시위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원인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한 달이 넘도록 촛불을 들고 밤거리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까닭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결정해서 광우병 위험을 전면화했다. 시민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세대, 계층, 지역, 성별 등의 차이를 떠나서 절대다수 시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쇠고기는 사실상 모든 한국인과 연관된 보편적 음식이고, 이에 따라 광우병 위험은 생명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생활정치의 전면화를 가져왔다. 이것이야말로 이번의 촛불 시위에서 나타난 정치적 핵심이다.

'광우병 위험 감수 세력' 대 '광우병 위험 예방 세력'

이명박 정부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아마도 촛불 시위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잘못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바보로 비난하고 심지어 정적으로 몰아붙였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 정부는 생활정치를 권력정치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광우병 위험 감수 세력' 대 '광우병 위험 예방 세력'의 구도가 형성되었다. 전자는 한 줌의 이명박 세력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후자는 절대다수 국민들로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는 이명박 세력에 맞서서 '광우병 위험 예방'을 요구하는 '국민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그리고 뉴라이트 등 보수세력을 망라한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성공시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대운하'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강행함으로써 이명박 세력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국민실패시대'라는 불안과 우려가 커졌다.

이명박 정부는 거짓말과 밀실행정을 거듭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그저 이명박 대통령을 감싸고 있고, 조중동은 황당한 기사들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고, 뉴라이트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강변하며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광우병 위험은 이명박 세력의 문제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6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김밥 초코바 등 음식물이 도착하고 있다. 이 음식물은 디시인사이드 음식갤러리 및 미주의 한인 주부들이 보낸 것.
 6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김밥 초코바 등 음식물이 도착하고 있다. 이 음식물은 디시인사이드 음식갤러리 및 미주의 한인 주부들이 보낸 것.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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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의 지방자치 재보궐선거는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은 오랜 침체 끝에 약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사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고시를 하기 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정운천 장관의 해임안 부결은 민주당의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건이었다.

고시가 된 뒤에야 '전면투쟁'을 외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민주당이 계속 미국의 눈치를 보다가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시민들을 위하는 척한다고 비판한다. 어부지리는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 민주당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시민들은 72시간 연속 촛불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6월 10일에는 전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명박 정부의 어둠에 맞설 것이다. 이미 교수들도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계속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밤거리로 나설 것이다.

대답없는 이 대통령, 장마 기다리나?

많은 시민들이 6월 3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서 발본적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른바 '국정쇄신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장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비가 와서 촛불이 줄어들었다고 좋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투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 외압을 행사한 인물이다. 그는 진작에 해임되었어야 했다. 이런 자가 여전히 청와대 대변인으로 행세하고 있으니 청와대의 신뢰성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참담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생안정종합대책'이라는 것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6조원을 시중에 풀어서 '민생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촛불을 6조원으로 사겠다는 것인가? 시민들은 돈이 아니라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6조원을 시중에 풀면 물가는 더욱 더 올라 민생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26차 촛불문화제가 2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26차 촛불문화제가 2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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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광우병을 넘어 '대운하'로, 공기업 민영화로, 학교 자율화로 퍼졌다. 그리고 촛불은 이제 광우병 위험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사실 촛불 시위는 '민주화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민의 자발적 노력이다. 민주화는 한계가 많은 제도정치를 넘어서 참여정치로, 정치와 경제를 넘어서 문화와 생태로 나아가야 한다.

광우병 위험에 맞서는 생활정치로서 촛불 시위는 바로 이러한 '민주화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한 양상이다. 이명박 세력의 '강부자 유토피아' 계획에 맞서서 시민들은 진정한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생명을 지키려는 절박한 생활정치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촛불 시위는 광우병 위험에 대한 저항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그리고 나아가 이명박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계속 확대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의 문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는 미국 축산업을 위해 우리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

버시바우 미국 대사는 한국인이 무식해서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한국인이 쇠고기에 대해 독특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촛불 시위를 벌이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황당할 따름이다. 광우병 위험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개선, 그리고 반생태적이고 비인간적인 미국 문명의 개혁도 요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을 맞아 국민과 자기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촛불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바보나 정적으로 여기지 말고 촛불의 뜻을 따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장마를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비가 와도, 태풍에 폭풍이 몰아쳐도, 광우병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리 비가 와도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보수단체들을 내세워 촛불을 끄려는 맹랑한 시도는 이명박 세력의 저열한 실체만을 더욱 더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촛불은 어둠을 밝혀준다.


태그:#촛불문화제, #홍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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