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저녁 7시 대전역 광장. 시민들이 삼삼오오 초를 들고 모인다. 대전에서 진행한 촛불문화제가 스무번째를 맞았다.

 

며칠 전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은 "요구르트와 카스타드를 먹고 더욱 힘내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각각 300개씩 가져왔다. 그리고 연구단지 노동조합에서도 목청껏 우리의 요구를 외칠 때 필요하겠다며 캔 커피 100개를 가져왔다.

 

요구르트, 캔커피... 먹거리 십시일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자청하여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있었다. 수일째 지속되는 촛불문화제인데도 시민들은 힘든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며 서로서로 초를 점화해주었다.

 

대전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우리와 함께하는 마음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잠시 후에  '민족 충남대'라는 커다란 깃발이 보이고 그 뒤에 수십 명(60여명)의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대열에 합류했다.

 

함께하는 모든 사람은 큰 함성과 박수로 학생들을 맞이해 주었다. 대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어디서 모여서 왔는지 물으니, 경상대, 사회대 학생회 학생들과 광우병쇠고기수입을 반대하기 위해 학내에서 모임을 하던 학생들이라고 한다.

 

기말고사 기간중인데도 미리 공부를 다 하고(?) 왔는지 시험에 대한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얼굴마다 흥분감이 묻어났다. 한 할아버지는 바람에도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손수 만든 촛대를 들고 나오셨다.

 

전날까지는 촛불문화제를 보면 선생님은 선생님 따로, 학생들은 학생들 따로 참여했었다면 이번에는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과 같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학생들은 요즘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유행어를 패러디하여 'Would you please 미친소 꺼져줄래?' 피켓을 직접 만들어 와서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찐빵 속에 팥이 있는 것처럼, 촛불문화제에는 자유발언이 꼭 있다. 대학생이 나와 자유발언을 하면서 "지금 우리가 있는 대전역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웬수들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촛불문화제를 감시하는 경찰'이라고 답했다. 이에 그 학생은 "바로 한나라당이 가까이 있다"며 "가만두면 안 될 세력 중에 하나인 한나라당에 가서 항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촛불문화제의 단골 공연팀 6.15청년회 노래패가 이날은 '젊은 그대'라는 노래를 새로 개사해 나왔다. 개사곡은 그냥 앉아있기엔 아쉬울 정도로 우리의 분노를 흥으로 승화시키는데 딱 이었다. 어느새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며, 거리로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 대형 태극기가 앞장서고

 

 

이날은 대형 태극기가 거리행진의 맨 앞을 안내하였고 그 뒤에 시민들은 '협상무효, 고시철회', '재협상을 실시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대전시민 함께해요'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대열을 만들었다.

 

대전역에서 나와 충남도청까지 행진을 한 뒤, 중부경찰서 앞에서는 잠시 멈춰 '폭력진압 사과하라', '어청수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리고 '비폭력 평화시위를 보장하라'는 마음을 담아 중부경찰서가 떠나갈 듯 큰 함성을 질렀다.

 

시민행렬은 다시 한나라당 대전시당사 앞으로 향했다. 한나라당은 여느 때처럼 불이 꺼져있고 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그래도 시민들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고, 누군가는 "경제도 못 살리면서 뭘 앞장 서는 거야! 이제는 경제 살릴 생각은 그만 하고, 국민 살릴 생각이나 해라!"라고 소리 질렀다. 또 한나라당 근처에 주차하고 있는 전경차에도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 놨다.

 

시민들은 다시 행진을 시작해 으능정이 거리로 들어섰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대열에 합류, 더 많은 희망의 불씨가 모여들고 있었다. 마무리를 하기 전 한 여성이 자유발언을 요청했다.

 

그 여성은 "우리가 미국의 광우병쇠고기를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Made in Korea' 식품이나 제품은 수출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외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쇠고기 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녹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광우병을 막아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인류애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진행자는 "서울 촛불문화제에 참여해서 긴 시간을 거리에서 지내는 것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내 옆에 있는 한사람과 같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번 주말에 5천명이 넘는 시민들로 이 거리를 가득 메울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격려하면서 이날 거리행진을 마감했다.

 


태그:#촛불문화제, #대전촛불시위, #으능정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