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일제히 10%대로 추락했다. 정치학자들은 20%대의 지지율을 '국정운영 불능상태'로 규정한다. 10%대는 최고통치권자가 정통성과 통치력을 상실한 정치 권력의 '공황' 상태에 해당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는 대통령으로서는 철저히 실패했으나 지난 100일 동안 가히 '이명박 혁명'이라 부를 만한 거대한 변혁을 이끌어냈다. 억압이 강할수록 반동도 강한 법이다. 이명박 혁명의 패러독스는, 반동적인 침략전쟁을 통해 프랑스 혁명 이념을 유럽에 전파한 나폴레옹 전쟁을 압축해 놓은 듯 하다.

'반동'적인 이명박 독재가 초래한 '백일혁명'의 패러독스

다비드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다비드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 다비드

관련사진보기


1799년 나폴레옹은 쿠데타를 일으켜 총재정부를 무너트리고 정권을 장악한다. 1804년에는 프랑스혁명 이후 이어진 제1공화정을 폐지하고, 제정을 부활시켜 스스로 황제에 등극한다. 대외적으로도, 초기에는 프랑스혁명 방어에 전전했으나, 나폴레옹의 제2차 이탈리아 원정(1800년) 부터는 침략전쟁으로 변질되어 갔다.

이후 나폴레옹의 군대가 유럽을 휩쓰는 동안, 유럽 각지의 민족들은 프랑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내셔널리즘에 눈을 떠가게 된다. 즉 나폴레옹의 전쟁은 본질적으로 침략전쟁이란 반동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전파하고 내셔널리즘을 불러일으키는 혁명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100일 동안에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혁명적 성과'를 이루었다. 첫째, 나폴레옹과 스타일은 전혀 반대였지만, 대통령의 굴욕외교는 국민들의 내셔널리즘에 불을 지폈다. 4·18 또는 5·29 국치일이라 불리는 바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협상은 국민 건강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검역주권의 포기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둘째,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전파했다는 점에서도 이명박은 나폴레옹과 유사하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와 같이 결코 단선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는 도전과 응전, 작용과 반작용, 혁명과 반동, 패러독스의 연속이다. 나폴레옹의 침략전쟁이 그러했듯, 이명박 정권 역시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평화적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함으로써 국민적 저항을 일깨웠다.

국민들이 저항운동의 과정에서 발휘한 시민의식은 놀라운 것이었다. 철저히 평화적인 촛불시위, 가두행진. 누구의 통제도 지시도 받지 않는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의 표출과 합의. 공권력의 폭력 앞에 여성과 노약자를 보호하는 모습. 세대를 뛰어 넘는 대화. 가족 단위의 시위 참여. 시위대의 뒤를 따라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는 참가자들. 부상자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치료를 하는 의료봉사 참여자들. 그리고 시민 주도의 언론개혁과 '퍼스널 디지털 미디어 데모크라시'라고 불러야할 온·오프라인 시위의 결합….

이렇게 우리 국민들은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세계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가히 '백일혁명'이라 불러도 좋을 커다란 변화가 아니겠는가! 그런 취지에서 대전의 시민운동 단체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주시민의식 고취상'을 수여한 일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아름다운 국민들의 평화적인 시위에, 살수차를 살포해 시민의 고막을 찢게 만들고, 쓰러진 여성을 군화발로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통령은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말았다. 이 땅의 뜨거운 6월을 맞아, 스스로 이명박 '백일혁명'을 '완성'하는 길을 택한 것일까?

나폴레옹의 워털루, 이명박의 청계광장

갓난 아이를 태운 아줌마들이 29일 오후 청계광장 앞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조건 고시 강행에 유모차를 앞세우며 항의 행진을 하고 있다.
 갓난 아이를 태운 아줌마들이 29일 오후 청계광장 앞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조건 고시 강행에 유모차를 앞세우며 항의 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1815년, 엘바섬을 탈출해 황제에 복귀한 나폴레옹은 다시 유럽 정복의 꿈에 젖어 있었다. 유럽 연합군 측과 워털루에서 조우했을 때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6월 18일, 먼저 프로이센 병력을 멀리 쫒아내고, 주력인 영국군을 집중적으로 혁파하는 특유의 전술을 구사했다. 그런데 영국군과의 전투가 한창일 때 패주한 것으로 알았던 프로이센군이 측면을 치고 들어왔다. 나폴레옹은 후퇴를 명하는 대신 원군이 왔다고 알려 병사들을 독려했다. 속전속결을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유약해 보이던 적장 웰링턴은 의외로 강적이었다.

자신과 병사들의 능력에 대한 자만과 과신이 패인이었다. 나폴레옹의 과로와 수면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나폴레옹의 백일천하를 마감한 워털루는 이명박에겐 '청계광장' 또는 '캠프 데이비드'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두 사람은 패인도 유사한 듯 보인다. '얼리 버드' 이명박도 권력 맛에 취해 실언을 남발했고,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면서, 부패 무능한 가신들을 과신하는 습성 때문에 위기 대응능력을 상실했다.

물론 이명박의 패인은 더 심각한 곳에 있다. 조중동, 뉴라이트, 한나라당 등 이명박을 둘러싼 '배후세력'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들은 쉽게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명박이 아닌 사이비 보수의 누가 집권했다 한들 유사한 운명을 걸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도 이명박처럼 최단기간에 혁명적으로 공기를 단축하지는 못했으리라. 나폴레옹이 프랑스혁명을 전파하는 최고의 배우였듯, 이명박은 한국 민주주의를 숙성시키는 패러독스를 연기할 최적의 캐릭터였다.

지난 4월, 프랑스의 장교들이 190년 만에 처음으로 워털루를 찾아 전쟁터를 답사하고, 나폴레옹의 패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훗날, 조중동, 뉴라이트, 한나라당 등도 청계광장을 방문하여 패인을 분석하는 날이 올까? 지금의 기세라면 이들 어용언론 단체 정당들은 흔적도 없이 '살처분'되어 전장을 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역사의 박물관으로 들어가 먼지와 거미줄을 뒤집어쓴 채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이명박에 대한 나폴레옹의 충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3일 저녁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은 "고시유예가 아닌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3일 저녁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은 "고시유예가 아닌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유배지인 세인트헬레나에서는 현지의 총독이 일부러 무례하게 굴어 나폴레옹은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그는 지난날을 회고하며 구술서를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이 '100일 천하'의 대선배인 나폴레옹의 통한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귀와 명예는 그것을 어떻게 얻었느냐가 중요하다. 도덕에 근거를 두고 얻은 부귀와 명예라면 산골에 피는 꽃과 같다. 즉, 충분한 햇볕과 바람을 받고 성장한다."

"나의 실패와 몰락에 대하여 책망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나 자신의 최대의 적이며,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었다."

이상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것임과 동시에 대처할 방법을 말한 것이기도 하다. 남탓, 괴담탓, 배후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와 명예를 얻는 과정에서의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섬기는' 자세에 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

"이 세상에는 칼과 정신, 이 두 가지 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칼은 항상 정신에게 패한다." "여론의 흐름에 따르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여론은 세상의 지배자이다."
"이 무릎은 하나님 이외에 다른 어떤 것 앞에서도 꿇지 않는다."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이다."

이명박 장로의 신앙의 대상은 하나님일지언정, 대통령 이명박의 하나님은 오직 국민이다. 국민 앞에 정직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여론을 따르고 국민에게 분노와 절망이 아닌 희망과 신뢰를 주어라.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의 민주주의를 리드하는 최첨단에 서 있다. 언론길들이기와 폭력진압은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망국적인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태그:#100일 천하, #백일혁명, #나폴레옹, #이명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