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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순천시민들의 촛불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시 관보게재 연기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 참석한 시민들의 반응은 변함없이 '고시철회'와 '재협상'이다. 역시 정부 발표는 믿을 수 없다는 것.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은 끝이 없었다.

 

3일 저녁 7시부터 연향동 조은프라자 앞 인도에는 400여 명의 시민들이 줄지어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 새벽 서울 광화문에서 발생한 경찰 폭력에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는 역시 서울과는 달리 의경들이 2m 간격으로 도로변에 줄지어 서서 시민들을 보호했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도로변에 설치된 현수막을 볼 수 없다며 시민들이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모두 철수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 의경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지난 1일 광화문의 경찰 폭력 뉴스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의 편에 서서 시민들과 대립해야 했던 선배들의 뒤를 따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폭력에 화난 시민들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비교적 차분했다. 성숙된 모습이랄까.

 

"선배들이 지켜온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지켜나갑시다."

 

마이크를 잡은 순천대생은 "중고등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을 대학생들이 지켜가겠다. 뜻있는 친구들과 서울 촛불시위에 참가하러 올라가려고 한다. 다치지 않도록 빌어달라"라고 말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5월 9일 순천대에서 1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때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던 대학생들이 있을 정도였지만, 이날은 시민들 사이로 대학생들의 참석이 많았다. 기말시험이 끝나는 10일 전후에는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대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22살 여대생은 이렇게 지방에서 모인 것만으로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스를 보고 분개한 마음에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쇠고기는 보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4.19, 6.29 현장에 서 있는 기분"이라면서 "우리들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키자"고 했다. 이날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문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어느 초등학생은 "살고 싶다"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였다.

 

다음 촛불문화제는 7일 열릴 예정이며, 이 날에는 평화대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태그:#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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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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