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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양산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물금 모래감자는 지금 한창 출하 중이다. 감자 꽃을 하얗게 피우면서 땅 속에선 감자알이 나날이 굵어가더니 이제 출하시기를 맞은 것이다.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변 사질토에서 생산되어 현재 출하되고 있는 물금 모래감자는 6월 1일부터 시작해 열흘 넘게 계속 출하된다.

 

물금 감자를 출하하는 이 시기에 감자밭에 가면 맛있는 물금 모래감자를 거저 얻어올 수 있다는 정보를 지난해에 들었던 나는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양산 장날에 햇감자가 나온 것을 보았는데 시중에서 사서 먹으려면 요즘 같은 때는 꽤 비싼 편이다. 오늘 마트에 잠깐 들렀을 때 감자를 사는 사람들을 슬쩍 보았는데 굵은 감자 몇 개에 2천원 돈이었다.

 

오늘 오후, 남편과 함께 물금 모래감자밭에 가기로 했다. 매년 이맘때면 양산 물금 모래감자는 출하되는데 감자 밭에서 감자 캘 때가 되면 물금이나 인근에 사는 사람들, 혹은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감자밭으로 모여든다. 감자밭에 온 그들의 손에는 빈 자루나 비닐봉지, 호미 등이 들려있다. 감자밭에서는 농부들이 트레일러를 이용해 감자밭을 갈아엎고 감자를 캐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수확을 끝내고 난 빈 밭에서는 사람들이 기계와 인부들의 손이 다 미치지 못한 곳에서 감자를 줍기도 하고 호미로 파기도 하면서 감자 줍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여기서 감자는 줍기만 해도 꽤 많은 양을 얻기도 하지만 호미로 파보면 생각지 못한 굵은 감자를 제법 많이 얻을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 처음 해보는 나는 감자줍기가 아주 재미있고 생각보다 거저 얻은 수확은 아주 컸다.

 

밭에 감춰놓은 보화처럼 땅 속 깊은 곳에 감자가 숨어 있어 캐는 재미에 나도 푹 빠져들었다. 얌체 좋은 아주머니는 농부들이 땅을 갈아엎고 또 호미로 캐고 있는 밭에 들어가서 감자를 줍기도 해서 밭주인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몇 번 소리를 치다가 끄떡도 않는 아주머니를 보고 허허 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처럼 차를 길가에 주차해놓고 온 사람들은 적어도 한 자루 이상은 가지고 가는 듯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빈 밭에 끝까지 앉아서 감자를 줍고 호미로 팠다. 남편이 그만하고 가자고 해서 허리를 펴고 일어섰을 땐 어지러워서 눈앞에 노랗게 변했다. 어린시절, 해 지는 줄도 모르고 흙장난하며 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드는 것처럼, 어둠이 물드는 저녁풍경 속에서 손에 묻은 흙을 털며 아쉬움을 안고 일어나듯이 그때서야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섰다.

 

저녁 어스름이 온 누리를 뒤덮고 있었다. 잠깐 몇 시간 동안 와서 얻은 수확이 컸다. 거저 얻은 감자를 거저 줄 정다운 얼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내일도 또 감자밭에 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태그:#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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