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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청의정 전통 모내기 행사장면
▲ 창덕궁 모내기 1 창덕궁 청의정 전통 모내기 행사장면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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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출신으로 나이 지긋한 사람치고 모내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 모내기는 모심기라고도 한다. 원래 밭 상태의 논을 고르고 종자를 뿌리는 직파재배법(直播栽培法)으로 논농사를 해왔지만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모내기에 의한 농사법이 널리 보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기에 농촌 어디서고 전통 모내기는 구경하기 어렵다.

그런데 마침 전통 모내기를 그것도 궁궐에서 창덕궁관리소와 현대건설 주최로 5월 30일 이른 11시에 한단다. 한달음에 달려간 창덕궁. 조선시대엔 창덕궁 후원이나 창경궁 내농포에서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나. 농사가 근본인 나라의 임금이 농사를 모른다면 임금이 아니란 생각을 한 탓이다. 또 농사를 직접 해봄으로써 백성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는 절대군주의 백성 사랑이리라.

창덕궁에 도착하니 이미 10여 명의 기자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모내기 장소인 후원 옥류천 청의정까지 전동차로 데려다 준다고 해서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전동차를 타고 가 청의정에 도착하니 이미 행사는 시작하고 있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걸어서 올라가라고 하지 왜 기다리라고 했을까? 한 기자가 지난해도 그렇게 10분을 늦게 올라갔더니 행사가 끝나 취재도 못 했었다며 투덜거린다.

모내기 행사전 모내기 할 사람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하고 있다.
▲ 모내기꾼들 교육 모내기 행사전 모내기 할 사람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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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정 행사장에는 농촌진흥청에서 나와 모내기 할 모 종자를 전시하고 안내를 하고 있다.
▲ 모내기 할 모 종자 전시와 안내 청의정 행사장에는 농촌진흥청에서 나와 모내기 할 모 종자를 전시하고 안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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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옆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나와 벼의 품종과 재배방법 등에 대해 전시, 안내를 하고 있다. 태극정 앞에서 짧은 시작행사를 하고, 모내기할 사람들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이윽고 청의정 주변의 작은 논에 2명의 못줄잡이와 7명의 모내기꾼이 흰색의 한복 바지저고리에 머리끈을 동여매고 논에 들어간다. 모내기꾼에는 초등학생 1명을 비롯하여 일반 시민과 주최 측인 현대건설 외국인 직원들이 나섰다. 주변에서는 많은 기자와 시민들이 다투어 사진을 찍는다. 모내기꾼들이 서투르긴 하지만 정성스럽게 모를 심었다.

모내기를 시작하고 주변에는 기자들과 시민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 창덕궁 모내기 2 모내기를 시작하고 주변에는 기자들과 시민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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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모내기꾼이 정성스럽게 모를 심고 있다.
▲ 창덕궁 모내기 3 두 사람의 모내기꾼이 정성스럽게 모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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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청의정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창덕궁 모내기 4 창덕궁 청의정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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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끝낸 모내기꾼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논을 나왔다. 특히 대전에서 올라와 참석한 대전 갑천초등학교 5학년 이영호 어린이는 소감을 묻자 한 마디로 “최고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힘들었을 텐데 내내 밝은 표정이다.

어린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 남윤태(37살) 씨는 “작은 아이가 장애인인데 지금 현장 체험학습을 보내고 큰아이와 이렇게 처음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동안 작은 아이 때문에 영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었는데 그래도 오늘 영호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참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내기를 한 필리핀 사람 셜윈 산토스(Sherwin Santos, 25살)씨는 “필리핀에서도 쌀은 먹었지만 직접 쌀이 나오는 모를 만져보고 심은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모내기에 참여해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내년에는 언제 하는지 꼭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싱글벙글한다.

모내기를 한 이영호 어린이가 발을 씼은 뒤 맛있게 물을 마시고 있다.
▲ 이영호 어린이 모내기를 한 이영호 어린이가 발을 씼은 뒤 맛있게 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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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쓰인 모는 농촌진흥청에서 제공한 것인데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 수 있는 품종이란 뜻의 이름인 ‘수라벼’로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에 걸쳐 육성된 우리나라 고유 품종이다.

모내기를 한 곳은 청의정 연지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곳으로 가을이면 벼를 베 그 볏짚으로 초가지붕을 이었고, 지금도 창덕궁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하고 있다. 청의정(淸懿亭)은 바닥은 네모이고 지붕은 둥글게 하여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정자인데 천장의 단청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행사는 현대건설이 창덕궁과 '1사 1지킴이' 협약을 맺고 2006년부터 해오는 행사라고 한다. 현대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가을이 되어 이 논에서 벼를 거둬들이면 현대건설 서산농장에서 나오는 쌀과 함께 떡을 만들어 종로 인근의 불우이웃들과 5대 궁궐 근무자들에게 나눠준다고 귀띔해준다.

교육이 안 된 상태여서 모를 쥔 모습이 어설프다
▲ 어설픈 모내기 교육이 안 된 상태여서 모를 쥔 모습이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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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안내 시스템 등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는 안정열 소장
▲ 창덕궁관리소 안정열 소장 창덕궁 안내 시스템 등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는 안정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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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난 뒤 창덕궁관리소 안정열 소장에게 지난 4월 13일자 오마이뉴스 “창덕궁 구경, 대충 듣고 경보하듯 뛰어야?” 기사와 관련 창덕궁 안내 시스템 등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질문을 해보았다.

그는 “관람객은 소중한 창덕궁의 고객이다. 지금은 고객만족이 아닌 고객감동의 시대라고 한다. 따라서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창덕궁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다. 고객의 소리 엽서에 의견을 보내 주시는 분들에게 상품을 주는 등 관람객이 무엇이 불편한지 늘 귀를 열어 놓는다. 지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지만 현재의 여건에서 온 정성을 쏟으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모내기 행사에 옥에 티가 있다면 모내기꾼들에게 모내기 교육을 해 심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했지만 모내기꾼들은 모를 쥐는 방법조차도 몰라 허둥대기도 했고, 심은 뒤 바로 모가 뉘어버리는 등의 문제점이 보인 점이었다. 또 뽑힌 모내기꾼들만이 아닌 관람하는 시민들의 즉석 참여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내기 행사를 한 창덕궁 후원 옥류천 청의정. 천원지방의 우주관이 실린 정자로 유일하게 초가이며, 천장의 단청이 무척 아름답다.
▲ 청의정 모내기 행사를 한 창덕궁 후원 옥류천 청의정. 천원지방의 우주관이 실린 정자로 유일하게 초가이며, 천장의 단청이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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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은 조선시대가 물려준 소중한 궁궐이다. 하지만, 소중한 궁궐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박제로 만들기보다는 시민과 함께하는 이런 행사가 자주 있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모내기처럼 잊혀가는 전통 세시풍속을 되새기는 행사야말로 창덕궁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내기, #창덕궁, #청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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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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