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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9일 오후 4시.

 

지금 막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새 고시를 발표했다. 근 한달 온 국민이 나서서 이번 협상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않고 장관 고시를 강행하고 만 것이다. 국민을 섬긴다더니, 평화시위에 나선 국민들을 방패로 찍어 누르고 강제연행까지 하면서 기어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간 이번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허술하고 문제가 많은지, 그 결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결국 오늘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해외에서 본토 국민에게 선전포고하는 대통령

 

정부가 조금이라도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고시를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이유로 무기한 장관고시를 연기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버렸다. 자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안전과 행복한 삶보다는 미국정부와 미국 축산업자의 입장만 철저하게 관철시켰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공권력을 동원해 입을 막으려고까지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올해로 60년인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한국 정부는 나이를 헛먹은 셈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에 있다. 조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양심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이런 중차대한 고시는 기어이 강행하더라도 자기가 국내에 있을 때 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 지금 이 대통령은 중국에서 본토 국민에게 선전포고한 것이다!

 

세상 어느 구석에도 제대로 된 나라치고 자기 국민을 이런 식으로 적성국가 대하듯 하는 나라는 버마 등 독재국가 말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민심을 거스르고 국민을 이기려는 정부치고 그 끝이 비극적이지 않은 경우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잠깐 잠재우거나 비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들의 가슴 가슴마다 들불처럼 번져간 분노와 울분, 자기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참담함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씻을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면

 

나는 오늘 광화문에 나갈 것이다.

 

지난 5월 2일 처음 촛불집회가 있었을 때 이후로 나에게는 두번째이다. 나도 하루하루 어렵게 먹고 살지만, 또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이 오만방자하고 후안무치한 정부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우리 일상을 꾸려가기도 참 버거운 요즘, 왜 우리가 이렇게 나랏일에 나서야만 하는가? 나는 이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때문에 전 국가적으로 입게 될 손해는 또 그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래 전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 정부가 1793년 제정한 헌법 제5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면,

봉기는

인민 전체에게도,

인민 각자에게도

그 의무 중 가장 신성하고도 불가결한 의무이다."


태그:#이명박,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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