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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6시부터 전북 전주 오거리 광장에는 동학 농민의 횃불처럼 촛불이 타올랐다.

 

촛불문화제는 이명박 정부 취임 100일 실정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1부 촛불문화제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결의대회로 막을 올렸다. 3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병렬 동지 쾌유기원,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학교 학원화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오형수 공공연맹 전북지부장은 "영화 <식코>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은 월 200만 원의 개인보험을 지불해야 하고, 보험이 없으면 독감환자가 15일을 입원하는 데 4500만 원이 든다"며 "의료·철도·수도·전기·가스 등의 공공부문이 민영화 되면 서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다음 발언대에 나온 김지성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자립형 사립고 100개를 신설한다고 하는데 1년 학비가 최고 3000만원에서 1500만원이 들며, 부자 자녀들만 다니는 자립형 사립고 때문에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려고 한다"며 "자립형 사립고를 보내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없는 사회, 가난이 대물림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양극화 교육정책에 쓴 소리를 더했다. 

 

1부 결의대회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7시에 영상물 상영으로 본격적인 2부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영상을 보는 동안 사회자의 핸드폰으로 문자나 글을 접수해서 좋은 글을 발표하기로 했다.

 

제일 큰 박수를 받은 삼행시는 "광-우병 정국을 만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우-리나라를 미친 소로 말아먹을 건가요, 병-들어 죽기 싫어요, 당신이나 드세요"였다. '국민이 뿔났다!'는 티셔츠를 선물로 받은 또다른 글은 "이명박 대통령 각하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명박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욕이 되었습니다"는 문자가 선정됐다.

 

수업 한 시간을 빠지며 학생들과 함께 왔다는 최명희 수녀(군장대 사회복지학과)는 "미친 소와 한미FTA가 나와 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말문을 열고 "미친 소를 청와대만 보내지 말고 백악관에도 보내자"는 제안을 해서 함성의 갈채를 받았다. 최 수녀는 "내일은 진안에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연단을 내려갔다.

 

시골에서 농사 짓고 있는 농부라고 자신을 밝힌 40대 양매봉(완주) 아주머니는 "한미FTA를 맺기 전에 송아지를 306만 원에 사서 길렀다. 지금 쇠고기 협상으로 송아지가 150만 원에도 팔리지 않는데, 사료 값마저 폭등해서 빚도 폭등하고 있다. 국립대학마저 등록금을 자율화시키면 농촌에서 어떻게 대학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며 한우농가의 절망적인 현실을 성토했다.

 

대학생을 대표해서 연단에 오른 유태희(전북대2년)씨는 "많은 학생들이 이자 7% 학자금 받아 공부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마저 감축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유씨는 자신도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다음 학기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또 "고3처럼 공부를 해도 많은 청년들이 1~2년 만에 그만 두어야 하는 88만원 비정규직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자, 청년이 역사를 다시 쓰자"라고 청년들에게 당부해 많은 눈물의 박수를 받았다. 

 

사복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이빛나(성심여고) 양은 "저희들의 촛불이 어른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촛불문화제에서 보았다"고 말하고 "지난 대선 때 투표율이 낮아 학생들까지 나와서 뒷수습하는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어른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또 이양은 "당당하게 말하는 내 말이 옳은지 확인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찾아가는 촛불문화제가 살아있는 교육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시간 공부 더 한다고 해서 인생의 행복을 아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수 1%만이 행복하다고 가르치지 말고, 어떤 위치에서든지 만족하고 행복할 줄 아는 자세를 가르치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매일 밤 촛불문화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유리(전주대)씨가 마지막 발언대에 올라 "대다수 국민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데 촛불까지 들게 한다"며 "민중의 넋이 주인 되는 참세상 자유 위하여 함께 촛불을 들자"며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목청껏 함께 불렀다. 

 

9시 20분경 촛불문화제는 끝났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했다.

 

촛불을 들고 시국을 성토했던 학생들과 시민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고시가 곧 발표될 것 같데, 그날은 모두 모두 손잡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거야!"라는 결의를 다지며 집으로 향했다.

 


태그:#촛불, #수입쇠고시 , #고시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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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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