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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전승기념으로 치뤄지던 소싸움은 오랜 전통을 지켜온 민속놀이입니다.
▲ 진주 민속소싸움대회의 한장면 신라의 전승기념으로 치뤄지던 소싸움은 오랜 전통을 지켜온 민속놀이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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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은 삼국시대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잔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것이 맞다면 무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민속놀이입니다.

경남 진주의 소싸움은 소싸움의 발상지로 알려졌지만, 실제 소싸움이 유명해진 것은 경북 청도의 소싸움축제가 알려지면서였습니다.

진주의 소싸움은 오래전부터 남강의 백사장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소싸움이 진행되면 싸움소가 일으키는 먼지가 백사장을 뒤엎고, 군중의 함성이 드높았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수많은 군중이 백사장을 뒤엎고, 시가지를 누비고 다녀 겁에 질린 일본인들이 남강 나루를 건너지 못하고 며칠씩 머물렀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일제강점기 때는 한민족의 민속놀이인 소싸움을 치르지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소싸움 상설경기장이 생겨 자주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기장에 먼저 입장하는 소가 다소 유리하다고 합니다.
▲ 소싸움을 위해 입장하는 소 경기장에 먼저 입장하는 소가 다소 유리하다고 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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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소가 입장합니다. 싸움소는 체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600kg∼660kg인 병종, 661kg∼750kg인 을종, 751kg∼820kg인 갑종, 821kg∼무제한에 이르는 특갑종까지 다양하며 체급에 따라 소싸움이 진행됩니다.

기선제압을 위해 발로 모래를 지치거나 모래판에 모래를 부비기도 합니다.
▲ 먼저 입장한 소가 기선 제압을 하고 있습니다. 기선제압을 위해 발로 모래를 지치거나 모래판에 모래를 부비기도 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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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소는 투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기선제압을 위해 모래판의 모래를 발로 뒤집거나 몸을 모래에 파묻기도 합니다. 원래 싸움소들은 동시입장을 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들어오는 소는 먼저 들어오는 소에 비해 기가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주들은 싸움소를 먼저 입장시키기 위해 서두른다고 합니다.

두 싸움소가 입장하게 되면 곧 싸움이 붙습니다.
▲ 우주가 소를 싸움에 붙이고 있습니다. 두 싸움소가 입장하게 되면 곧 싸움이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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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소 두 마리가 들어오면 우주들은 싸움소들의 싸움을 붙입니다.

싸움이 붙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성질 급하고 용맹한 소들은 싸움을 붙이기도 전에 달려들어 싸움이 붙기도 하고, 위처럼 서로 경계를 펼쳐다가 어느 순간에 싸움이 붙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상대방 소에 기선을 제압당한 소들은 바로 꽁무니를 내빼 싸움이 싱겁게 끝나기도 합니다.

서로 경계의 눈빛을 보내다가 머리를 맞대고 싸움이 시작됩니다.
▲ 드디어 소들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로 경계의 눈빛을 보내다가 머리를 맞대고 싸움이 시작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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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싸움이 붙었습니다. 소들의 순박함은 눈에서 오는데, 싸움소의 눈은 순박한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머리를 맞대는 순간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듯합니다. 소싸움의 기술에는 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두 마리 소가 붙어 머리만 맞대고 싸움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뿔걸이,뿔치기,밀치기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싸움소들... 뿔걸이,뿔치기,밀치기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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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의 기술에는 밀치기, 머리치기, 들치기, 뿔걸이, 뿔치기, 연타 등의 기술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온 힘을 다해 서로 밀어붙이는 밀치기와 머리를 부딪히며 공격하는 머리치기가 있고, 뿔을 걸어 누르거나 들어 올리는 뿔걸이, 뿔을 흔들어 상대방의 뿔을 치며 공격하는 뿔치기에 이어 머리치기로 이어지는 연속공격인 연타 기술 등 적극적이고 고급기술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싸움소 두 마리가 머리만 맞대고 가만히 있는 것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대단한 체력을 요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는 것은 그만큼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인데, 소들이 체력이 떨어지고 지치게 되면 침을 흘리거나 대소변을 봅니다. 어떤 소가 먼저 침을 흘리고 대소변을 보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답니다.

간혹 10초도 안돼 싱겁게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기에 눌려 들어오자마자 꽁무니를 뺀 소 간혹 10초도 안돼 싱겁게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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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에서는 가끔 피를 보기도 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소싸움은 소가 쓰러지거나 죽지는 않습니다. 대신 끝을 보는 인내와 집념이 있습니다.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도 우주와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더 싸워야 할지, 아니면 머리를 돌려 달아나야 할지를 말입니다. 그만큼 싸움소와 우주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아닌 싸움소로 단련되는 순간부터 우주와 일심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소싸움에서는 머리를 돌려 달아나면 승부가 결정됩니다.
▲ 소싸움의 승부가 결정나는 순간 소싸움에서는 머리를 돌려 달아나면 승부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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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 기가 눌리거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머리를 돌려 달아납니다. 싸움에 이긴 소는 잠깐 쫓아가는 시늉을 할 뿐 더이상 쫓아가지 않습니다. 싸움소는 기진맥진합니다. 5~10분 만에 끝나는 소들도 그런데 30분이 넘어가는 지루한 소싸움의 경우에는 사실 얼른 끝났으면 하기도 합니다.

일반 소에서 싸움소로 단련하고 경기에 출정하기까지는 소의 체력적인 여건이나 뿔의 모양이 크게 좌우됩니다. 거기에 더한다면 우주와 어우러진 하나의 모습입니다. 우주들은 자기 소가 싸움에 졌다고 해서 절대 혼내거나 못되게 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했다며 엉덩이를 두들겨주거나 쓰다듬어 줍니다.

비록 싸움에 지긴 했지만, 절대 꾸짖지 않고,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 싸움에 패한 소가 쓸쓸히 퇴장하고 있습니다. 비록 싸움에 지긴 했지만, 절대 꾸짖지 않고,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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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장 밖에서 바라보는 우주와 싸움소의 모습은 경기장 내의 냉정한 승부의 세계와는 달리 인정이 넘칩니다. 싸움에 진 소들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차를 타고 떠납니다. 먼지 폴폴 날리며 떠나가는 싸움소 실은 차들을 보면 짙은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싸움소의 승리는 우주에게도 큰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우주 싸움소의 승리는 우주에게도 큰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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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승리한 소는 기세등등하게 우주를 등에 태우고 당당히 퇴장합니다. 우주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옛날 소싸움은 머슴의 날이었다고 합니다. 싸움에서 이긴 소는 목과 뿔을 비단으로 장식하고 머슴이 등에 오른 뒤 마을 사람들의 농악을 앞세워 마을로 돌아옵니다. 마을에 돌아온 뒤에는 마을잔치로 이어져 축제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지난 27일까지 열린 진주 민속소싸움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진양호 인근 소싸움 테마파크의 전통 소싸움경기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11월 29일까지) 상설로 열립니다. 진주를 여행하는 길에 화끈한 싸움소들의 향연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주민속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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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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