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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다는 말이 '평화시위 보장, 폭력집회 엄벌'?

 

촛불이 좀처럼 꺼질 기미가 없다. 그만큼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는지 그 파악이 쉽지 않은가 보다. 정부가 초조해 보인다. 그 촛불 꺼보겠다고 27일에는 급기야 대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섰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배후세력을 끝까지 추적해서 엄벌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엄포를 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같은 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친북세력이 촛불시위에 개입하"고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반미세력의 선동이다"라는 몇몇 신문들의 자상한 지적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통하지 않았던 터이다.

 

공안대책회의에서 "평화시위는 보장하되 불법, 폭력집회는 엄정대처한다"는 결의도 한 모양이다. 이런 당연한 소리하려고 모인 것 같지는 않다. 검찰, 경찰 그리고 노동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이런 결의를 하지 않더라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평화집회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인터넷을 이용한 배후 선동자 등 불법시위 주동자와 배후세력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검찰 공안부의 선전포고에 지레 겁먹고 촛불 끄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요 며칠 사이 경찰이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는 불법 집회니 강제 해산하겠다'라며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연행되는 사람들도 어제(27일)는 100명이 넘은 듯 하다. 심지어는 무리하게 고등학교 여학생마저도 현행범이라며 경찰서로 연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에 맞짱(?) 뜨던 검찰의 기개는 어디로 갔나?

 

대검찰청 공안부의 희망처럼 불법집회를 처벌하고 촛불집회 참가자 속에서 배후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집회 미신고는 경찰의 촛불집회 강제해산의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의해서 집회신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우발적 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는 촛불집회는 집회 사전 신고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이다.

 

'우발적 집회'에는 집회 주최자가 없다는 것을 대검찰청 공안부가 모를 리가 없다. 집회주최자가 없는 우발적 집회에서 주동자 또는 배후세력을 찾는다는 발상 자체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그 집회에서 일부 세력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그 집회 전체가 불법 집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집회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부 폭력행위 자체를 이유로 집회 전체를 불법집회로 간주한다면 헌법상의 집회의 자유는 온전히 보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축소해서 집회를 해산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이미 22년 전인 1985년 판례를 통해서도 이를 밝히고 있다. 더더욱 지금과 같이 경찰이 불법집회를 유도하는 듯이 강제해산하고 연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괴담에 이성을 잃은(?) 국민들에 체면 구겨가며 직접 사과도 해 보았고, 촛불 꺼보겠다며 경찰은 물대포도 쏘아 보았지만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해서 검찰까지 나섰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검찰은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며 대통령과 맞짱 뜨던(?) 검찰의 그 기개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배후세력을 알려주마

 

이명박 정부는, 또 검찰은, 정말 배후세력을 찾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촛불을 강제로 끄려고 하지 말고, 그 촛불 든 사람들 곁으로 가서 직접 그 심정을 물어보아야 한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기꺼이 누가 배후 세력인지 말해 주려 한다. 최후의 배후세력이 누구인지도 말해 주려 한다.

 

나도 검찰공안부에 그 배후세력을 고발하려 한다.

 

쇠고기협상에 대해서 국민들에 거짓말을 일삼은 장관, 쇠고기협상시 단순한 영어문장도 오역한 '어륀쥐 정부', 일본은 22개월 미만 소를, 멕시코는 24개월 미만 소만 수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인은 무조건 미국인도 거의 먹지 않는다는 30개월 넘은 미국소 먹으라고 도장찍고 온 사람.

 

"미국산 소 나도 먹었다"면서도 먹은 소 연령은 안 밝히며 국민들을 호도한 사람들, 미 8군부대에서 가져온 질 좋은 소를 가지고 스테이크 만들어 아침부터 호텔에서 시식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맛 좋다면서도 소고기 다 남긴 사람, 수입해도 안 먹으면 된다고 한 사람, 뜬금없이 사라졌던 물대포 쏘며 촛불 끄겠다고 나선 경찰, 배후세력 끝까지 찾아서 처벌하겠다는 세력.

 

다만 "광우병소 삶아 먹으면 되지 않나. 나도 수의사가 묻으라고 한 쓰러진 소도 먹고 자랐다"고 밝힌 고양시의 최선생님도 촛불집회을 선동한(?) 분이지만 이 분의 경우에는 정상참작을 해야 할 것 같다.

 

촛불집회참가자들을 물대포 쏘며 자극해서 평화집회를 일부 경찰과 대치하는 집회로 유도한 경찰은 선처가 필요하지 않을 듯 싶다. 꼭 최후 배후세력을 찾아야  한다면 "미국산 소 수입해도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며 국민들 가슴에 불 지른 분일 듯 싶다.

 

국민 핑계 대서라도 재협상할 수 있지 않나?

 

정말 모르는 것일까. 지금 촛불을 든 사람들은 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스스로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쇠고기 협상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 속이 상한 국민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임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심정도 물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이 정도로 나서면 잘못된 미국과의 협상을 국민 핑계라도 들어서 다시 한번 잘 해 보라는 것이다. 근데 정부는 그것 못하겠다는 것이다. 잘못했어도 여러분이 뽑아준 대통령이 했는데  받아들이라고 다그치는 모습에 국민들은 화가 나는 것이다. 당장 "나는 이명박 대통령 안 뽑았다"라며 책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학교급식으로 광우병 우려하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중고등학생들의 아우성을 보라. 

 

"경제 살리겠다"고 부르짖는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들은 믿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지난 5개월여 참 많이 참았다. 박근혜 의원도 "대통령에 속았다"고 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지금 경제를 왜 살리지 못하느냐고 대통령을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의 조짐을 보이는데도, 경제 살리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 무시하는 정부 때문에 나 못살겠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탄핵도 외쳐본다. 정부가 지금처럼 배후세력 운운하며 국민들을 윽박지르기 시작하면 정말 "갈아보자"고 온 국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왜 우리가 먹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부터 하라

 

이명박 정부는 물대포를 쏘아서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물대포가 기름대포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나.

 

"잃어버린 10년 찾아 주겠다"며 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맞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이 지금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정부를 찾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그렇게 되찾고 싶다던 "우리가 가꾼 그 아름다운 정원"이 이런 것이었나. 사라졌던 대검 '공안대책회의'가 등장하는 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배후세력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 수밖에 없게 한 정부가 촛불 든 사람들 처벌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최소한 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 사람도, 멕시코 사람도 먹지 않는 미국의 골칫거리 30개월 이상된 소를 먹어야 하는지 쉽게 설명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력 때문에? 아니면 이명박 정부 때문에? 왜? 이것부터 이명박 정부는 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및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태그:#촛불집회, #집회의자유, #이명박, #우발적 집회, #검찰의 정치적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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