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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머리국밥 송송 썰은 파를 덮어 나온 소고기국밥. 잘하는 설렁탕집의 칼칼하고 고소한 국물 맛에 한참을 먹어도 아직 남아있는 살코기. 깍두기국물을 넣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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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머리고기 소쿠리와 주인장 탕에 넣는 고기는 이처럼 소쿠리에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넣고 끓여준다. 고기인심이 주인장의 맘좋게 생긴 얼굴과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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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5가 근방 맛집하면 으레 광장시장의 순대·빈대떡, 종합상가 근방의 닭한마리와 생선구이·곱창구이, 백제약국 근방의 육회가 떠오른다. 하지만 재래시장 한 구석에 조그맣고 허름하게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별로 요란떨지 않고 맛이 그럴 듯한 집을 찾게 되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동대문 시장 동문(東門)에서 큰 길을 건너 등산용품 골목을 지나 생선구이 골목 입구(종합상가쪽) 왼쪽의 주방기구가게 사이로, '나도 음식점'이라는 듯 조그마하게 '정가네'라고 간판을 내건 집이 보인다.

 

동대문시장이 고만고만한 음식점이 많고 음식 맛이 괜찮다 해도 매일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이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집밥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하지 않는가? 물론 집사람은 싫어하지만….

 

기막힌 소머리국밥집, 소개해도 될까요

 

요새 갑자기 알러지가 생겨 평소에 먹던 음식물들이 잘 맞지 않아 고생을 하며 허구헌 날 국수로 때우고 있는데 지나치다 보니 '소머리국밥'이라고 써놓은 입간판이 눈에 띈다.

 

'소머리 국밥'이라면 약간 밍밍한 국물에 고기가 한 움큼 들어간 곤지암 소머리국밥이 생각나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문이 열려 있는지라 나도 모르게 미끄러지듯 쑤욱 빨려들어갔다. 주방겸 카운터로 쓰는 데스크에는 탕에 들어갈 고기가 수북이 담겨있고, 갓 담근 열무김치와 깍두기 쟁반이 놓여 있다.

 

구석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여러가지 잡다하게 있는데, 주종이 소머리국밥과 소머리곰탕인 모양이다. 종업원에게 차이를 물으니 국밥은 멀겋고 곰탕은 뽀얗단다. 물어본 내가 바보다.

 

국밥을 시켰다. 기본으로 잘 익은 깍두기와 갓 담근 열무김치·풋고추와 양파가 깔린다. 음식이 오길 기다리며 풍겨 오는 낯익은 냄새. 오~, 잘한다는 설렁탕집에서 나는 국물 냄새가 솔솔 미각을 자극한다. 은근히 음식이 기다려지며 속으로는 곰탕 시킬 걸 잘못했나 생각이 든다.

 

▲ 기본반찬 잘 익은 깍두기와 갓 담근 김치. 그리고 고봉(高峰)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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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네 비가 추적이면 뜨끈한 국물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동대문 곱창골목 입구에서 찾은 조그마한 소머리국밥집 <정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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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나오는 국밥. 국물에 밥을 말지 않고 따로 고봉으로 내어준다. 다진 파가 한꺼풀 덮힌 펄펄 끓는 국물을 숟가락으로 제치니 국물 속에는 머릿고기가 가득하다. 다른 곳처럼 잡다한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거의 한종류의 고기로만 이루어져 있다.

 

소금을 넣지 않아도 간은 맞는 것 같고 다대기를 한 티스푼 정도 떠서 넣고 깍두기 국물을 조금 넣는다. 고기는 탕 국물을 내면서 단맛이 약간 빠진 듯하지만 입 안에 넣고 씹으니 부드러워 어북쟁반이 연상된다.

 

마침 메뉴에 손만두전골이 있으니 나중에 한번 시식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먹었는데도 아직 고기가 바닥에 깔려 있다. 밥을 반쯤 말아먹으니 배가 불러온다.

 

나오면서 주인장께 물으니 고기는 머리고기 볼살이라고 했다. 소위 저작근을 말하는데 어북쟁반은 머릿고기·양지·가슴살 편육을 쓰니, 아마 그래서 어북쟁반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 같다.

 

'유명 음식점'이라는 곳에서 얼굴 색깔도 변하지 않고 우유를 풀어넣은 듯한 설렁탕 같지도 않은 설렁탕을 뻔뻔스레 내놓고는 매스컴에 실린 사진을 홀에 걸어놓는다. 이 곳은 그럴듯한 국물에 푸짐한 반찬까지 내놓으니 흐뭇하다.

 

평양만두 만두피는 빨갛다

 

▲ 손만두국 얇은 피에 싸인 만두소가 옛날 툇마루에 널어 놓고 먹던 만두를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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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는 허름하지만 들어오면 깨끗해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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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퇴근길에 벼르던 손만두전골에 소주 한 잔 걸치려니 양이 많을 거라며 손만두국을 권한다. 평양만두는 대개 숙주·돼지고기·두부 등이 들어 간다.

 

하지만, 이남에 내려와서 시뻘건 김장김치를 담그게 된 실향민들은 한겨울이 되면 뻘건 김치를 꺼내 두터운 만두피로 한꺼번에 많이 빚어 소쿠리에 담아놓고 심심하면 만두국을 끓여 먹었다. 아무리 엄동설한이긴 하지만 툇마루에 내어놓은 만두는 시간이 지나면서 김치가 발효되어 나중에 먹는 만두는 만두피가 벌겋게 물이 들면서 약간 시큼해지기 마련이었다.

 

바로 이 만두가 그렇다. 만두소에 들어간 김치는 완숙되어 약간 시큼하면서 어릴 때 먹던 만두 맛이 떠오르게 한다. 만두피는 요새 식성에 맞게 얇아서, 차라리 같이 들어간 떡 대신 완탕을 넣어 주면 국물과 궁합이 잘 맞아 훌훌 부드럽게 넘어갈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쇠고기가 들어 간 음식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우울하다.

 

이제 식우소(食牛소)가 들어 와 앞으로 이런 음식을 찜찜하게 먹게 될까봐, 시장 골목의 맛난 음식점들이 모두 사라질까봐, 소 일부를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막힐까봐….

 

이 나이에 그런 음식 먹고 가나(당국자 말대로 교통사고 날 확율보다 적다고 했다) 길거리 지나다 벽돌 맞아 죽거나 그게 그거다. 몸 주고 뺨까지 얻어맞는 굴욕은 몇 사람이면 됐다.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할 걸, 누가 그런 쇠고기 먹자고 가랑이 붙잡고 애원을 했던가?

 

쇠고기 먹을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과 수치심도 별 거 아니다. 그러나 손주의 해맑게 웃는 얼굴을 마주보며 한숟갈 떠먹이는 즐거움을 앗아갈 것 같아서 가슴이 메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연세56치과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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