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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잡아다가 혀에 집게를 물리는 고문은 (군사 정권) 말기에 드러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아무개라는 사람이 권력을 잡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그런 포악한 고문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분노를 터뜨렸다. 고함을 쳤고, 눈을 부르르 떨었다. 백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KBS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국민들 혀에 집게를 물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 소장은 과거 자신이 받은 고문의 기억도 끄집어냈다.

 

"내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연행됐을 때 그들은 '네가 그렇게 말 많은 놈이라며?' 내 혀를 펜치(못 뽑는 집게)로 잡았다. 그때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은 너희들이 내 혀를 잡지만, 언젠가는 너희들도 물러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이어 백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KBS 사장을 끌어내려는 건 국민에 대한 포악한 탄압의 증거"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몇 개월만에 국민에게 포악한 고문"

 

백 소장처럼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KBS 사장 사퇴압력에 맞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공영방송 독립성 수호 및 공영방송 지키기' 각계 선언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백 소장을 비롯해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고문,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고 이한열씨 모친 배은심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외회 고문 등 원로급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 폭락을 방송 탓으로 돌리며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 압력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임기가 보장된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겠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심각한 방송독립성 훼손이며 초법적인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들은 "지금과 같이 이명박 정부가 겉으로만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우며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밀어붙인다면 국민과 이명박 정부 모두 불행해진다"며 "지금이라도 구시대적 발상을 버리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통제에 앞장선 측근들을 척결하라"고 촉구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때문"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국민은 정연주 지키려는데, 노조는 쫓아내려 하다니"

 

또 이들은 "우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더 이상 후퇴시킬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방송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공영 방송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서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주의와 방송 독립성 수호를 위해 꿋꿋하게 나아가 주길 기대한다"며 정연주 사장을 격려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임헌영 문학평론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각계인사 약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주종환 명예교수는 "정연주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걸 보고, 이명박 정부가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작태는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또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렇게 시민들은 정권에 맞서 정연주 사장을 지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KBS 노조는 정 사장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라며 "노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KBS 노조를 비판했다.


태그:#정연주, #이명박,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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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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